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AI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지난해 3월, 열두 살에 프로에 입단한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4대1로 완승을 거두며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미 인간의 뇌를 훌쩍 넘어선 AI의 능력이 놀라움을 넘어 공포를 안겼던 ‘알파고 쇼크’ 이후 1년7개월.

AI는 머신러닝(Maching learning·기계학습)의 진화를 가능케 한 딥 러닝(Deep learning·컴퓨터의 고도화된 기계학습 중 하나로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는 날개를 달며 우리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금융 분야에서는 빅데이터, 핀테크 등 기술과 함께 빠른 속도로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시중 은행은 AI 관련 전담부서를 두고 은행 업무에 AI기술을 접목하는 데 공을 들이는 한편, 앞다투어 AI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술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기술은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등이지만, 금융이 다루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이 계속되면 AI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금융서비스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AI 기술의 현황을 들여다본다.

◇‘로봇’ 은행원시대, 로보어드바이저 봇물

시중 은행들이 가장 먼저 진출한 분야는 로보어드바이저다. 기존에 PB(Private Banker·개인 자산관리 전담 은행원)들이 하던 업무에 AI기술이 접목됐다.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수익률과 안전성을 모두 잡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로봇들이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8월 NH농협은행이 국내 최초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과 은퇴설계 지원을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 프로’를 출시한 이래 신한은행의 ‘엠폴리오’, 우리은행의 ‘우리 로보 알파’, KEB하나은행의 ‘하이 로보’ 등이 속속 등장했다. IBK기업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 출시를 준비 중이며, KB국민은행은 KB자산운용이 자체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연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NH농협 자체 개발해 선보인 NH로보 프로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과 은퇴설계 지원을 목표로, 금융공학 알고리즘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NH 농협은 총 37만명에 이르는 퇴직연금 개인가입자를 대상으로 자체개발해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KEB하나는 인공지능 기반 금융서비스 브랜드 하이(HI)의 첫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하이로보’를 7월 선보였다. 하이로보는 지난해 3월 체험 버전으로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사이버PB’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딥러닝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포트폴리오에는 기존의 과거 수익률, 변동성 외에 자산분산도, 비용효율성, 시뮬레이션 등이 담겼다.

하이로보는 지난달 13일 출시 2개월만에 가입손님 2만명, 가입금액 2000억원을 돌파하고 체험손님수 6만명, 가입펀드 계좌수 9만개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고객 정보와 성향에 적합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우리로보 알파’를 정식출시했다. 고객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진단하여 위비톡이나 SMS를 통해 리밸런싱을 자동제안한다. 국내 최초로 영업점에서 실물 로봇과의 음성대화를 통해 투자성향분석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들 로보어드바이저의 실제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은행권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결과 국내 자산의 안정추구형에서는 0.48%, 위험중립형의 경우 2.21%, 적극투자형에서는 3.11%로 그리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된 미국의 경우 매해 20%씩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보편화되고 분석기술의 진화, 데이터의 축적 등이 잇따르면 향후 수익률도 꾸준히 상승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365일 24시간 연속근무 챗봇의 진화

‘불이 꺼지지 않는 은행’을 모토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전에 맞서 챗봇 서비스도 활발하다. 챗봇은 단순한 금융상담에서 개인맞춤정보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기존 창구 문의, 텔레뱅킹에서 부족했던 정보를 신속하게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3월 음성명령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음성인식 AI뱅킹 ‘소리(SORi)’를 출시한 우리은행은 지난달 인공지능형 상담 챗봇 ‘위비봇’을 출시했다. 기존 시나리오 방식에 AI기술을 접목, 상담원처럼 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음성으로 질문도 가능하다. 현재는 위비뱅크, 위비톡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향후 24시간 365일 상담이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NH농협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 금융채팅서비스 금융봇을 출시했다. 현재는 상품안내, 자주 묻는 질문, 이벤트 안내 등 단순 답변만 가능한 상황으로 정확한 응답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NH농협 측은 자체 챗봇 서비스 개발을 통해 대화형 금융업무 및 자연어 질의응답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KEB하나는 삼성전자, SK텔레콤과 제휴해 음성 인식서비스를 개시했다. 갤럭시 시리즈의 지능형 인터페이스기술 빅스비(Bixby), SK텔레콤의 AI음성인식 디바이스 누구(NUGU)와 접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텍스트뱅킹을 이용해 입금계좌를 별칭으로 등록해 놓으면, 빅스비 기반의 음성인식 텍스트뱅킹을 통해 말로 실행이 가능하다.

가령 빅스비를 켜고 “KEB하나은행에서 아들한테 10만원 보내줘”라고 하면 텍스트뱅킹 앱이 실행돼 생체인증을 거쳐 이체를 실행하게 된다. 초기 모델인 만큼 최초 등록시 인증 등 복잡한 절차가 있지만, 신기술을 계속 접목해나가는 만큼 편리함도 커졌다.

SK텔레콤의 ‘누구’를 통해서도 이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KEB하나은행 앱에 본인 계좌를 등록해두면 누구를 통해 별도의 로그인 없이 잔액, 거래내역, 환율 등의 조회가 가능하다. 하반기에는 간편 송금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금융관계자는 AI금융서비스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이 2014년 취임한 이래로 위비 등으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고, 관련 전담부서를 두고 AI, 핀테크, 빅데이터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의 금융에서는 관련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gag11@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