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버나디나가 3회초 1사2루 1타점 중전안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3년 만에 투수력 급증? 현 시스템으로는 어렵다.”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일본과 대만의 젊은 선수들을 지켜본 야구 관계자들은 걱정이 한가득이다. 한국 선동열 감독은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은 소득”이라면서도 “투수들이 성장하지 않으면 국제대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고생한 선수들과 국민들의 기대감 때문에 대놓고 말을 못했지만 걱정스러운 표정까지 숨기지 못했다.

도쿄 올림픽까지 매년 국제대회가 열리고 양현종(KIA), 장원준(두산), 김광현(SK) 등 왼손 에이스 삼총사가 대표팀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이후까지 생각해야 한다. 선 감독은 “투수들이 성장하면 그에 맞춰 타자들도 진화하게 돼 있다. 제구와 완급조절 능력을 갖춘 일본과 대만의 에이스급 투수들에게 우리 타자들이 꼼짝도 못했다. 타자들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해 내성을 키워야 하는 게 더 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SS포토]한국-일본전 4회말, 박세웅 내려가고 심재민 등판
한국 야구대표팀의 선발투수 박세웅(오른쪽)이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 4회말 무사 1,2루 일본 도노사키에게 적시타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심재민이 등판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3년 만에 없던 투수가 갑자기 등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젊은 투수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확대해 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팀 당 5명 보유에 3명 출전식으로 외국인 선수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각 구단은 프리에이전트(FA)에 큰 돈을 쓰기보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부족한 전력을 채우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육성 기조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인데 외국인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이 육성하는데 우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NC는 에릭 테임즈가 타선에 중심을 잡아준 3년 동안 급성장했다. APBC에서 국제용으로 가능성을 비춘 박민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 투수들이 끼치는 영향도 크다. 레다메스 리즈나 메릴 켈리, 에스밀 로저스 등이 타자들을 압도하면서 이들의 투구 기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KIA는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 팻 딘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준 덕분에 임기영이라는 차세대 에이스를 발굴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났다면 임기영도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가 외국인 투수들의 잇딴 부진으로 젊은 선발진을 키우지 못한채 10년을 잃어버린 것도 같은 이유다.

[SS포토] kt 피어밴드, 정조대왕 유니폼...잘 어울리나요?
kt 피어밴드가 14일 수원 LG전에서 정조대왕 기념 유니폼을 입고 역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방구단의 한 감독은 “현행 3명 보유 2명 출전 규정을 고수하더라도 팀 사정에 따라 포지션에 관계없이 외국인 선수를 뽑을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투수력이 약한 팀은 외국인선수 세 명을 모두 투수로 쓰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야 상대와 싸울 힘이 생긴다. 형평성을 논하기 전에 각 팀의 선수 구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보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프로에서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확대하려면 프로야구 선수협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밥그릇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FA 몸값 100억원 시대에 내년부터 에이전트 제도가 본격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KBO리그의 수준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자명하게 드러난 이상 고액 연봉자들이 주도하는 선수협도 변화가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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