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 인턴기자] '발라드 황제', '국민 가수'는 가수 신승훈을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그는 어느덧 데뷔 27년 차 중견 가수가 됐지만 그 흔한 논란 한번 없이 올곧은 궤적을 그려왔다. 평범한 경영학도였던 신승훈이 대한민국 가요사에 많은 기록을 남긴 가왕으로 성장한 발자취를 돌아봤다.


신승훈은 경영학과에 재학중이던 대학시절 오랜 시간 간직했던 음악의 꿈을 접을 수 없어 통기타 동아리 '팝스 우리'에서 활동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이어 대전의 한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첫 무대를 가진 후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피크 타임대로 시간을 옮겼고 나중엔 팬레터를 받기도 하는 등 많은 인기를 얻으며 대전의 유명인사가 됐다.


입소문 덕에 그는 대전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보조 MC와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또한 이문세 대전 콘서트, 양수경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 등 코러스에 참여했다. 가수의 꿈이 더욱 확고해진 신승훈은 아버지의 반대를 뒤로하고 상경했다. 그러나 장질환에 걸려 다시 대전으로 돌아가야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신승훈은 작사가 신재각에게 데모 테이프를 보냈고, 이것이 인연이 돼 당시 DJ로 활동하고 있던 작곡가 김창환까지 연결되는 행운을 얻었다. 김창환은 신승훈의 데모 테이프를 듣고 그를 데뷔시키기로 결심했다. 국민 가수 신승훈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1990년 10월 1집을 발매했지만 첫 방송을 앞두고 결막염에 걸리는 바람에 방송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그는 과거 한 방송에서 "첫 무대 스케줄이 잡혔을 때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너무 건조한 탓에 안구결막염에 걸렸고, 두 번째 무대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아예 없어졌다"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밝힌 바 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신승훈은 앨범 발매 후 6개월 만인 1991년 5월 19일 자작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방송 데뷔에 성공했다. 신승훈은 이 곡으로 KBS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10' 5주 연속 1위를 차지해 골든컵을 수상했다. 신승훈의 1집은 데뷔 앨범으로는 처음으로 140만 장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밀리언 셀러가 됐다. 후속곡 '날 울리지 마'로도 골든컵을 수상한 신승훈은 제2회 서울가요대상 신인상, 제5회 대한민국 노랫말 대상, 골든디스크 본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신승훈에게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1992년이다. 신승훈은 1992년에 발표한 2집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SBS 음악 프로그램 '인기가요'에서 1월 28일부터 4월 28일까지 14주 동안 1위를 차지해 한국 기네스북에 올랐다. '우연히', '영원히 사랑할 거야'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골든 디스크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신승훈의 해였다.


또한 지난 1998년에 발표한 6집 타이틀곡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아시아 최단기간 1000만장 돌파라는 기록을 경신하며 빌보드 인터내셔널지 표지를 장식했다. 6집은 신승훈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맡아 완성도를 높인 앨범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다. 또한 1998년은 IMF라는 칼바람이 한국 사회를 서늘하게 만들었던 시기였던 만큼 신승훈의 곡은 대중에게 따뜻한 위로가 됐다.


신승훈은 그 후로도 발매하는 앨범마다 큰 사랑을 받으며 '발라드 황제'다운 위엄을 지켰다. 지난 2006년 발표한 10집 앨범 '더 로맨티스트'(The Romanticist)로 개인 통산 10번째 골든디스크 본상을 수상했다. 2008년 미니 앨범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 2009년 '러브 어 클락'(Love O'Clock) 등을 잇달아 발표했고 지난 2015년에는 정규 11집 '아이엠 앤 아이엠'(I am...&I am)을 발매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신승훈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는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수록된 OST 곡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불렀다. '엽기적인 그녀'가 중화권에서 뜨거운 사랑을 얻은 만큼 OST도 큰 호응을 얻었다.


신승훈은 '아이 빌리브'(I Believe)를 지난 2005년 7월 일본 데뷔 싱글 앨범으로 발매했다. 당시 오리콘 차트 20위에 진입했고, 그 다음날 순위가 13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성적을 거뒀다. 같은 해 8월에 발매한 정규앨범도 발매 당일 오리콘 차트 15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요계에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전설이 된 신승훈에게는 데뷔 초부터 남다른 음악적 소신이 있었다. 그것은 단 한편의 CF,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것. 본업인 가수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거절한 것이고 지금도 찍지 않고 있다. 그가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승훈은 지난달 데뷔 후 처음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인 '폴라로이드'를 발표했고, 신인가수 로시의 제작자로 변신했다. 또한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대중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예능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하는 가수는 아니기에 더없이 반가운 활약이었다.


이처럼 신승훈은 그간 걸어온 길에서 변화를 주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의 영광이나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그의 노력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모습이 그가 지난 27년간 가요계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비결은 아닐까. 신승훈이 걸어갈 27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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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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