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09 한국시리즈 기아-SK
프로야구 2009 한국시리즈 KIA-SK 5차전. 대형 태극기 개막식.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무승부 두 개 차이. 지난 2009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독식한 KIA가 8년 만의 데자뷰를 경험하고 있다. 파트너가 SK에서 두산으로 바뀌었을 뿐 ‘2무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KIA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은 당시 입었던 혜택을 이번에는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KIA는 2009년 81승 4무 48패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2위는 80승 6무 47패를 거둔 SK였다. 현행 승률제 방식으로 승률을 계산하면 KIA의 승률은 0.628, SK는 0.630로 정규시즌 우승은 SK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그 때는 무승부 경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다승에 가중치를 둬 순위를 산정했다. 현행 승률제에서는 무승부를 제외한 경기수를 기준으로 삼지만 당시에는 무승부까지 경기수에 포함했다. 승률제에서는 무승부가 0.5승으로 순위싸움에 도움이 되지만 2009년에는 0.5패로 오히려 짐이 되는 상황이었다. KIA가 SK보다 무승부 두 개를 적게하고도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품에 안은 결정적 이유였다.

KIA는 올해도 공교롭게 무승부 두 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승 향방이 결정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25일 현재 공동 선두인 두산과 똑같이 82승 55패씩을 기록했는데 두산이 두 경기를 치러 두 번의 무승부를 더 했다. 승률계산에 무승부 경기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두산이 KIA보다 1승을 더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KIA와 두산은 각각 6경기, 4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KIA와 두산이 4경기에서 똑같은 결과를 받아들 경우 KIA가 두산보다 덜 치른 두 경기 결과가 두 팀의 희비를 가르게 된다. 그 두 경기에서 KIA가 1승 1패를 하더라도 승률에서 두산이 앞서게 되고 2무승부를 기록하면 동률이 되는데 이 경우에는 승자승 원칙에 따라 시즌 상대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선 두산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KIA가 두산보다 1승 1무 이상을 더 거둬야 1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SS포토]6연승 두산, \'드디어 1위다!\'
두산 선수들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두산과 kt의 경기에서 kt에 승리한 뒤 김태형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kt에 6-4로 승리한 두산은 이날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패한 KIA와 승률이 같아지며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놓여진 상황도 8년 전과 판박이다. 당시 KIA는 8월 한 달간 20승 4패로 뒤집기에 성공해 정규시즌 우승을 정조준했다. 그런데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신음하던 SK가 8월 25일부터 파죽의 19연승을 질주하며 ‘왕조’의 저력을 발휘했다. 2007, 2008년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SK의 기세는 올시즌 후반기들어 파죽지세로 승수를 쌓아 올리고 있는 두산과 닮아있다. 두산 역시 2015년 뒤집기 우승에 이어 지난해 통합우승을 일궈 ‘왕조’로 우뚝섰다. 5개월간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던 KIA 입장에서는 2009년보다 훨씬 강한 저항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두산은 역전의 명수다. 1995년과 2001년 기적 같은 연승행진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2015년에도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을잔치를 시작해 마지막 시상대 정상을 차지하는 저력으로 ‘미러클 두산’의 힘을 보였다. 선수단 전체가 쫓기지 않는 뚝심으로 뭉쳐있어 경험과 기세면에서 모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잔여경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우승이 쉽지 않다”면서도 “우리 야구를 하겠다”고 자신감을 밝힌 배경도 두산 특유의 끈끈함을 믿기 때문이다.

[SS포토] KIA의 아쉬웠던 홈 연패, 어느새 종이 호랑이...?
최형우 등 KIA 선수들이 20일 광주 SK전에서 3-4로 패한 뒤 홈팬들에게 인사하며 퇴장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IA 입장에서는 이미 순위싸움에서 밀려난 팀들과 5경기를 남겨 뒀다는 점이 변수다. 26일 LG와의 홈경기를 제외하면 8위 한화와 2경기, 꼴찌 kt와 3경기를 치른다. 지방구단의 한 감독은 “순위싸움에서 밀려난 팀 선수들은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몸에 불필요한 힘이 덜 들어간다. 2할대 초반에 머무는 타자들이 시즌 막판 순위싸움에서 멀어진 뒤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이유도 결과에 신경쓰기보다 자기 야구를 편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고춧가루부대에 발목을 잡히는 팀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두산은 네 경기 가운데 2경기를 LG, SK 등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사활을 건 팀과 치른다. 두산의 부담도 크지만 상대가 느끼는 부담은 더 크다.

벼랑 끝에 몰린 KIA가 자신의 힘으로 ‘2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공교롭게도 개천절에 펼쳐질 마지막 경기로 가려질 수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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