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경문 감독 \'터지기 시작했어\'
2017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5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NC 김경문 감독이 5회 무사 1,2루 스크럭스 적시타 때 득점을 올리고 들어오는 박민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7. 10. 15 사직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모든 팀의 목표는 우승이다. 하지만 막상 우승 전력을 갖춘 팀은 많지 않다. 중상위권 팀이 진출하는 포스트시즌만 봐도 양 팀의 전력 차이가 드러난다. 때문에 대부분의 구단들은 우승적기를 향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운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두산, 지난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최대어 최형우를 영입하고 안치홍, 김선빈 키스톤콤비가 군전역 후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KIA 등이 우승 적기인 팀으로 평가 받는다.

NC는 다소 애매하다. 2015년 겨울 골든글러브 3루수 박석민과 대형 FA계약을 체결하며 2016시즌 정상을 노렸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 겨울 정상 재도전과 변화의 갈림길에서 중간지점을 선택했다. 계약 만료된 김경문 감독과 2019시즌까지 3년 재계약을 맺었으나 외부 FA 영입은 없었다. 김 감독과 계약 체결 후 NC 구단은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김 감독을 재신임했다”고 발표했다.

대권도전 움직임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NC 구단 고위관계자는 “2016시즌 중 FA를 앞둔 차우찬을 트레이드로 데려오자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삼성에서 트레이드를 원하지 않더라. 포스트시즌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차우찬을 데려오고 이후 차우찬과 FA 계약까지 고려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며 “2016시즌이 종료된 후 당장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바탕으로 더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구단 전체적으로 형성됐다”고 밝혔다.

2017시즌 김 감독도 구단의 방침에 맞춰 선수단을 지휘했다. 정규시즌 중 김 감독은 “결국에는 토종 선발투수가 좋아야 우승할 수 있다. 10승 토종 선발투수를 2명 정도는 갖춰야 페넌트레이스 1위는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도 이룰 수 있다”고 방향을 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망주 장현식(22)과 구창모(20)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다. 심지어 구창모에게는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10연속 경기 선발 등판을 약속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야구계에선 김 감독의 이러한 선택이 계약 마지막 해인 2019시즌 정상도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바라봤다. 장현식과 구창모가 김 감독의 바람대로 10승 선발투수가 됐을 때 두산의 판타스틱4와 같은 선발진을 구축해 정상에 오른다는 청사진이다.

김 감독은 검증되지 않은 두 투수를 선발진에 넣는 모험을 강행하면서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정규시즌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낮은 4위지만 장현식과 구창모는 1군 무대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장현식은 9승, 구창모는 7승을 올렸다. 김 감독은 “두 선수가 총합 8승만 해줘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웃으며 “올시즌 경험이 두 투수가 성장하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S포토] 장현식, 3과 2/3이닝 4실점...아쉽지만 잘했다...
NC 다이노스의 장현식이 17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의 1차전에서 2-4로 뒤진 4회 2사 1,3루의 상황을 남기고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가고있다. 2017.10.17.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패배가 곧 시즌 종료인 포스트시즌서도 김 감독의 뚝심은 고스란히 이어졌다. 장현식에게 포스트시즌 2선발 중책을 맡겼고 구창모는 상대팀 최고 좌타자에 맞서 구원 등판시켰다. 구창모는 두산과 플레이오프(PO) 시리즈 중 선발 등판 가능성도 열려있다. 두 영건 외에도 김준완, 권희동, 이정호와 같은 20대 선수들을 큰 무대에 주저 없이 기용한다. 이미 팀의 중심이 된 나성범과 박민우에게는 이전과 다른 임무를 맡기며 한 단계 높은 선수로 올라서는 그림을 그렸다. 김 감독은 지난 17일 두산과 PO 1차전을 앞두고 “포스트시즌서 한 경기라도 더 치르는 게 우리의 목표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을수록 선수들의 커리어도 좋아진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경우 포스트시즌 한 경기 한 경기를 쌓아가면 나중에 중심선수가 됐을 때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두산과 PO에선 정공법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변칙을 들고 나와 가을야구 절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무너뜨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 감독과 NC가 계획한 2019년 정상등극이 2년 앞당겨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승까지 다다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인 2017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NC는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기 때문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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