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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30년 전 일인데, 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듯할까.’

영화 ‘1987’이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7~80년대 군부의 폭정에 맞서고 진실을 알리는 이야기는 그동안에도 많았다. 올해만도 ‘보통사람’, ‘택시운전사’ 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영화화되고 있는 건 여전히 할 말이 많은 시대이고, 그 시대를 잊지 않고 되새기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의 모습이 현재의 현상과 겹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면서 그 시절 이야기는 늘 현재진행형 같은 느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말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1987’은 너무 무겁고 엄숙한 이야기가 아닐까 우려가 생길 수 있다. 1987년 1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군을 단순 쇼크사로 은폐하려는 이야기로 출발하는 영화는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모아 진정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7’은 억지스러운 감동이나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고, 적당한 템포로 이야기를 전개해 불편함이 없다. 주·조연들의 위트와 유머, 그리고 꽃처럼 예쁜 홍일점을 내세우며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도 잘 갖췄다. 사건을 은폐하라고 지시하는 대공수사처 박처장(김윤석 분)을 비롯해 폭력을 일삼는 형사들의 모습은 영화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꼴통 기질로 박처장에 맞서 시신 부검을 지시하는 서울지검 최검사(하정우 분), 시신에 물기가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물고문을 의심하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회부 윤기자(이희준 분), 교도소에 수감중인 해직기자의 비밀서신을 재야인사에게 전달하려는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분) 등이 영화에 균형감을 준다. 또, 한병용의 조카로 등장하는 87학번 연희(김태리 분)는 이번 영화 주요인물 중 유일한 허구의 인물로서, 연희가 우연히 시내에서 집회에 휘말리는 에피소드는 영화 후반을 이끌어가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잘 엮어내는 장치이자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 포인트가 된다.

뿐만 아니라 문성근부터 설경구, 강동원, 여진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조연과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영화에 깨알 같이 등장해 보는 내내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재미도 있다. 누가누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관객이 아니라면 갑자기 튀어나온 스타들의 얼굴에 “헉” 하고 비명을 지를 순간이 있을 것. 한 마디로 ‘1987’은 “멀티캐스팅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1987’은 관객들을 마침내 ‘광장’으로 인도하며 뭉클함을 선사한다. 지난해 연말 촛불집회로 광장을 경험한 많은 관객들에게 ‘1987’의 광장은 많은 교감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년전 모두가 뜨거웠던 그 시절 이야기 ‘1987’이 이번 겨울 극장가를 얼마나 뜨겁게 달굴지 기대된다. 오는 27일 개봉.

cho@sportsseoul.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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