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7일 충북 진천에서 ‘대한민국 체육 100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국가대표선수촌 개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제공 | 대한체육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대한체육회는 법률개정을 통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발행사업 수익금 50% 우선 배분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체육회는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28.1%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분배 받았다. 그러나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통합 이후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스포츠 복지 욕구를 이뤄주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체육계 주장이다. 이마저도 ‘받아서 쓰는’ 보조금 성격이기 때문에 현재 5%에 불과한 대한체육회의 재정 자립도를 악화시키고 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나는 내년부터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편성되는 지원금을 대한체육회로 돌리고 국민체육진흥기금 ‘편입 전’에 정률 배분하면 대한체육회가 보다 유연하고 다양하게 이 돈을 스포츠 발전에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재정지원 체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변화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엘리트 체육인의 일자리 증가를 통한 사회적 공헌도 확대, 그리고 생활 체육과의 진정한 통합이다. 지난해 10월 통합 대한체육회장에 선임된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현안 중 주요과제로 ‘은퇴 선수 취업’을 꼽으며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며 “20대 이후 하향세를 걷는 엘리트 선수들의 특징을 고려할 때 은퇴 선수의 진로 개척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엘리트 체육인들의 상황은 소수의 올림픽 혹은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이 은퇴 이후에도 지도자 변신에 이점을 누리며 달콤한 열매를 받아드는 반면, 대다수의 평범한 선수들은 은퇴 뒤 사회 적응이나 새로운 진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그 수가 상당한 폭으로 감소할 뿐 최근 10년간 은퇴를 결심한 선수들은 매년 3만명을 초과한다. 이 중 20~40살 사이면서 3년 이상 선수 경력이 있는 이른바 ‘진성 엘리트 체육인’은 매년 1만명을 오간다.

체육인들은 “예전보다는 엘리트 선수의 진로가 다각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문제는 운동부 해체 등으로 지도자 일자리 자체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에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전했다. 최근엔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월 열린 체육인 진로지원 통합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뒤 “스포츠산업은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라며 “스포츠클럽 등 전국 생활체육현장에 선수 출신 생활체육지도자의 배치를 의무화하도록 노력하겠다. 2022년까지 스포츠산업에서 신규 일자리 8만개를 창출하도록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스포츠 신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스포츠강국이 된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며 운동에 매달린 엘리트 체육인들의 노고에 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펜싱 박상영의 ‘할 수 있다’ 신드롬은 엘리트 체육의 긍정적 효과를 대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20대 중·후반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새 직장을 찾거나 사회에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대의 변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엘리트와 생활 체육이 통합하고, 기존 학원 중심 스포츠에서 유럽과 같은 클럽 중심으로 스포츠 기반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스포츠클럽이 생겨난다면 여기서 활동하는 국민들을 가르칠 지도자 수요가 엘리트 체육인들의 몫으로 상당 부분 돌아간다. 이들이 현역 때 닦았던 기술들을 생활 체육 현장 혹은 학교에서 전수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스포츠복지 해결 및 새로운 엘리트 선수 발굴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스포츠클럽의 확대, 그리고 양질의 지도자 및 행정가 충원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원활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대한체육회의 재정 체계가 바뀐다면 가장 원활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는 체육인들이 많다. 대한체육회는 ‘어젠다 2020’을 통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려면 제도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공공스포츠클럽을 시·군·구별로 하나씩 만들어야 하고, 해체되는 학교 운동부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학교스포츠클럽을 정착시켜야 하며, 체육지도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지도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현재의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방법으로는 산적한 숙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다. 주어진 개별 사업을 단순 관리하기에 급급한 체육재정으로는 체육 시스템 개혁이 요원하다.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대한체육회에 체육 재원을 과감하게 배분해야 한다.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을 기금 편입 전 대한체육회에 확대 배분(30%→50%)하고, 재정 자립하는 것이 방안이다”고 했다.

결국 대한체육회 등 비영리단체와 민간기업이 체육인 일자리 창출 중심에 서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인 스포츠복지가 정치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체육인들의 손으로 해결되는 것을 뜻한다. 엘리트와 생활 체육은 지난해 통합되면서 한국 스포츠에 중요한 획을 그었으나 아직 물리적 결합에 그치고 있을 뿐 화학적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나라와 고장을 빛냈던 체육인들이 생활 체육 현장 곳곳에 스며들 때, 진정한 화학적 결합이 이뤄진다. 스포츠토토 관련 법률개정이 진정한 통합을 위한 강한 추진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체육인들이 대학 졸업 뒤 혹은 은퇴 후 직업을 갖고 사회 곳곳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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