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정근우 \'감 좋아\'
2017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다. 한화 정근우가 타격훈련을 마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화의 새 감독 발표가 강제 연기됐다. 정답을 알고 하는 숨바꼭질 같은 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는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새 감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은 가장 예민하면서도 중요한 시기다. 야구인들의 축제이기도 한데 집중도가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포스트시즌 기간 동안 충분히 검토한 뒤 새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표면상으로는 한국시리즈(KS)가 남아있기 때문에 두 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차원에서 감독 발표를 미루고 있다.

갈 길이 먼 한화 입장에서 굳이 다른 팀을 배려할 이유가 있을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려운 질문이다. 선수단은 이미 대전구장에서 회복훈련을 시작했고, 곧 마무리캠프가 열린다. 내년 시즌 선수단 구성이나 전략을 현 시기에 수립해야 스프링캠프 테마도 설정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에 대한 배려라는 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새 감독을 선임해 취임식까지 한 LG만 예의없는 구단이 된 꼴이다.

한화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포스트시즌을 지켜보는 이유는 자명하다. KS에 진출한 팀 코치 중 새 감독 내정자가 있기 때문이다. 감독과 수석코치 등으로 대거 이동할 예정이라 시즌 마지막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 중인 해당 코치들을 배려한 발표연기가 정확한 표현이다. 해당 팀에서도 알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프런트나 선수단 모두 “우리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치르면 그 때까지 발표못하는 것 아니냐”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SS포토]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5회말 2사1,2루 상대 지석훈에 동점을 허용한 후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새 감독과 수석코치로 내정된 인사들도 주변의 시선이 불편하다. 해태, 삼성에 이어 사상 세 번째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팀 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파트를 이끌고 있어 다른 곳에 정신팔 여력이 없다. 더군다나 최대 강점으로 여겨졌던 해당 파트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겨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최상의 성과를 내고 떳떳하게 떠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성적과 육성이 구단의 시스템 속에 나온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최대한 한화에 심어주고 싶은 마음도 강하다. 특히 수석코치로 내정된 코치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버려진 젊은 선수를 국가대표급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육성의 큰 그림을 직접 그린 경험이 있어 한화가 꽤 공을 들여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새 감독은 선수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니셜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설이 됐다. 언제 발표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런 상황에 다른 구단에 대한 예의를 운운하며 발표를 미루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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