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양상문 감독 축하받는 류중일 LG감독[SS포토]
전임 LG감독이자 신임단장인 양상문 단장이 류중일 신임감독의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시련의 겨울이다. “매일 경기를 치르는 게 백번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바람잘 날 없는 LG 얘기다.

그럴 만하다. 올겨울 LG의 행보는 계속 엇박자다. 2000년대 이후 뚜렷한 방향성 없이 흘러가던 프런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0월 양상문 단장 체제로 개편했지만 준비부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야 할 내용들이 새나가면서 LG의 방향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팀들처럼 ‘장기적인 계획 속에 강팀으로 도약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이를 추진하는 첫 단계부터 팬은 물론 선수단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게 결정타였다. 지난달 열린 2차드래프트를 앞두고 베테랑 정성훈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하는 과정부터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매일 경기가 펼쳐지면 자연스레 관심이 분산되겠지만 스토브리그까지 차갑게 식어버리자 요란하게 큰 폭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LG에 더 많은 시선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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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G 소사, 허프. 박진업기자 | upandup@sportsseoul.com

13일에는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와 몸값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별을 공식화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허프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 들어줄 수 없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팔꿈치 상태 등을 고려하면 200만 달러 이상을 주지 않는 게 합리적이다. 재입단이 유력해보이던 레다메스 리즈도 메디컬체크 과정에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발을 뺐다. 리즈 역시 높은 몸값을 바라고 있어 같은 값이면 건강한 투수가 팀에 더 큰 힘이 된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 LG 양상문 단장도 “허프나 리즈와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외국인 선수 후보군을 추린 상태다. 큰 걱정은 없다”고 밝혔다. 비난받을 일이 아니지만 LG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성훈을 비롯해 손주인, 백창수, 유원상 등 1군급 선수들을 과감히 내치면서도 프리에이전트(FA) 김현수 영입을 저울질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도 마찬가지다. 중심타선 보강과 전문 외야수 확충 등이 당면한 지상과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현수에 관심을 갖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몇몇 베테랑을 내친 이유가 구단내 몇몇 인사들의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홍역을 치렀다. 함께 땀 흘린 동료선수나 뜻하지 않게 LG를 떠나게 된 선수들의 활약을 순수한 마음으로 지켜본 팬 입장에서는 “조강지처를 비정하게 내치고 새 아내를 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구단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으니 “포지션이 겹치는 곳은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 중심으로 꾸려가는 것이 LG의 방향성”이라는 외침이 통하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 축하하는 진혁, 양상문, 신문범 대표이사[SS포토]
신문범 LG스포츠 대표이사와 양상문 단장, 진혁 경영지원실장(오른쪽부터)이 취임식장에서 류중일 신임감독에 박수를 쳐주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LG는 당장 내년 뿐만 아니라 그 이후까지 내다보며 팀을 재정비하고 있다. 공과는 우선 내년 시즌 후 길게는 4~5년 뒤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반이 취약한 팀을 견고하게 다듬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상응하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류중일 감독이 유지현 수석코치, 송구홍 2군감독, 황병일 신임코치 등과 머리를 맞대고 1, 2군은 물론 육성군 활용방안까지 함께 모색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으로 팀을 재건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다.

다만 구단의 의사결정 과정이 여과 없이 밖으로 새나가는 폐단은 바로잡아야 한다. 구단 생리를 모르는 외부인들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정보를 확대해석하기 쉽다. LG처럼 ‘말하기 좋은 구단’이라면 그 파급력이 더 크다. LG는 구단주의 무한사랑을 등에 업은 몇몇 선수들이 프런트와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몇몇 감독들이 그런 암투에 휘말려 해임되기도 했다. 실체없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면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날 수 밖에 없다. 해당 소문의 근원지가 구단 내부인데다 불편한 진실까지 여과없이 새나가니 벙어리 냉가슴 앓을 수밖에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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