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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대한승마협회 손명원(76) 회장이 지난 8일 사표를 냈다. 지난 4월 최순실 사태의 진원지였던 승마협회 새 수장으로 뽑힌 손 회장이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옳고 그름에 대한 명확한 철학없이 최순실 사태의 핵심인물인 박원오 전 협회 전무의 꼭두각시로 ‘영혼없는 행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승마인들은 파렴치한 박원오의 그림자에 불과했던 손 회장에 강한 배신감을 느껴 새 집행부 구성에 협조하지 않았고,손 회장은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박상진 전임 회장의 사임으로 열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8개월 만에 명예만 실추한 채 쓸쓸이 체육계를 떠났다.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도 손 회장의 불명예 퇴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최순실의 국정논단이 사실상 승마협회에서 비롯된 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승마협회의 적폐청산과 연착륙이 향후 체육회가 이끌어야할 개혁의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가 모두 알고 있는 최순실 사태의 핵심인물이자 체육계의 제 1호 적폐인 박원오 전 전무는 아직도 승마협회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건재하다. 종목의 특성상 권력지향적이며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승마계에서 그가 구축해놓은 인적 네트워크는 실로 막강한 모양이다. 그 아성을 박살내고 잘못 가고 있는 있는 권력의 시계추를 되돌려놓는 길은 명확한 사태파악과 굳걷한 개혁의지를 지닌 새 회장이 들어와 새 판을 짜는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도 승마협회를 일신할 새 회장이 과연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체육회 한 관계자는 “승마협회 문제는 체육계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라면서 “개혁의지가 있는 새 회장이 들어와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를 기대한다”고 승마협회의 개혁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체육계에선 승마의 파벌싸움을 부추길 수도 있는 회장 선거에 우려의 빛을 나타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박원오 전 전무가 미는 손명원 회장이 당선된 사실을 떠올리며 적어도 이번 선거만큼은 승마인들이 한 마음으로 추대할 수 있는 명망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승마협회장과 관련해 체육계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견의 여지는 있겠지만 승마와 관련성이 있는 공기업 사장이 맡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승마와 관련있는 공기업은 한국마사회(KRA)다. KRA는 국내 최정상의 승마팀을 보유하고 있고,무엇보다 스포츠 승마를 말산업으로 연계·육성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만큼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상생의 협력관계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승마협회와 KRA는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KRA 역시 새 사장이 선임되면 가장 먼저 최순실 사태의 얼룩을 지워내는 고강도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따라서 체육계의 큰 골칫거리인 승마협회 새 회장으로 KRA 신임 사장이 맡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순실 사태의 도화선이 된 승마협회를 제 자리로 돌려놓는 건 단순히 체육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건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큰 일이다. 승마협회 새 회장 선출에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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