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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간판스타 승향심이 6일 일본 지바에서 스포츠서울과 단독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바 | 김현기기자

[지바=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인민에게 기쁨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세계적 수준에 오른 북한 여자축구엔 특급 공격수 계보가 있다. 리금숙과 라은심, 허은별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무대를 누비며 북한 축구를 알렸는데, 지난해부터 혜성처럼 떠오른 선수가 있다. 키 153㎝의 단신임에도 스피드와 기술, 골결정력으로 골을 펑펑 쏟아내는 18세 공격수 승향심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북한 여자축구의 향후 10년을 떠받칠 스트라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과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 모두 출전, 북한의 두 대회 우승에 공헌한 승향심은 U-17 월드컵에선 MVP 투표 2위에 해당하는 실버볼을 받았다. 올해는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고, 지난 4월 여자축구 평양 남·북 대결에선 허은별 대신 성인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 전반 추가시간 한국의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를 완벽하게 제치며 선제골까지 터트려 김일성경기장에 몰려든 5만 북한 관중을 열광하게 했다.

북한에선 지금 승향심에 거는 기대가 대단하다고 한다. 그런 그를 스포츠서울이 지난 6일 일본 지바에서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처음엔 여느 북한 선수처럼 인터뷰를 사양하는 듯 했던 그는 “평양에서 취재했던 기자다. 얘기 좀 나누고 싶다”고 하자 꽤 오랜 시간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줬다. 아직 10대 소녀인 그는 “좀 더 발전해서 해외에 진출, 조선(북한)을 알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연령별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 개인상도 많이 탔는데.

우승하고, 상을 받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특별한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키가 큰 선수들보다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걸 살려서 골을 하나 두 알(골)씩 넣고 있다.

-좋은 공격수로 거듭 나는 비결이 있다면.

우리팀 선수들이 공격선까지 공을 잘 가져다준다. 공격수로서 책임감 있게 움직여 팀 승리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다보니 골이 들어가는 것 같다.

-남북대결은 기억하나.

골을 넣었을 땐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 땐 이기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이번에 남조선팀과 다시 만나면 그 때의 아쉬움을 꼭 갚고 싶다.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 이번 대회에선 모든 경기를 타승(쳐서 이긴다는 뜻)하고 싶다.

-평양 남북대결 당시 하프라인에서 단독 드리블을 한 뒤 골을 넣은 장면이 기가 막혔는데.

운동장에 5만명이 모여 힘차게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인민들은 우리 팀 승리를 위해 90분 전 기간에 앉지도 않고 열렬히 응원하는데, 나도 꼭 골을 넣어 보답하고 싶다’는 일념이 있었다. 골을 넣었고 기쁨을 인민들에게 줘서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언제부터 축구했나. 이젠 성인대표팀 주전으로도 뛰는데 소감은.

10살 때부터 했다. 소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부모님이 운동은 잘했지만 선수를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다른 운동이 아니라 축구를 했다. 높은 곳(대표팀)에서 볼 차는 게 긍지스럽다. 그런 높은 곳에서 성공하는 게 내 목표다.

-닮고 싶은 선수는 있나.

리금숙(인민체육인) 지도원이다. 예전에 세계적인 명수로 이름을 날렸다. 나도 리금숙 지도원이 참가했던 큰 대회에서 경기해보고 싶다.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나도 유명해지고 싶다. 넓은 곳, 세계에 나가 조선을 빛내고 싶다. 조선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꼭 나가서 뛰고 싶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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