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 아침저녁으로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스산한 날씨, 어느덧 가죽코트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 됐다. 겉엔 가죽을 입었어도 알맹이가 부실하면 춥다. 뜨끈한 것을 먹어야 한다. 그것도 든든한 것으로, ‘쌀밥에 고깃국’. 바야흐로 곰탕의 계절이다.

한기와 허기를 동시에 이겨낼 수 있도록 확실히 도와주는 음식이 바로 곰탕(설렁탕)이다. 날이 추울수록 뽀얀 김을 얼굴에 내뿜는 뜨거운 곰탕 한그릇이 절실하다. 설사 진짜 ‘곰’이 들었대도 상관없다. 자꾸만 국그릇에 숟가락이 가는 것은 당신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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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관 곰탕(특)에는 내포를 추가해서 나온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명동 ‘하동관’=

서울에선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최고 곰탕집이다. 1939년 서울 청계천변 수하동에서 장사를 시작한 하동관은 2006년 청계천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명동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80년 가까운 세월동안 3대째를 이어가며 그 전통의 맛을 지켜내고 있다. 한우 양짓살과 차돌박이로 우려낸 맑고 진한 국물이 특징인 하동관 곰탕은 뜨끈하게 덥힌 방짜유기에 토렴으로 말아 낸 밥과 살코기가 가득 담겨 나온다. 토렴으로 말아낸 곰탕은 뜨겁지 않고 따끈하며 간은 적당해 굳이 소금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송송 썬 파를 듬뿍 넣고 끓여낸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고기와 밥을 뜬 숟가락에 깍두기를 올려 입에 넣으면 어느새 활기충전 기운 불끈하다. 먹다가 중간에 깍국(깍두기 국물을 줄인말)을 넣어 먹어도 별미다. 노란 주전자에 담긴 깍두기 국물을 곰탕에 살짝 부으면 매콤하고 살짝 달짝지근한 깍국 맛이 개운한 맛을 더한다. ‘특’을 주문하면 살코기와 양과 천엽 등 내포가 함께 나온다. 메뉴엔 없지만, 밥 양을 줄이고 대신 고기를 더 넣은 ‘맛배기’도 있다.

★가격=곰탕 1만2000원, 곰탕(특) 1만5000원

방치탕
덕원식당 ‘방치탕’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영등포동 ‘덕원식당’=서울 영등포 공구상가 골목 안쪽에 자리한 덕원식당은 꼬리곰탕으로 이름난 맛집이다. 이 집의 꼬리곰탕은 꼬리의 크기에 따라 꼬리곰탕, 중토막, 방치탕으로 나뉜다. 특히 꼬리곰탕계의 제왕격이자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방치탕은 뚝배기에 담겨나온 어른 팔뚝만한 크기의 꼬리뼈가 시선을 압도한다.

방치는 엉덩이를 뜻하는 충청도 방언으로 이 집 방치탕은 소 꼬리와 엉덩이가 만나는 골반 부위로 끓여 낸 탕을 말한다. 커다란 크기의 꼬리뼈만큼이나 살도 푸짐하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살을 발라 부추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담백한 육향이 가득 차오른다.

꼬리곰탕
덕원식당 ‘꼬리곰탕’

살을 다 발라먹을 때쯤 채썬 파를 넣은 맑은 곰탕국물을 따로 내어준다. 국물은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깔끔한 맛으로 담백함 그 자체다. 국물은 소금이 아닌 부추양념장으로 간을 하는 게 포인트다. 그래야 감칠맛이 살아난다. 뜨끈한 곰탕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 깍두기 하나 얹으면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가격=꼬리곰탕 1만5000원, 중토막 1만7000원, 방치탕 3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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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관 ‘양곰탕’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경기 고양시 대화동 ‘서동관’=일산 킨텍스 인근에 자리한 서동관은 고양시 최고의 곰탕맛집 중 하나다. 점심시간이 되자 일산 뿐만 아니라 서울 등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이 집의 양곰탕은 두툼하게 썬 양짓살과 소의 양(첫번째 위)을 밥과 함께 방짜 유기에 담아 토렴식으로 말아낸다.

소고기뭇국처럼 맑은 국물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고 깔끔하다. 쫄깃한 양과 부드러운 양짓살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식감을 느껴진다. 혹여 느끼함에 내켜 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토렴식으로 말아낸 탕은 뜨겁지 않고 따끈해 바로 먹을 수 있다. 소금으로 적당한 간을 하고 송송 썬 대파를 듬뿍 넣으면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부드러운 고기를 얹은 곰탕 한 숟갈에 매콤한 깍두기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추운 날씨로 움츠렸던 몸이 금세 활력을 찾는다.

★가격=양곰탕 1만4000원, 곰탕 1만2000원(특곰탕 1만5000원, 차돌곰탕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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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옥 곰탕.

