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이근호, 결정적 슈팅 날렸지만...
동아시안컵에서 공격을 풀어갈 이근호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신태용호’의 동아시안컵 최대 우려는 유럽파 2선 공격수들이 3명이나 빠진다는 것이다. 이달 콜롬비아 및 세르비아전에서 맹활약했던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측면에서 활발히 움직였던 권창훈(디종),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했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소속팀 일정 관계로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는가가 숙제로 떠올랐다. 특히 새 전성기를 맞은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32·강원)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근호는 21일 발표된 동아시안컵 엔트리 24명에서 미드필더로 발탁됐다. 그는 콜롬비아전 및 세르비아전을 앞두고 이정협(부산)과 함께 공격수에 이름을 올렸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번엔 이정협과 함께 김신욱(전북), 진성욱(제주)을 공격수로 올려놓고 이근호를 미드필더에 집어넣었다.

명단에 미드필더로 들어갔다고 공격수로 뛰지 말란 법은 없다. 손흥민도 이달 A매치 2연전에서 미드필더에 포함됐으나 막상 주어진 역할은 투톱 중 하나였다. 손흥민과 이근호는 신 감독의 고민 끝에 내놓은 4-4-2 포메이션의 공격 콤비를 맡아 맹활약했다. 대표팀의 플랜A를 제시했다. 그러나 동아시안컵 멤버의 변화를 고려하면 이근호의 다양한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스피드와 돌파가 좋은 이근호는 공격 어느 곳에 서도 손색이 없는 멀티 플레이어다. 좌·우 측면 날개로 활약할 수도 있고, 원톱 뒤를 지원하는 2선 공격수로도 제격이다. 신 감독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꼭 4-4-2를 하진 않겠다. 동아시안컵에선 4-3-3도 쓸 수 있다”며 포메이션 다변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에 ‘이근호 시프트’도 예측할 수 있다.

우선 김신욱이나 이정협을 원톱으로 세울 때 이들의 뒤에 포진해 ‘빅 앤 스몰’ 조합으로 뛰는 이근호를 그려볼 수 있다. 이근호는 지난 2012년 울산에서 김신욱과 한솥밥을 먹을 때 이런 식으로 찰떡궁합을 이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공헌했다. 스스로도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축구 인생 최고의 해를 보냈다. 이정협과도 낯설지 않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때 함께 발탁돼 손발을 맞춘 적이 있다.

깜짝 발탁된 진성욱과의 또 다른 조합도 예상할 수 있다. 진성욱은 투톱 시스템에 어울리는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콜롬비아 및 세르비아전처럼 이근호와 진성욱이 투톱을 꾸리는 게 가능하다. 아니면 진성욱이 김신욱 혹은 이정협과 전방 공격을 맡고, 이근호가 좌·우 측면으로 가는 시스템도 예상할 수 있다. 이근호의 팔색조 같은 스타일이 신태용호 공격의 윤활유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근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은 뒤 카타르 엘 자이시로 이적했으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후 전북, 제주를 거쳐 올해 강원으로 이적할 때만 해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케이스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 6월 국가대표 재발탁을 통해 대반전을 이뤘고 이젠 동아시안컵 2연패, 내년 러시아 월드컵 16강을 준비하는 신태용호의 키플레이어로 부상했다. “내 장점이 뛰는 거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 이근호의 움직임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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