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민병헌 \'가을 햇살 맞으며\'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다. 두산 민병헌이 경기 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마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가을에 만나는 두산은 무섭다. 그 경기가 큰 의미를 가질수록 더 무서운 팀이 된다. 선수들은 이런 동료를 ‘변태’라고 부른다. 두산은 어째서 ‘가을 변태’가 됐을까.

플레이오프(PO) 3차전이 열린 20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두산 선수들은 아주 편안한 얼굴이었다. 어깨 통증으로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유격수 김재호는 “아, 피곤해”라며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라운드에 나서더니 최주환과 장난치듯 캐치볼을 했다. 투구모션을 취하는가 하면 언더핸드로 공을 높이 띄워 파트너 가슴 위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컨트롤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적극만류로 타격훈련은 하는둥 마는둥했지만 수비훈련 때에는 경쾌한 발놀림뿐만 아니라 강한 송구로 ‘아픈 선수가 맞나?’라는 의심을 갖게 했다.

4번타자 김재환은 풀스윙으로 훈련에 임했는데, 타구가 대부분 중견수 기준 왼쪽으로 향했다. 손목이 잘 들어간 라인드라이브 타구도 더러 나왔지만, 대부분 밀려 맞는 타구였다. 몸이 팔보다 빨리 도는, 이른바 오른 어깨가 일찍 열리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 지난 18일 PO 2차전에서 3점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리며 타격감을 완전히 회복한 듯 했지만 하루 만에 감이 뚝 떨어진 모습이었다. 김재환은 “이상하게 스윙이 안나온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못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표정에 가득했다. 실제로 1회 첫 타석에서 잘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해 병살타를 떄린 뒤 3회 4회 연속 삼진으로 돌아섰다. 공과 배트 거리가 꽤 멀었다. 하지만 7-3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6회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는 NC 구창모가 던진 커브를 반박자 빨리 잡아 당겨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스윙이 안된다더니, 몸쪽 공은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도망가는 점수가 꼭 필요할 때 발휘했다.

[SS포토] 박건우 \'아~~ 놓쳤어\'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박건우가 2회말 1사 1,2루 상대 김태군의 타구를 아쉽게 놓치고 있다. 마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3번타자 중책을 맡고 있는 박건우도 젊은 선수 답지 않은 우문현답으로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타격훈련 때 풀 스윙 대신 ‘저스트 미트’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내던 박건우는 “잠실에서 경기하는 게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좌우 97m 중앙 116m) 구장이라 타석에 들어서면 배트 중심에 맞히기만 해도 홈런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잠실은 넓기 때문에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지 않아요? 홈런을 많이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1회 첫 타석에서 NC 에릭 해커와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로 볼넷을 골라낸 것도 어쩌면 안타를 때려낼 확률이 (잠실보다)떨어지기 때문에 악착같이 살아나가야 한다는 보호 본능이 발동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포수 양의지가 갑작스러운 허리통증(선발 마이클 보우덴의 반대투구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다 허리 근육이 뭉친것일 수도 있다)으로 급히 그라운드에 나선 박세혁은 첫 타석 사구를 시작으로 4연속타석 출루(2안타 1타점)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준PO 2차전에서 꼬리뼈에 타구를 맞고 고통스러워하던 민병헌은 변함없이 리드오프로 나서 2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역대 포스트시즌 사상 첫 3연속경기 만루홈런을 “부끄럽지 않은 1번타자가 되는 게 최대 목표”라던 민병헌의 방망이에서 터져나왔다는 점도 만화 같은 일이다.

[SS포토] 김태형 감독 \'마산에서 끝내야죠\'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경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가을야구에 임하는 두산의 자세는 ‘평정심 유지’가 시작점이다. ‘캡틴’ 오재원이 “이기려고 발버둥친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잘하는 선수가 이기는 게 가을야구”라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단기전 경험이 약이 되기도 했지만, 두산 선수들은 스스로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분위기가 깊게 뿌리를 내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선수들에게 믿고 맡긴다는 표현은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감독 구상대로 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 선수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작전이다. 작전 개념으로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면 볼수록 무서운 팀 맞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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