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성 이미지 (5)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가수 휘성은 최근 10년간 잔뜩 몸을 움츠렸다. 군 복무와 맞물려 외부에 긴 공백기로 보이는 시기를 거치는 동안 생각이 많았고, 고민도 많았다.

몸을 움츠렸던 건 결국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필수과정이었다. 10년간 자신을 정신적으로 괴롭히던 질문에 대한 해답도 어느 정도 찾았다. 최근 그의 행보는 주목할 만 하다. 음악적 열정이 가장 뜨거웠던 18년전 언더그라운드 시절 예명인 ‘리얼슬로우’라는 이름으로 최근 ‘아로마’라는 신곡을 냈고, 앞서 ‘리얼슬로우 컴퍼니’라는 자신의 회사도 차렸다.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 20년을 돌아보며 ‘욕심이 많았고, 교만하기도 했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내린 휘성은 앞으로 가수, 방송인, 뮤지컬 배우 등 주어진 일은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금 휘성은 데뷔 20년 만에 그 어느 때보다 활동 의지가 충만하다.

-신곡 ‘아로마’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휘성의 원래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

내년 봄이나 가을쯤 보컬리스트로서 모습이 강조된 휘성의 음악을 선보이려 한다. ‘안되나요’, ‘결혼까지 생각했어’ 같은 내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 있다면 거기에 맞는 행보도 보여줘야 한다. ‘리얼 슬로우’라는 예명으로는 트렌디한 음악을 보이고, ‘휘성’으로는 휘성다운 음악을 보이겠다. 둘 중 뭐가 ‘주(主)’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없다. 상황에 맞게 가면된다.

-솔로 가수로는 2002년 데뷔했지만 97년 SES의 백댄서를 거쳐 99년 그룹 A4 멤버로도 활동했다.

가요계에 발을 내디딘 건 1997년 S.E.S.의 백댄서로 나선게 시작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한지는 20주년이 됐지만 A4를 아는 이들에겐 19년째일 수 있고, 휘성을 아는 이들에게 난 16년차 가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 데뷔년도가 언제인지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연예인으로서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어떤 시간을 보냈나.

욕심이 과했다. 그런데 과했던 욕심 때문에 내 여러가지 면을 스스로 볼 수 있었다.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렇게 내게 운이 있을 때 해야 하는게 뭘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운이 따를 때는 파격적이어야 하는데, 운이 안좋을 때 파격은 곧 자멸을 의미한다. 운이 있을 때 내가 지금 잘되고 있을 때는 나중에 운이 없어졌을 때 지금과 같은 일상을 비슷하게 누릴 수 있는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메뉴얼은 인문학적으로 접근할 때 생긴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힘든 시기를 거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2010년대 ‘공백기’가 꽤 긴 것처럼 보인다.

2010년대 초반엔 군대 공백기가 컸다. 군대를 다녀와서 2013년에 활동했지만 2015~2016년엔 조금 쉬었다. 좋은 과정을 밟았다. ‘판타지’ 속에 숨어있다가 사람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었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가수인데 예능에 자주 안 나온다고 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조금 웃기긴 하다. 나는 지난해 행사 70개 이상을 소화하며 노래 했는데도 그렇다.그러나 이게 현실이다. 이 현실에 맞게 활동해야 하고 이런 분위기를 즐겨야 한다.

예능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 예능에 나가면 출연진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많이 나간다. 나와 잘 안맞는 부분이 있다. MBC 라디오스타에 세 번 나갔는데 대중이 휘성이라는 가수한테 원하는 게 그렇게 웃긴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웃길 생각은 없다. 강렬하게 남긴 인상은 유지하고 싶다. 다만 일관되게 진지하다 보면 어떤 프로그램 등에서 알아주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리얼리티 등에 나가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시키면 할 수있는 만큼은 한다.

휘성 이미지 (4)

-개그맨 조세호가 휘성 성대모사로 큰 인기를 모았다. 처음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조세호는 동네 후배인데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내 성대모사로 떴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사람들이 너무 웃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는게 아니라 조세호를 보고 웃는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조세호에게도 ‘괜찮다. 나를 보고 어색해 하지 마라’고 말해줬다. 지금은 나도 행사에 가면 조세호가 나를 성대모사한 걸 활용한다. 무대에서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부분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좋아한다.

-오는 24일 시작하는 뮤지컬 ‘올슉업’에서 세기의 락앤롤 스타 ‘엘비스’ 역할을 맡는다.

뮤지컬은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내가 살아온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내가 특정인을 연기 한다고 해서 나를 놔버리면 안된다. 내가 엘비스를 연기한다고 해서 그에게 맞추려고 하면, 작품이 나를 캐스팅한 의미가 없어진다. 휘성의 엘비스는 어떨지에 대한 기대치를 맞춰줘야 한다. 무대 위 다른 나를 보여줄 기회다. ‘저런 매력이 있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모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좋은 쪽으로 주목받을 때 희열을 느낀다.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욕구도 충족되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오는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겟 섹시’라는 타이틀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겟 섹시’를 장난스럽게 발음하면 ‘개섹시’가 되지 않나. 그런 재치에 감각적인 부분을 결합해 무대 위에서 내가 가진 섹시한 요소, 소울풀한 열정을 풀어내려 한다. 멋있게 보이고도 싶지만 무대 위에서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휘성의 인간적 모습을 무대 위에서 체계적인 구성으로 선보이겠다.

앞으로 뭐든 하려 한다. 지난해 무렵부터 그런 각오를 다졌다. 작곡가, 작사가, 가수로서의 휘성, 회사 리얼슬로우 컴퍼니의 CEO, 엄마아빠의 아들로서 휘성, 여자에게 한 남자로서의 휘성. 뮤지컬 배우 및 예능 출연자로서의 휘성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리얼슬로우 컴퍼니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