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알제리전 만회골 넣는 손흥민
손흥민이 지난 2014년 6월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알제리와 경기에서 후반 왼발 슛으로 만회골을 터뜨리고 있다. 포르투 알레그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선수들을 관찰했을 때 “양발을 능숙하게 사용해서 놀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후 박지성, 이영표 등 여러 국가 대표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 진출해 뛰면서 호평을 받았을 때도 양발을 고르게 사용하는 건 늘 관심 소재였다.

축구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남미에서도 양발 사용에 능한 선수들이 있지만 보통은 자신이 가장 잘 다루는 발에 특화하는 것을 더 요구한다. 하지만 갈수록 전술적인 다양성이 요구되는 현대 축구에서는 양발을 잘 사용하는 선수가 기술적으로도 주목받는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여전히 양발잡이 한국 선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건 손흥민(25·토트넘)이다. 그는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결정적일 때 왼발로 골을 잡아냈다. 수비수는 공격수가 주로 사용하는 발을 파악하고 각도를 좁히는 등 수비 동작에 신경 쓰기 마련인데 손흥민은 남다른 스피드와 골 결정력 뿐 아니라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고 정확한 슛을 날렸다. 지난 시즌 21골을 넣었을 때도 40% 가까운 수치인 8골을 왼발로 만들었다. 나머지 13골은 오른발로 해결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는 데 왼발 사용 능력이 큰 보탬이 된 셈이다. 2010~2015년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5시즌을 뛰며 49골을 넣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왼발로만 20골(오른발 25골·헤딩 4골)을 잡아냈다.

간간이 ‘황금 왼발’이라고 불리는 것도 손흥민 축구 인생에서 있어 귀중한 골이 대체로 왼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0월30일 만 18세 나이에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쾰른과 데뷔전에서 왼발로 골을 넣으며 자신의 시대를 알렸다. 소속팀을 옮길 때마다 리그 첫 골을 모두 왼발로 만들었다. 2013년 레버쿠젠으로 적을 옮긴 뒤 8월10일 프라이부르크와 새 시즌 리그 개막 라운드에서 동료의 패스를 왼발로 밀어 넣으며 골문을 갈랐고, 2015년 9월20일 토트넘에 입성한 뒤 치른 크리스털 팰리스와 경기에서 왼발 결승골을 터뜨리며 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최근 ‘클롭 킬러’로 불리면서 도르트문트에 이어 리버풀을 이끄는 위르겐 클롭을 상대로 통산 6골을 넣은 사실이 조명받았는데 그 중 4골이 왼발에서 나왔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1년 1월18일 인도와 아시안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릴 때도 왼발을 사용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전에서 월드컵 첫 골을 터뜨릴 때도, 2015년 1월 아시안컵 결승전 호주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을 때도 모두 왼발이었다.

손흥민이 유독 양발 사용에 능한 건 축구 스승이자 아버지인 손웅정 씨와 유년 시절 남다른 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국가 대표 출신인 손 씨는 연령별 대표를 거친 선수가 소속 학교 경기 일정에 혹사당해 무릎에 일찌감치 무리가 오는 것을 눈여겨 보고 직접 아들을 지도했다. 중학교까지 오로지 기본기를 충실히 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슛 훈련에 주력한 건 유명한 일화다. 특히 페널티박스 중앙과 모서리에서 하루 1000개 넘는 슛을 때리며 감각을 익히게 했는데 왼발과 오른발을 고루 사용하게 했다. 실전에서 페널티박스 모서리에서 왼발과 오른발로 감아 차는 게 손흥민의 주특기인데 그 시절 갈고 닦은 실력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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