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골프선수 이보미. 제공 | YG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현재 일본 스포츠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스포츠는 무엇일까?

한때는 축구가 가장 유명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흥했을 때는 한국 야구에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도 있었다. 선수 개인으로 보면 일본의 국민적 피겨선수 아사다 마오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김연아가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 일본 투어에 참가한 안신애는 ‘섹시 퀸’이라는 애칭으로 봄과 여름에 걸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시즌 3승을 올리고 있는 김하늘은 상금 랭킹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하늘은 최근 일본 유명 주간지의 화보를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수영복 차림을 선보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6월에는 안신애도 주간지 화보를 장식했고 각종 일본 예능 프로에도 출연하는 등 이제 한국 여자 프로들의 인기는 단순한 프로골퍼의 영역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한국 여자골퍼 붐을 최초로 일으킨 선수는 한국에서 ‘스마일 캔디’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보미다. 2011년부터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보미는 귀여운 미소와 정성스런 팬 서비스로 일본 골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2015, 2016년에는 일본 투어 상금왕에 빛났다. 그런 그의 인기는 어딘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보도되는 기사의 양이다. 이보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한국인 선수가 우승한다 해도 신문이나 잡지에서 화제가 되는 일이 적었지만 이보미 만큼은 경기 성적과 관계없이 반드시 화제가 된다. 경기 전날에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을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사화될 정도다. 최근에는 안신애가 ‘무엇을 먹고, 내일은 어떤 옷을 입을까’하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띄는데 그런 사소한 것까지도 보도된 한국인 선수는 이보미가 처음이었다.

이번 가을에는 김하늘의 사진집이 발매될 예정인데 한국인 여자 프로 골퍼가 일본에서 사진집이나 에세이집을 발표한 것도 이보미가 최초다. 일본 기업이 스폰서가 되거나 사설 팬클럽이 생긴 것 또한 이보미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것은 이보미의 인지도가 골프계에만 그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 사실을 말해주는 한 가지 예는 일본 아사히 신문과 한국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해 2015년 6월에 발표한 ‘한일 여론조사’ 결과다. 아사히 신문은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동아일보는 18세 이상 남녀 10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한국인 중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눈길을 끄는 결과가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위, 배용준이 2위, 김연아가 3위,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위, 동방신기가 7위를 차지하는 등 정치가나 한류스타, K팝 그룹의 이름들이 늘어선 가운데 이보미가 11위에 랭크됐다. 과거에도 아사히 신문과 동아일보의 공동조사가 몇 차례 있었지만 여자 프로 골퍼가 순위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이보미가 일본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방증이자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한국인 골퍼’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보미 효과에 의해 한국 여자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이보미의 뒤를 이어 일본을 택한 김하늘과 안신애 같은 선수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 여자 프로 골프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필자로서는 그들이 지금의 일본 사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느끼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천천히 짚어보고자 한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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