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린드블럼, 걸국 7회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롯데 자이언츠 선발 린드블럼이 8일 사직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NC와의 1차전에서 1-2로 뒤진 7회 무사 1,2루 위기를 맞은 뒤 교체되고있다. 사직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단기전 경험에서 우러난 NC의 ‘기다림의 미학’이 5년 만의 가을잔치에 나선 롯데를 무섭게 압박했다. 사상 첫 ‘부창더비’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은 “선발싸움”이라던 양팀 수장의 말을 증명하듯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정규시즌 16차례 맞대결에서 서로 내 놓을 수 있는 패를 모두 보여준 터라 경기에 임하는 기본 전략은 시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28명으로 늘어난 점, NC가 롯데보다 단기전 경험이 많다는 점은 3위 롯데를 포스트시즌 도전자로 만들어 놓았다.

롯데는 조쉬 린드블럼을, NC는 에릭 해커를 1차전 선발투수로 내보냈다. 5전 3선승제로 치르는 준PO는 1차전 승리팀이 PO에 진출할 확률이 84.6%에 이른다. 첫 경기를 잡는 팀이 분위기나 기세면에서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1차전은 양팀 모두 상대 선발을 빨리 끌어 내리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확실한 전략도 수립돼 있었다. 롯데 타자들은 NC 해커의 바깥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볼카운트에 따라 기습적으로 찔러 들어오는 몸쪽 빠른 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NC 타자들은 롯데 선발 린드블럼의 ‘몸쪽 선택지’를 빨리 지워내겠다는 전략으로 맞섰다. 롯데 타자들이 해커가 정상적인 볼배합을 할 수 있도록 길목을 열어준 반면, NC 타자들은 린드블럼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SS포토] NC 해커, 롯데 타선을 요리하는 호투~!
NC 다이노스 선발 해커가 8일 사직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롯데와의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4회 역투하고있다. 사직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NC 타자들의 전략이 1회초부터 롯데를 흔들었다. 투수가 가장 긴장할 수 있는 1회초 선두타자에게 던지는 초구를 NC 박민우가 기다렸다는 듯 받아쳐 2루타를 만들어냈다. 김성욱과 나성범, 재비어 스크럭스까지 1회초 타석에 나선 NC 타자들은 린드블럼이 던지는 몸쪽에 반박자 빠르게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보여주는 몸쪽 빠른 공’은 철저히 골라냈다. 롯데 배터리가 2회부터 바깥쪽 포크볼을 중심으로 볼배합을 바꿔 응수했지만 NC 타선은 린드블럼이 내려갈 때까지 몸쪽 빠른 공이 날아드는 길목을 내주지 않았다. 4회초 2사 1, 2루에서 린드블럼이 4개 연속으로 던진 바깥쪽 빠른 공에 미동도 하지 않던 NC 권희동은 2-2에서 날아든 바깥쪽 포크볼을 밀어내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린드블럼에 대한 기본적인 대비, ‘중타이밍으로 히팅존을 높게 설정한다’는 원칙도 충실히 지켜낸 결과였다.

반면 롯데 타자들은 예상외로 컨디션이 좋았던 해커가 편하게 자기 공을 던지도록 내버려뒀다. 바깥쪽 체인지업이 워낙 예리한데다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겸비한 해커를 상대로 이렇다 할 노림수가 보이지 않았다. 손아섭과 김문호 등 좌타자들이 비교적 빠른 카운트에 공략에 들어가 안타를 때려냈지만 최준석은 허를 찌르는 바깥쪽 빠른 공, 강민호는 커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고 원하는 공을 던질 때까지 조이는 힘이 NC보다 떨어졌다.

[SS포토] NC 김경문 감독, 지석훈 11회 승부 좋았어~!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이 8일 사직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롯데와의 1차전에서 2-2로 맞선 연장 11회 권희동의 적시타로 3루에서 홈을 밟아 추가 득점을 만든 지석훈을 하이파이브로 반기고있다. 사직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벤치의 움직임도 차이가 있었다. 롯데가 6회말 1사 1, 3루 문규현 타석 때 볼카운트 마다 다른 사인을 내는 등 적극적인 벤치의 개입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NC는 추가점을 뽑던 4회초 2사 1루에서 런 앤드 히트 작전을 잇따라 전개한 것 외에는 한 번은 더 올 기회를 위해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7회초 무사 1, 2루, 1사 1, 3루, 2사 만루 등에서 주포 박석민을 과감히 빼고 대주자와 대타 작전을 차례로 전개한 김 감독의 뚝심은 ‘득점루트에는 한 방만 있는 게 아니다’는 압박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이 마무리 손승락을 2-2 동점인 9회초에 올린 배경도 8회말 극적인 동점 홈런이 분위기를 가져왔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어차피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린다고 보면, 승부처를 조금 더 뒤에 둬도 홈 팀 이점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비쳐 아쉬움을 남겼다. NC가 원종현 임창민 등 국가대표 계투진에 지석훈, 이종욱 등 이른바 ‘가을타짜’들을 경기 후반에 적극 활용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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