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롯데 문규현, 홈런으로 동점 만들었지만...
롯데 문규현이 19일 사직 두산전에서 0-1로 뒤진 3회 솔로 홈런을 쳐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잠잠하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견에 내년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앞둔 각 구단의 전략변화로 풀이된다. 개장 열흘을 훌쩍 넘긴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얘기다.

지난 8일 자정을 기해 개장한 FA 시장은 롯데 문규현과 kt에 둥지를 튼 황재균을 제외하고는 소식이 없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최대어 민병헌과 손아섭을 물밑 접촉을 통해 시장 평가를 알아보는 중이고 재자격 권리를 취득한 베테랑들도 눈치싸움에 여념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에이전트가 사실상 협상을 주도하다보니 이른바 ‘업계동향 파악’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움직임만 포착되고 있다. 각 구단은 저마다 ‘합리적인 판단’을 주장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 이르면 오는 22일 열릴 2차 드래프트 이후에나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시기”라면서도 “FA 몸값이 너무 높아져 모든 팀이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만성적자 구조인 프로야구 시장에서 특정선수에게 큰 돈이 쏠리면 선수간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심하다. FA를 앞둔 선수들도 주력군들은 대대적인 인상을 기대하는 눈치라 시장정리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일찌감치 FA시장 철수를 선언한 지방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선수출신, 감독출신 단장들이 늘어나면서 각 구단의 기조가 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을 각 구단의 색깔에 맞게 편성하고 육성해 시즌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경영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괄목할 만 한 성적을 올린, 소위 ‘우승 청부사’라면 모를까 불필요한 지출에 유망주 유출을 하면서까지 FA 영입에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SS포토] 최준석의 주먹 불끈! 역전이 코 앞이다!
롯데 자이언츠 최준석이 11일 마산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NC와의 3차전에서 3-5로 뒤진 5회 2사 만루 찬스를 맞아 1타점 적시타로 출루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자연스럽게 FA 재자격을 얻은 베테랑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정근우와 최준석, 손시헌 이종욱 등은 이미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라 금액보다 계약 기간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구단 입장에서는 하루 하루 움직임이 달라지는 베테랑들에게 선뜻 4년 계약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육성기조에 어긋나기도 하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선수와 다년계약을 할 경우 일어날 후폭풍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2년 보장에 1년 옵션 형태의 계약을 원하지만 안정성을 첫 손에 꼽는 선수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계약기간이 줄면 상응하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구단이 쉽게 양보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구단처럼 계약기간을 줄이는 대신 코치 보장 등의 옵션을 제시하는 곳도 있지만 이름값 있는 선수일수록 현역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접점이 좁혀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구단과 선수가 생각하는 ‘안정성’에 큰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백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준척급 FA’들도 마찬가지다. 롯데와 2+1년에 총액 10억원으로 계약한 문규현 처럼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생애 한 번 뿐일 수도 있는 FA 권리를 만끽하고 싶은 인간적인 바람도 무시할 수 없다. 갈수록 차가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냉랭한 기류만 흐르는 FA시장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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