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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정려원이 또다시 인생 캐릭터를 ‘새로고침’했다.

최근 종영한 KBS2 ‘마녀의 법정’에서 정려원은 검사 마이듬 역할로 인생작을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려원이 이번 드라마에서 열연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그로선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이따금 ‘배우’보다는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로 먼저 다가오는 유명인이긴 하지만 그는 배우 경력 16년차 연기자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끊임없이 인생캐릭터를 ‘새로고침’해왔다. 그리고 사람들의 ‘편견’보다 훨씬 연기를 잘하는 ‘노력파’라는 평가가 많다.

◇16년째 끊임없이 ‘인생 캐릭터’ 새로고침

2000년 걸그룹 샤크라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한 정려원은 2002년 KBS2 아침극 ‘색소폰과 찹쌀떡’으로 연기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열연했던 ‘캐릭터’들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려원은 “별 이유 없이 그냥 거기 있어야 해서 있는, 있으나마나한 여자 역할을 안좋아한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여도 필요한 역할을 선호하는 편이다. 수동적인 인물에 대해 스스로 많이 답답해 한다. 연기를 하다 답답해서 속이 터진다. 그리고 하이힐을 가능하면 신지 않으려 한다. 내가 맡은 역을 대부분 운동화나 단화를 신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가 첫번째로 꼽은 ‘인생작’은 MBC 수목극 ‘내 이름은 김삼순’(2005년)이다. 정려원은 ‘유희진’역으로 분해 남자주인공 현빈, 여주인공 김선아와의 삼각관계로 호평받았다. 정려원은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2006년 MBC 월화극 ‘넌 어느 별에서 왔니’를 통해서는 1인 2역에 도전해 큰 성과를 냈다. “이전에는 1인2역에 대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똑같은 사람이 연기하는데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1부에서 연기를 한 장면이 10부쯤 회상씬으로 나오는데 다른 사람처럼 보이더라. ‘이 맛에 1인 2역을 하는구나’생각했다.”

정려원이 16년째 이어지는 연기 인생에서 가장 아끼는 작품은 영화 ‘김씨표류기’(2009년)다. 정려원은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컴퓨터에만 몰입하는 동시에 얼굴에 큰 화상 흉터가 있는 은둔형 외토리 ‘여자 김씨’ 역할을 맡아 호연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얼굴에 화상 분장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이친구가 밖에 안나가는데, 얼굴에 화상이 있고, 옷도 안 갈아입는다는 설정이 너무 좋았다. 얼굴 상처 분장을 언제 또 해보겠나 싶더라. 20대에 이런 배역을 맡아보는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자체가 지닌 희망적 메시지도 좋았다.”

SBS 사극 ‘자명고’(2009년)도 정려원이 아끼는 작품이다. 정려원은 주인공 ‘자명’ 역할을 맡았었다. “시청률이 잘 나오진 않았지만 ‘자명’ 역할이 멋있었다. 특히 분위기가 가장 좋았던 현장이었다. 현대 문명과 떨어져 외진 곳에서 오랫동안 촬영하느라 배우들끼리 한곳에 있어 친해지기도 했지만 호흡이 너무 좋았다. 함께 말도 타며 자연과 어우러져 행복했다.”

‘패셔니스타’로서 정려원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도 그에겐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찍느라 다리가 찢어질 뻔했다. 배우로선 사실 ‘백여치’(세상 물정에 어둡고 사치스러운 인물) 역할에 공감하기 힘들었는데, 감독님이 그런 사람이 실제 있을 수 있으니 괜찮다고 하더라. 이걸 하다가 내가 중간에 죽거나 작품이 끝나거나 둘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촬영 분량이 어마어마해 스태프들이 6일 동안 잠도 안자고 찍곤 했는데, 나중엔 ‘내가 이걸 끝낸 뒤엔 뭐든 하겠다’ 싶더라. 어려웠지만 작품이 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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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법정’ 촬영 초기 카메라에 주문을 외운 이유

‘마녀의 법정’ 주인공 마이듬은 검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넘어 연기하기에 결코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한없이 밝은 성격인데 성폭력 등 주어진 사건들의 큰 무게를 견뎌내는 고뇌까지 복합적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반엔 내 얼굴에 너무 많은 생각이 나온다는 말도 들었다. 내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내 연기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초반엔 촬영하기 전 촬영장에 아무도 없을 때 불꺼진 카메라에 다가가 ‘나는 네가 두렵지 않아’라는 주문을 외웠다.”

능동적인 인물의 ‘끝판왕’, 약점도 많지만 개과천선할 생각이 전혀 없는 현실성 없는 캐릭터를 맡으며 정려원이 뿌듯했던 건 작품을 모니터링해주는 지인들이 옷이나 가방 등 패션에 대한 평가를 하기 보다는 작품의 스토리에 몰입하는 모습을 봤을 때였다.

정려원은 “이번 작품에선 검사라는 역할의 특성에 맞게 의상을 최대한 줄이고, 머리도 마음대로 묶었다. 외모에 아예 신경을 안썼는데 사람들이 내가 더 잘보인다고 하더라. 장치를 벗었더니 내가 더 잘 보이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런 역할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거기에 충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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