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씨름에 숨어있는 인류의 보편성
    • 입력2017-11-28 05:30
    • 수정2017-11-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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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민족 전통 스포츠의 세계화는 개념상으로도 녹록치 않은 일이다. 전통 스포츠가 민족적 에토스(ethos)를 기반으로 이질성과 차별성을 그 특성으로 삼고 있다면 세계화는 각기 다른 민족적 에토스를 인류의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켜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스포츠인 씨름의 세계화는 갈 길이 분명해진다. 씨름에 숨어 있는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적극적으로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전통성을 애면글면 강조하기 보다는 타 민족과의 정서적 접점을 찾아 씨름의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

겉으로 보면 씨름은 한국의 고유 스포츠처럼 보이지만 꼼꼼이 분석하면 씨름만큼 인류의 보편성이 도드라지는 종목은 드물다. 잡고 쓰러뜨리는 건 인간의 보편적 놀이의 원형질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구촌 전 지역에서 씨름과 유사한 전통 스포츠가 존재하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600여년 역사의 터키의 전통씨름인 ‘야울 귀레시’, 스위스의 ‘쉬빙겐’, 스페인의 ‘루차 카나리아’, 아이슬란드의 ‘글리마’, 우즈베키스탄의 ‘크라쉬’, 투르크메니스탄의 ‘고레쉬’. 어디 그 뿐인가. 일본의 ‘스모’, 몽골의 ‘부흐’, 러시아 야쿠티아공화국의 ‘합사가이’ 등등. 사실상 지구촌 전역이 자신들의 전통 씨름을 갖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씨름의 세계화가 절실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다른 민족의 씨름이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전통 스포츠라는 한계에 매몰된 채 폐쇄적인 관점을 고수하고 있을 때 한국 씨름이 세계화를 적극 추진한다면 이들을 하나로 아우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한국 씨름은 각국의 전통 씨름을 하나로 포섭하는 미래 스포츠의 총아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씨름의 세계화는 그리 멀지 않았다. 지난 26일 전남 나주에서 막을 내린 IBK기업은행 2017천하장사씨름대축제를 통해 그 가능성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려 12개국 70여명의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며 세계화의 첫 발을 내디딘 한국 씨름에 든든한 힘을 보탰다. 이미 2005년부터 씨름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스페인의 루차 카나리아 선수들은 한국 씨름 선수들을 위협할 정도로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내면서 천하장사대회 8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 씨름은 샅바를 이용한 다채로운 기술이 그 묘미다. 다른 나라 전통씨름과의 결정적인 차이점 또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선수도 기술을 지렛대 삼아 거구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게 한국 씨름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이며 이게 곧 다른 나라 씨름을 압도하고 포섭할 수 있는 든든한 이점이기도 하다.

씨름 속에 숨어있는 인류의 보편성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갖고 눈을 세계로 돌려보자. 씨름은 스포츠 가운데 태권도에 이어 한류 문화 확산의 중요한 콘텐츠로서 가치가 높다는 게 체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씨름을 해외에 보급하기 위해선 많은 게 필요하겠지만 외국인들에게 씨름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전수관 설치가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은 귀담아둘 만하다. 스포츠가 지닌 가치와 힘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제 씨름의 세계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힘을 한데 모아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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