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지난 5월 토트넘 동료들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손흥민의 모습. 이주상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프로 데뷔 8년 차를 맞은 손흥민(25·토트넘)이 마침내 우상과 만난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18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3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도르트문트(독일), 아포엘(키프러스)을 각각 3-1, 3-0으로 누른 토트넘은 레알 마드리드와 승점(6점)과 골득실(+5), 다득점(6골)에서 모두 같다. 조별리그 반환점을 도는 가운데 1위 자리를 두고 정면 승부를 펼치게 됐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라 리가를 제패하며 ‘더블’을 이뤄낸 레알 마드리드는 H조 최강 팀이다. 적지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해리 케인, 손흥민 등 주력 공격수들의 한 방이 절실하다.

국내 축구 팬의 최대 관심사는 손흥민과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맞대결이다. 손흥민에게 호날두는 롤 모델, 우상 그 이상의 존재다. 어린 시절 호날두가 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가장 좋아하는 팀으로 언급했다. 만 18세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늘 호날두를 닮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등번호로 달고 있는 ‘7’은 호날두가 맨유, 레알 마드리드에서 달았던 번호다. 스피드를 활용해 공간을 파고들어 정확한 슛을 때리고 개인 전술로 경기를 풀어가는 성향도 호날두를 따라가고 있다. 측면은 물론 중앙 공격수를 겸할 수 있는 능력도 닮았다. 다만 손흥민은 기복이 있고 머리 사용에 약점이 있다. 반면 호날두는 꾸준히 자기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헤딩, 프리킥 등으로도 골을 곧잘 터뜨린다. 여전히 손흥민에겐 배움의 대상이다.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400번째 출전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출처 | 레알 마드리드 트위터 캡처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선 아직 골이 없으나 챔피언스리그에선 1골을 넣었다. 지난달 14일 도르트문트와 홈경기에서 킥오프 4분 만에 호날두를 연상케 하는 빠른 드리블과 사각 지대에서 정확한 슛으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호날두는 역시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 각각 2골씩 4골을 터뜨리며 이름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손흥민이 우상 앞에서 득점력을 뽐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호날두와 만남을 차치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 원정은 손흥민에게 꽤 중요하다. 지난해 9월에만 챔피언스리그 1골과 리그 4골을 넣으며 ‘이달의 선수’에 뽑힌 그는 올 시즌 초반 주춤하고 있다. 리그 7경기에서도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해리 케인~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으로 짜인 공격 삼각 편대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에릭 라멜라 등 경쟁자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입지가 불안해졌다. 더구나 팀이 스리백 전술을 확고히하면서 전문 윙어인 손흥민의 존재 가치도 예전만 못하다. 다행히 왼쪽 윙백 대니 로즈나 2선의 빅터 완야마 등 부상자가 많아 최근 선발 기회를 잡았는데 활약이 미비했다. 영국 언론 ‘이브닝스탠다드’는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손흥민이 팀의 플랜B 격인 왼쪽 윙백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윙백에 섰을 때 여전히 수비력 논란이 붙는 손흥민이 호날두가 이끄는 상대 측면 공격을 제어하면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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