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가 6회 교체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타자가 누구인지 어떤 유형인지가 중요하다.”

NC-두산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전력분석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김상훈 KIA 2군 배터리 코치는 단기전 1회 첫 공을 결정할 때 “투수보다 타자에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윙하는 타자라면 변화구로 경기를 시작하고, 신중한 유형이 리드오프로 나서면 힘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상대 타선이 활황세라면 선발 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라면 초구로 빠른 공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위가 그만큼 좋기 때문에 NC 타선이 오름세에 있더라도 제압할 수 있다는 신뢰가 깔린 분석이었다. 그는 포수로 2009년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두산 양의지는 예상대로 1회초 NC 선두타자 김준완을 상대로 초구를 몸쪽 빠른 공을 요구했다. 니퍼트의 손을 떠난 공은 148㎞가 측정됐고 스트라이크존을 날카롭게 통과했다. 이때 김준완의 자세가 독특했다. 타자들은 공을 기다릴 때 무게 중심을 발에 두기 때문에 자세가 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준완은 칠 의사가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듯 벌떡 일어나 공을 지켜보기만 했다. 몸쪽 빠른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지만 영리한 양의지의 머릿속에 이 잔상이 남아있을 법했다. 니퍼트의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SS포토] 양의지, 3회 역전 위기 몰리며...불안불안...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가 17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의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3회 선발 니퍼트가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를 방문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NC 타선이 한바퀴 돈 3회 1사 2루에서 다시 만난 김준완은 니퍼트가 던진 몸쪽 높은 빠른 공(145㎞)을 정확히 잡아당겨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2사 2, 3루에서 박민우의 중전 2타점 적시타도 니퍼트의 몸쪽 빠른 공이 정타로 연결됐다. 1-2로 역전을 당한 뒤 양의지가 변화구 중심으로 볼배합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10㎞대 후반의 커브를 가미하기 시작한 것도 박민우의 적시타 직후였다. 결과적으로 니퍼트의 빠른 공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4-2로 재역전한 5회초 야수들의 실책으로 만루위기를 맞은 양의지는 NC 4번타자 재비어 스크럭스에게 바깥쪽 슬라이더를 요구하다 만루홈런을 내줬다. 1사 1루에서 나성범에게 체인지업을 요구하다 중전안타를 내줬고, 박민우에게도 체인지업을 요구하다 1루수 실책으로 누를 꽉 채우는 결과가 나왔다. 빠른 공에 강점을 가진 스크럭스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한 양의지는 철저히 바깥쪽 슬라이더로 응수했다. 하지만 니퍼트의 손을 떠난 슬라이더는 회전이 걸리지 않은채 날아들었고 꺾이기 전에 스크럭스의 배트에 걸렸다. 이후 모창민에게 152㎞까지 측정되는 빠른 공을 던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더 과감하게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SS포토] 스크럭스, 양의지 시무룩하게 만드는 만루 홈런!
NC 다이노스의 스크럭스가 17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의 1차전에서 2-4로 뒤진 4회 만루 찬스를 맞아 홈런을 쳐낸 뒤 홈베이스를 밟으며 선행주자들과 세리모니를 펼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믿고 쓰는 에이스 니퍼트라서 ‘니느님’으로 불리는 니퍼트가 PO 첫 머리인 1차전부터 투구수 100개를 기록하는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8안타 6실점(5자책)한 점은 양의지가 향후 시리즈를 치르는 데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 NC 타선이 두산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니퍼트를 가을잔치 무대 3전 4기 끝에 격파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NC는 두산이 가을만 되면 압도했던 팀이다. 3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결정짓겠다는 양의지의 계산이 1회초 초구 빠른 공으로 드러났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시리즈 전체의 판세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부메랑이 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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