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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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최단 기간의 목표는 No.3가 되는 것입니다.”

지상파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연예계에는 수 많은 아나운서들이 방송국을 나와 자신들의 역량을 뽐내고 있지만 대중에게 주목받는 사람은 김성주와 전현무가 독보적이다. 후발주자들이 둘의 아성을 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9월 프리선언한 김일중 역시 자신만의 행보를 거듭하며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얼마전 만난 그는 “김성주, 전현무 다음으로 오상진, 조우종 등 프리선언하는 아나운서가 엄청나게 많다. 내가 빨리 NO.3가 되고 싶다. No.1과 No.2는 그 다음 문제다. 과거에도 삼국지가 있었듯이 일단 NO.3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앞서 MBC와 KBS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김성주, 전현무에 비해 김일중은 그 시작점이 달랐다. 그는 “김성주와 전현무는 두 방송사에서 정상을 찍고 나온 사람이고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난 개인기도 없고 톱도 아니었다. 아나운서로서 예능을 하면서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하고자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주름잡는 아나운서는 아니었는데 프리선언 당시 악플과 우려도 많았다. 다행히 이제는 대중도 조금씩 얼굴을 알아봐 주시고 편하게 대해 주신다”며 미소지었다.

사실 김일중은 2005~6년 나란히 지상파 3사에 합격했던 ‘입사 동기’ 전현무, 오상진에 비해 프리선언이 가장 늦었지만 취업성적(?)은 가장 앞섰다. 당시 아나운서 시험 일정이 SBS, MBC, KBS 순으로 있어 김일중이 가장 먼저 SBS에 붙고 오상진(MBC), 전현무(KBS)가 그 뒤를 이었다. 그는 “팩트로 보면 사실”이라면서도 “난 당시 춘천MBC에 있었는데 그때 아내가 YTN에 근무해서 서울로 가고 싶어 꿈을 키워 다시 지원했다. 원래 SBS는 꽃미남과 귀공자 스타일을 선호했는데 난 안될 거 같아 다양성을 추구하는 KBS까지 가야될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사장님이 이번에는 머슴과로 가자고 해서 운 좋게 합격했다”며 웃음 지었다.

“처음에는 일단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뉴스나 스포츠도 있지만 MC나 라디오 진행 등이 모습이 어릴적부터 각인되어 있었다. 김성주 선배가 당시 화제집중, 굿모닝 FM, 대학가요제, 스포츠 등 모든 방면에서 활약하셨다. 막상 들어오고 나니 세분화가 되면서 하나씩 지워나가게 됐다. 입사 후 1년차인가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 ‘긴급출동 SOS’였는데 진행 능력보다는 내 얼굴이 형사 같다고 해서 하게 됐다. 다들 형사필이 강한 아나운서가 왔다며 시작했는데 진중한 프로그램을 하면서 웃지를 못했는데 오히려 내 성향이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김일중

이후 다양한 SBS 예능 프로그램에 맹활약했던 김일중은 왜 10년간 다니던 SBS를 그만두었을까. 그는 “직장인에게 흔히 온다는 10년차 징크스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컸다. 더 늦기 전에 끼와 재능을 한번 분출해보고 싶었다. 뉴스를 하시는 분들은 대단하신데 뉴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내가 컷에 잡히면 북한 뉴스 같고 웃지 않으면 무서운 상이다. 아내도 내 뉴스는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반면 웃으면서 하는 ‘백년손님’이나 ‘붕어빵’ 등의 예능프로그램을 하는게 마음이 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야-백년손님’을 할 때 성대현형이 부추기기도 하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다. 김원희 누나도 응원을 해주시면서 프리랜서는 쉬는 날 잘 쉬야 한다고 했다. 이제야 그 말이 무언지 알 것 같다. 막상 쉬는 날이 생기면 좋을 것 같은데 반대로 생각하면 휴점이라 썩 기쁘지만은 않고 불안감도 있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즐겁게 지내야 밝은 분위기가 방송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프리선언 후 그는 내·외적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는 “2005년 SBS 13기 공채로 입사한 후 10년간 회사에 다닌 후 2015년 9월 프리 선언을 한지 3년이 지났다. 작년에는 ‘개업발’을 무시 못했는지 바쁘게 지나갔다. 이제 프리랜서 활동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후회한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후회가 생각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회사 생활을 10년 하면서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MT나 워크샵을 주도하는 입장인데 소속감이나 회식에 대한 그리움은 있다”고 밝혔다.

“작년 이야기지만 처음 SBS가 아닌 다른 방송국 대기실과 스튜디오를 가는게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외에도 소소한 변화도 있고 솔직히 금전적인 것에 대한 불안도 크다. ‘살림하는 남자들’을 하면서 철부지에 밉상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그 중에 재밌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댓글을 보면 조금씩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천천히 가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절대 유학을 가지 않을 것이고 오랜 긴 수명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버티고 스스로도 뒤처지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에는 기회가 올 수 있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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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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