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가 18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 레이스를 마친 뒤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이제는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평창을 향해 쾌속으로 질주하는 일만 남았다. 차분히 말을 풀어놓는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의 머릿속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한 계획이 그려져 있었다.

이상화는 18일 서울이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SK텔레콤배 제52회 전국 남녀 종별 스피드선수권대회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 나섰다. 이번 대회는 평창올림픽의 국가별 엔트리를 결정하는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 파견선수를 뽑는 국내 선발전을 겸하는 대회다. 이상화는 이미 지난 2월 참가했던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우선선발 선수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우선선발 선수도 국내선발전에 출전해야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대회에 나섰다. 이날 치른 1차 레이스에서는 100m를 10초57에 통과하는 등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스피드로 38초52를 기록, 14명의 참가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2차 레이스까지 치러 가장 좋은 성적을 기준으로 월드컵에 나설 4명의 선수들을 결정한다. 이상화는 기록과 상관없이 선발전 참가로 인해 우선선발 자격을 인정받아 이번 시즌 월드컵에 출전한다.

이상화 기록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가 열린 18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전광판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1차 레이스 기록이 게시돼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마지막 코너에서 스피드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좋아졌다.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는 100m 기록이 10초6대였는데 오늘 10초5대를 기록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대회에 참가했던 이상화는 종아리 근육 미세파열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상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며 몸뿐 아니라 심리적인 컨디션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노메달’ 얘기를 많이 들어서 저도 입상한 대회가 없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있더라”며 웃어보인 이상화는 “부상에 발목이 잡혀 심리적으로 위축이 많이 됐다. 제 경기 영상을 다시 볼 엄두가 안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마음에 드는 레이스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제는 심리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그의 말도 그랬다. 이상화는 “지금은 부상으로 인한 심리적인 위축에서 벗어나면서 보다 수월하게 레이스를 하는 느낌이다. 같은 38초5의 기록이라도 지난해는 무거운 상태에서 힘들게 했다면 지금은 가벼운 느낌”이라면서 “올림픽 시즌이 아닐 때 부침을 겪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부담만 갖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입상에 목표를 두기 보다는 제 기록을 되찾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입상보다 기록회복에 우선순위를 둔 이상화는 ‘36초5’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본인의 최고기록인 36초36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상화는 “케빈 코치에게는 36초35로 기록을 깨보고 싶다고 얘기하긴 했다”면서 “하지만 36초5도 빠른 기록이라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올림픽에 나서기까지 남아있는 월드컵에 신경쓰면서 차차 준비해나갈 생각이다. 월드컵 3차 대회가 캐나다에서 열려 세계기록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상화는 시즌이 시작됐고,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국내에서 국제대회를 치러본 것이 2번 정도뿐이다. 국민적인 응원을 받으며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아직은 컨디션이 70% 정도지만 월드컵을 거치며 차츰 해왔던 대로 준비해간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경기력 향상에 힘쓰면서 평창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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