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왼쪽)이 제자들과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를 관전.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982년 설립 이후 어느덧 37번째 시즌을 앞둔 KBO리그지만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제22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임명을 앞두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어깨가 무겁다.

규모는 확실히 커졌다. 2015시즌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관중수와 중계권 수익, 시청률의 안정화가 이뤄지며 규모를 갖춘 프로리그로 자리매김했다. 흥행성과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KBO리그가 한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리그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너무 많다. 승부조작, 불법도박, 심판 금품수수 사건 등으로 KBO리그는 매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약 10명의 선수들이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혐의로 영구제명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다.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선수도 있다. 최규순 전 심판의 상습사기 사건은 리그 전체에 불신을 가져왔다.

각 구단의 만성적자는 처방전 없는 고질병이 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시작된 야구 르네상스로 800만 관중 시대가 열렸고 각 구단은 매 년 수십억원의 중계권을 받고 있으나 가파르게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무리 구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도 선수단 연봉을 비롯한 운영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모그룹의 지원이란 특수한 상황 덕분에 구단이 운영되고 있으나 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정리대상 1순위는 구단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외줄타기 경영의 결과는 끝없는 추락일 수밖에 없다.

프리에이전트(FA)와 마케팅 제도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FA시장에선 소수의 초특급 선수들만 돈방석에 앉는다. 중저가 FA와 베테랑 FA는 보상선수 제도에 묶여 사실상 원 소속 구단 외에는 갈 곳이 없다. 통합마케팅에 대한 고민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시기가 됐다. 메이저리그(ML)와 일본프로야구처럼 야구팬의 편의가 곧 구단 수익의 증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KBO 고위 관계자는 “A구단의 경우 A그룹 내부 통합마케팅에만 신경 쓴다. A그룹이 소유한 의류브랜드, 쇼핑몰, 티켓 예매 사이트를 구단과 통합하는 데에는 관심이 많다. 반대로 구단끼리의 연계는 극도로 꺼린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MLB.com처럼 KBO리그의 모든 역량을 집합시킨 KBO.com 설립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야구는 언젠가 다른 종목은 물론 또다른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

정운찬 전 총리는 과거 미국 유학 경험을 통해 ‘야구광’이 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꾸준히 잠실구장을 찾는 것은 물론 야구 컬럼을 매체에 기고하고 야구서적을 집필하기도 했다. 모교인 서울대 야구부를 향한 지원에도 아낌이 없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정 전 총리의 신임총재 추천이 확정된 29일 “정 전 총리의 학자로서 발자취와 야구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동반성장의 전도사 경력은 KBO리그 총재자격을 입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총재 취임에 앞서 KBO리그에 산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리그발전 계획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구광’ 출신 ‘야구 총재’의 탄생을 예고한 정 전총리가 KBO리그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야구 구원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