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용 회장
이연용 대한보디빌딩협회장이 2일 서초구 서초동에서 진행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한국 보디빌딩은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고여서 썩은 물을 맑게 만들겠다는 대한보디빌딩협회 이연용 회장(59)의 의지는 단호했다. 지난 해 9월5일 치러진 대한보디빌딩협회 통합 1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 회장은 부임 초기부터 협회의 개혁과 함께 통합과 단결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디빌딩계는 국내 최초로 ‘육체미’를 겨뤘던 제1회 미스터코리아 대회가 창설된 1949년 이후 38년 만인 1987년에야 대한보디빌딩협회를 창설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내부에선 파벌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약물 복용의 온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떨쳐내지도 못했다. 이 과정을 바깥에서 지켜본 이 회장은 탕평책을 통해 보디빌딩계를 대통합하고 세계무대로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일 이 회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한국 보디빌딩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 지금까지 대한보디빌딩협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나.

대한보디빌딩협회의 대통합이 시급하다. 보디빌딩협회는 17개 각 시도에 협회가 있을 뿐 큰 조직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여와 야의 대립이 토착화된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합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쉽지는 않다. 나는 체육계에 몸담고 있던 사람이 아니다. 밖에서 지켜본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문제점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30년 이상 사업을 했다. 사업가 입장에서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새로운 사람 몇 명으로 기존의 협회를 바꾸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서 임기 초기 1년 동안은 개혁과 발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많이 생겼다. 그 문제로 워낙 스트레스를 받아서 회장직을 내려놓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최근 들어 스포츠계에 적폐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적폐를 걷어내지 못하면 보디빌딩은 물론 체육계의 발전도 쉽지 않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되나.

가장 시급한 것이 도핑 근절이다. 보디빌딩 자체가 약물 복용의 온상으로 비쳐진다. 도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보디빌딩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각을 바꿀 수 없다. 두 번째는 공정성 확보다. 보디빌딩은 올림픽 종목도 아닌데 항상 심판의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심판이 판정을 내릴 때 나를 지지한 시도는 내가 회장이니가 자기들에게 좋은 성적이 주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대편은 혹시라도 불리한 판정이 내려지는지를 예의주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대회 때마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두가 손잡는 방법 밖에 없다. 대통합이 이뤄지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있게 판정이 내려지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

- 대통합보다 공정성 해결이 우선일 것 같다.

제일 먼저 손댄 게 공정성 문제다. 작년 전국체전에서 심판 선발을 제비뽑기로 결정할 때 반발이 있었다. 심판들조차 반대했다. 심판 공정성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지금까지의 관례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시작 30분 전 “제비뽑기를 통해 심판을 선정하라”고 강행지시를 내렸다. 그러다 보니 양쪽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심판 문제를 꺼낸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년 동안 밥도 못 먹고 뼈 빠지게 운동해서 대회에 출전했는데 이미 정해진 순위가 있다면 누가 운동을 하려고 하겠나 생각했다. 그래서 밀어붙인 것이다. 제기뽑기 방식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작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심판끼리 짜고 하는 일이라 불공정하다는 불만을 야당과 여당 양쪽에서 터뜨리고 있다. 양쪽 모두에서 불만이 나온다는 것은 조금씩 공정성이 잡혀가고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 이제는 그런 불만을 줄여가는 게 남은 임기에서 가장 큰 과제일 것 같다.

잡음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있지만 심판마다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불만은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전자채점제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심판의 채점이 바로 스코어판에 표출되도록 만들려고 한다. 공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씩 시스템으로 만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대통합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 최근 여러 사설 단체의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대한보디빌딩협회장으로서 어떻게 보는가.

보디빌딩 발전을 위해서라면 그런 단체가 많이 생기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업적인 목적 아래 도핑검사를 하지 않는 건 문제다. 몇몇 사설대회는 선수들의 약물복용을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우리 협회에서 도핑검사에 적발된 선수들도 사설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절대 선수들의 건강을 해치는 대회가 돼서는 안된다.

- 많은 보디빌딩 선수들이 프로카드를 따려고 해외 대회에 출전한다.

프로가 활성화됐을 때 의미가 커지지 지금은 의미 없다. 다른 스포츠 처럼 돈을 많이 받지 않는 상황에서 프로카드는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은 초창기이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프로카드가 많아지면 그만큼 프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국제보디빌딩연맹(IFBB)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들었다.

회장으로 부임한 뒤 IFBB 라파엘 산토자 회장과 세 번 만났다. 이번 홍콩올림피아드대회에서도 만났다. 상당 부분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다. 역대 협회장 가운데서도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IFBB와 NPC(미국 아마추어 보디빌딩대회)가 갈라지면서 세계프로대회를 새롭게 창설하는데 산토자 회장이 “세계최초로 아마추어와 프로가 참가하는 대회를 IFBB에서 창설하니 이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산토자 회장이 “세계 정상급의 선수 400~500명을 파견해주겠다. 성대하게 대회를 열어보자”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금전적인 문제와 조직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보디빌딩 바람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

구체적인 부분은 세계대회 총회 이후 발표될 것이다. 대회는 내년 6월 한국에서 개최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개인적으로 내 성과보다 보디빌딩 발전을 위한다면 이런 대회를 개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200~300명이 참가하는 올림피아드대회를 개최하는 것보다 IFBB에서 처음으로 창설하는 세계대회를 유치하면 국가적 위상도 올릴 수 있고 선수들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발목만 잡지 않고 반대하지 않는다면 성사될 수 있다. 산토자 회장은 벌써 한국 개최가 확정된 것처럼 얘기하고 다닌다. 관계 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조하면서 보디빌딩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도핑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 한국 보디빌딩의 근간인 미스터코리아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미스터코리아는 우리나라 최고의 ‘몸짱’을 뽑는 대회다. 특히 내년은 미스터코리아 70주년이 되는 해다. 미스터코리아가 우리나라 보디빌딩의 산실이다. 이 대회를 통해 보디빌딩이 유지되고 있는 거다. 내년에는 관객이 많이 올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관객이 별로 없다. 스타시스템을 도입해 우리도 스타플레이어를 만들어야 보디빌딩이 부흥할 수 있다. 이 대회를 1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제주도 미스터 코리아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대표 미스터코리아 선수의 은퇴식을 치러줬다. 앞으로 미스터코리아 선수 중 협회와 나라에 공헌한 사람을 선정해 은퇴식을 치러줄 계획이다. 작은 것들을 통해 보디빌딩계를 결속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남은 임기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해 협회를 이끌고 싶은가.

협회는 회원도 중요하지만 선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기를 펴지 못했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협회를 만들겠다. 바깥에서 있다 들어온 입장이지만 보디빌딩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재정확보을 확보하고 사설단체 대회를 개최하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통해 보디빌딩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 그렇게 되려면 대통합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대한보디빌딩 이름 아래 보디빌딩인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선수의 건강을 위해 도핑은 반드시 근절시키려 한다.

◇주요약력

1980년 2월 명지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1988년 8월 (주)원 엔지니어링 설립

전국가대표선수회 상임위원회 회장

현 (주)동아시아스포츠진흥협회 회장

현 (주)일신이앤드씨 회장

puri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