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대령 인턴기자] 이상민이라는 이름이 롤러코스터 인생의 대명사가 됐다.


1990년대 후반 가수로도, 프로듀서로도 성공적인 길을 걷던 이상민이 그렇게 몰락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부도와 이혼, 범법의 삼중고와 함께 몰락해버린 그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이상민은 그룹 룰라의 일원으로 지난 1994년 데뷔했다. 1집 타이틀곡 '100일째 만남'과 후속곡 '비밀은 없어'로 이름을 알린 룰라는 2집 수록곡 '날개 잃은 천사'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상민은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랩 파트를 소화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첫 위기는 룰라 3집 때 찾아왔다. 2집의 흥행을 디딤돌 삼아 도약해야 하는 시기에 타이틀곡 '천상유애'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사건의 여파로 룰라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충격을 받은 이상민이 자살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TV조선 '호박씨'에 출연해 화가 나서 유리창을 주먹으로 쳤다가 피가 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룰라는 1996년 발매한 4집과 5집으로 구긴 자존심을 회복했다. 특히 이상민은 5집 타이틀곡 '연인'을 단독 작사, 작곡해 큰 성공을 거두며 뮤지션으로서 면모를 다지기 시작했다. 5집 활동 후 룰라가 활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이상민은 프로듀서로 완전히 변신했다.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한 그룹이 샵(S#ARP)과 컨츄리 꼬꼬, 디바, 그리고 샤크라였다. 그는 당시 통장에 현금만 약 48억원을 갖고 있었다고 지난해 회고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몰락의 그림자가 다가온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샵이 멤버 간 갈등으로 해체되고, 엑스라지 등이 실패하면서 기획사가 쇠락하고, 이후 큰돈을 들여 뛰어든 외식사업마저 부도를 맞으면서 이상민은 약 70억원이라는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됐다. 현금 수십억원을 손에 쥐고 있던 그가 빚쟁이를 피해 차량에서 숨어지내는 신세가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비슷한 시기 아내 이혜영과도 이혼했다.


그에게 찾아온 불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 2010년에는 도박장 운영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지상파 방송 출연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재기는 더욱더 힘들어졌다.


채무 속에서 몸부림치던 이상민은 2012년 Mnet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비틀어 만든 기획사 사장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더 지니어스', '아는 형님' 등 케이블 및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이와 함께 지상파 출연 정지가 해제되면서 지상파 방송에도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4월 SBS '미운 우리 새끼'에 합류해 인기몰이를 한 그는 추석연휴에 무려 3개의 파일럿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명실상부한 연에계 대세임을 몸소 증명했다.


[당시 기사 본문 요약]


[ 최근 마지막 앨범을 완성한 댄스그룹 룰라에 대한 가요팬들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터보와 R.ef가 소속사와 갈등으로 활동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DJ덕과 솔리드가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자 기존 댄스그룹 중 유일하게 시한부 활동을 시작한 룰라를 신예 HOT 돌풍에 맞설 그룹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팬들이 이토록 룰라에 성원을 보내는 이유는 기대감과 더불어 다시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희소가치 때문. 룰라는 이번 앨범으로 오는 3월 말까지 활동한 뒤 잠시 유럽시장에 진출했다가 곧 귀국, 고별 콘서트를 갖고 팀을 해체하기 때문.


이상민은 소속사인 '서울 인 프로덕션'과 계약을 맺고 오는 4월부터 출근하게 된다. 이미 신인 남성 댄스트리오의 데뷔앨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스파이'로 작년에 데뷔한 남성 댄스트리오 루팡의 2집 앨범 작업에도 곧 참여할 예정.


수록곡 10곡 중 8곡을 이상민이 작사, 작곡, 편곡했으며 나머지 2곡을 마이키가 작사, 작곡했다. 전체의 프로듀스는 이상민이 해냈다. 이 앨범은 명실상부한 룰라의, 룰라에 의한, 룰라(팬)를 위한 작품인 것. ]


룰라 1집 당시의 이상민.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특유의 거친 랩으로 좌중을 압도했던 이상민.


지난 2015년 토토가 열풍을 타고 복귀한 룰라


완전히 재기에 성공한 2017년의 이상민.


"힘들 때 우는 자는 삼류다. 힘들 때 참는 자는 이류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


그가 성공적으로 복귀한 후 한 방송에서 특강 강사로 나서 한 말이다.


이상민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잘못을 인정하고 팬들이 다시 자신을 받아줄 때까지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주춧돌을 닦았다. 대중은 그런 그의 진심을 이해했고, 호응해줬다.


약 10년 동안 이어졌던 굴곡지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이상민의 앞에는 이제 아우토반이 놓여있다. 이상민이 자신을 이 자리까지 다시 서게 해준 절실한 마음가짐을 연료로 삼아 곧게 뻗은 탄탄대로를 달려 다시 한 번 최고의 자리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aeryeong@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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