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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게임단이 중국에서 열린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김진욱기자] 삼성이 사상 처음으로 운영하던 프로 스포츠단을 삼성과는 관련 없는 별개 기업에 매각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 그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e스포츠 기업 KSV는 1일 삼성 갤럭시를 운영해온 제일기획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삼성 갤럭시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KSV는 인수 금액이나 구체적인 인수 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삼성 갤럭시가 재계약한 코칭스테프 전원과 선수 6명을 인수하는 조건만 공개했다.

삼성의 프로게임단 매각은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중국에서 열린 2017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 진출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힌 10월 중하순 KSV측이 적극적인 제안을 해 인수가 결정됐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수익 구조가 없는 프로 스포츠단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KSV가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혀와 이번 인수 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은 지난 2015년 12월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를 마지막으로 주요 프로스포츠단을 모두 제일기획에 넘겼다. 제일기획은 프로게임단과 프로야구단을 포함해 프로축구 수원 삼성, 프로농구 서울 삼성, 여자프로 농구 용인 삼성생명, 프로배구 대전 삼성화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측은 제일기획에 프로 스포츠단을 넘기면서 20여년간 축적해온 스포츠 마케팅 전문 역량과 보유 구단들 간의 시너지를 활용한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명분을 걸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질적인 성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적자구조인 프로스포츠단 구조 조정을 위해 제일기획에 지분을 넘겼다는 것.

실제 삼성은 스포츠단이 대거 편입된 제일기획을 해외 기업에 매각하기 위해 지난해 초 협상을 진행했다. 이 협상은 결렬됐고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프로 스포츠단에 대한 구조조정을 꾸준하게 진행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프로구단이 아무리 우승을 많이 하더라도 적자를 낸다면 기업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발언을 던지며 스포츠단의 체질 개선을 촉구한 결과다.

이러한 흐름은 2016년과 2017년 이어졌다. 삼성은 국내 최고 프로 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단의 예산도 줄였다. 이러한 흐름때문에 일각에서는 프로 농구단이나 프로 프로배구단을 해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프로게임단도 언제든지 매각되거나 심지어는 해체까지도 할 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는 올해 롤드컵을 깜짝 우승하며 당분간 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 그룹이 아무리 스포츠쪽의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세계 최고 대회에서 우승한 팀을 바로 해체하거나 매각하는 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이 무색하게 삼성 그룹은 전격적으로 팀 매각을 결정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SV가 적극적으로 LoL e스포츠단 유치를 제안해왔고, 최근 한국 e스포츠 협회가 각종 악재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삼성은 프로게임단 매각에 대해 큰 고민없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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