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한국과의 결승전 눈앞에 둔 일본의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
일본의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왼쪽)이 8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일본과 대만의 경기 7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마쓰모토의 2타점 2루타 때 득점을 한 나카무라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7. 11. 18.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도쿄=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마치 엄청난 한이라도 맺힌 것 같다. 사령탑이 특히 그렇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비 기간부터 일본의 테마는 어떻게든 한국을 꺾는 것이었다. 젊은 선수들로 2020 도쿄올림픽에 대비하자는 대회 취지보다는 오직 한국전 승리에 모든 것을 맞춘 인상이 강하다.

일본 이나바 야츠노리 감독은 지난 18일 일본 대만전 승리로 한국과 결승에서 다시 맞붙는 것에 대해 “한국이 첫 경기서 일본에 졌기 때문에 반드시 일본을 이기겠다는 각오로 올 것이다. 우리가 한국 이상의 각오를 지녀야 한다. 여기는 일본이다. 일본 팬의 힘을 빌려 잘 싸우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대만전에서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진 선발투수 이마나가 쇼타도 “나도 한국전에 나가고 싶다. 상황이 된다면 동료들을 도와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 얼마든지 대기하고 있겠다”며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얘기를 꺼냈다.

이마나가의 이틀 연속 등판 여부를 차치하고 분명한 점은 일본의 한국을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APBC 준비 과정부터 지금까지 일본 대표팀을 취재한 일본 기자들도 “이나바 감독이 정말 한국을 이기고 싶어한다”며 “예전에도 한국과 경기에는 관심이 집중되고 승리하자는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나바 감독처럼 대회 한참 전부터 한국을 의식하는 감독은 못 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대표팀 구성 과정을 돌아봐도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초 일본은 24세 이하·프로 3년차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와일드카드 3장을 전부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그런데 엔트리 최종 발표를 앞두고 와일드카드 3장을 알차게 사용했다. 4번 타자 야마카와 호타가, 우승팀 소프트뱅크의 주전포수 가이 다쿠야, 불펜 필승조 마타요시 가츠키 등을 승선시키며 전력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와일드카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한국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일본 언론은 일본 대표팀의 이러한 모습이 ‘이나바 감독의 과거가 투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실제로 이나바 감독은 현역시절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수차례 한국과 마주했다. 2년 전인 프리미어12에선 일본 대표팀 타격 코치였다. 이나바 감독이 경험한 한일전은 일본의 승리보다 한국의 승리가 많았다. 때문에 이나바 감독에게 한일전은 복수전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물론 의식하는 만큼 부담을 갖고 긴장감도 커진다. 지난 16일 한일전만 돌아봐도 그랬다. 일본 에이스 야부타 카즈키는 1회부터 4회까지 매이닝 한국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두 차례 볼넷을 얻어 출루를 기록한 박민우는 “내가 볼을 잘 고른 게 아니다. 상대가 코너워크를 완벽하게 하려다 볼넷을 범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한국 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일본도 많이 긴장한 게 눈이 보였다. 투수들의 경우 정규시즌 때보다 구위나 제구가 안 좋았다. 특히 우리 타자들이 포크볼과 같은 공에 당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계속 갸우뚱하더라.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다”고 말했다.

일본은 대만과 경기에선 한국전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투수 이마나가는 야부타보다 5㎞ 이상 느린 공을 던지면서도 자신 있는 투구로 탈삼진을 12개나 기록했다. 타자들도 차분하면서 침착하게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갔다. 일본 특유의 적극적인 희생번트를 앞세운 득점공식이 계획대로 이뤄졌다.

결국에는 정신력이다. 지난 한일전에서 본 것처럼 예상했던 것보다 전력 차이는 크지 않다. 심적인 동요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팀이 한일전에서 승리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지난 2경기를 통해 소위 말하는 배짱있는 선수가 누군지 확인했다. 이제 최적의 라인업을 앞세워 진검승부를 벌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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