●서울 종로3가 영춘옥=영국 런던 피카딜리가 아니다. 서울 종로 피카디리 극장 옆에는 반백 전부터 종로를 오가던 이들의 뱃속을 든든하게 해준 곰탕집이 하나 있다. 그곳이 바로 영춘옥이다. 뭐 상호는 중국 무술 이름을 닮았지만 순수 토종 한식 곰탕집이다. 술꾼 들 사이에선 새벽 해장국집으로 오래 전부터 유명하다. 푸짐한 고깃덩이가 잔뜩 붙은 안줏거리 소뼈다귀 찜인 ‘따귀’ 역시 불티난 듯 팔려 나간다.

꼬리곰탕과 꼬리찜을 하는 집이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곰탕집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집 기본 메뉴인 곰탕은 양지를 많이 넣고 기름지게 끓여낸 옛날식이다. 뚝배기에 뜨끈한 국물이 가득 담겨나온다. 대파를 넉넉하게 넣고 후추를 살짝 뿌린 후 한수저 뜨면 세상을 다가진 듯하다.

고기는 부드럽지만 씹는 맛은 남겨놓았다. 국물은 진하다. 따로 소금을 넣지않아도 된다. 그저 밥을 말아 깍두기 한 개씩 올려 입안에 욱여넣으면 한기는 사라지고 포만감이 남는다. 이런 것이 진정한 곰탕의 효과다. 늦가을 초겨울 종로 나들이엔 그저 영춘옥 곰탕에 밥을 말 기대부터 하게된다.

★영춘옥=곰탕 8000원, 꼬리곰탕 1만8000원, 뼈다귀찜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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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옥 양지설렁탕.

●서울 마포 마포옥=원래부터 있던 설렁탕집이다. 마포에 소금쟁이, 젓갈장수 들이 몰려들어올 당시에도 설렁탕집이 있었다. 서울에선 사골과 내장을 두둑히 쓴 설렁탕이 지방의 곰탕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무려 70년의 역사(1949년 개업)를 자랑하는 마포옥은 이문설렁탕, 이남장 등과 함께 설렁탕집의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래서 점심 한끼에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많은 단골이 끊이지 않는다. 긴 줄을 드리워도 추위에 벌벌 떨면서 이집 설렁탕 뚝배기 한사발 받아드는 순간을 기대하며 버티고 견딘다.

한우 사골에 양지를 넣은 ‘고급 설렁탕’이다. 뽀얀 국물과 신선한 대파는 이집이 음식재료에 대해 허투루 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물은 고소하고 큼지막한 고기는 부드럽다. 웬만한 집 수육 한접시가 통째로 들어있는 듯 하다. 여기다 신김치, 생김치, 파김치까지 취향에 따라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김치를 차려낸다.(달라고 해야 준다).

특히 기름기 그리운 이라면 차돌탕을 주문하면 좋다. 꼬득하고 기름이 단단히 붙은 차돌박이가 푸짐하게 들었다.

★마포옥=양지설렁탕 1만3000원(특설렁탕 1만7000원), 차돌탕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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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집 도가니탕.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서울 독립문 ‘대성집’=

토요일 오후 4시경에 찾았지만 식당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4인 기준 식탁 20여개는 산행을 다녀온 중장년층을 비롯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들로 이미 꽉 차있었다. 대표 메뉴는 두말할 필요없이 도가니탕으로 보통과 특이 있었다. 보통을 주문하자 먹기 좋게 잘 익은 김치, 깍두기, 마늘장아찌가 도가니탕과 함께 식탁에 올려졌다.

물 반 고기 반이라더니 도가니탕은 도가니 반 국물 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쫄깃한 도가니(스지)가 한 가득이었다. 4시간 넘게 우려낸 육수는 잔뜩 웅크린 뱃살을 살살 녹인다. 금세 들이켜게 된다. 도가니 또한 비린내 하나 없이 ‘쪽쪽’소리를 내며 입안에서 녹아 내렸다.

주방 한켠에서 커다란 육수를 만들고 고기를 써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사장 이춘희(70) 씨였다. 이씨는 “문을 연지 벌써 60년이 됐어요. 아버지 때부터 시작했지. 난 50년 동안 식당에서 일했어”라며 “잘되는 비결이 뭐있겠어요. 그저 정직하게 맛있는 것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지. 저기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는 애도 내딸이라우”라고 말하며 다시 국자를 잡았다.

★가격=도가니탕 1만2000원(특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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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한우곰탕명가 한우곰탕.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고양시 일산동구 웨스턴돔 ‘한우곰탕명가’=일산에서 제일 번화한 웨스턴 돔 2층에는 한우곰탕명가라는 곰탕 전문집이 있다. 한우만 취급하게 때문에 식당의 이름도 그렇게 만들었다. 양지를 주재료로 육수를 만들고 아침에 공급받은 신선한 한우가 주재료다. 곰탕하면 소머리고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곳에서는 한우의 살코기만 취급한다.

주인은 20여 년 동안 한우 매매업을 하다 4년전에 직접 식당을 열었다. 주인은 “소머리고기는 요즘 젊은이들, 특히 수도권 젊은이들에게는 취향이 안 맞는다. 부위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콜라겐이 너무 많은 것도 그렇다”며 “우리집은 살코기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먹기도 편할뿐더러 보기도 좋다. 그런 면에서 여성들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가격=한우곰탕 1만1000원(특 1만4000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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