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리드 지켜내지 못한 넥센선수들 \'무거운 발걸음\'
서건창 등 넥센 선수들이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패한후 그라운드에 나와 인사를 한후 최장하고 있다. 넥센은 1회말 kt 선발투수 로치의 폭투로 얻은 2-0 리드를 9회초 지켜내지 못하고 연장승부까지 갔지만 3-2로 패했다. 2017.09.12.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시즌 초·중반부터 승부수를 던졌던 팀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불펜 필승조를 조기 가동하거나 야수진의 체력안배를 소홀히 한 여파가 시즌 막바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1위에 도전했던 NC,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았던 넥센과 LG의 추락 원인은 144경기 완주 매뉴얼 미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와 넥센, LG 모두 불펜진이 무너지며 험난한 9월을 보냈다. 전반기까지 리그 최강 필승조를 구축했던 NC의 9월 불펜진 방어율은 24일까지 6.81에 달한다. 시즌 내내 마무리투수를 교체하며 불펜진을 변칙적으로 돌린 넥센의 9월 불펜진 방어율은 8.81이다. 야심차게 전원필승조 프로젝트를 단행한 LG의 9월 불펜진 방어율도 5.71로 이 부문 6위다. 특히 LG는 후반기 블론세이브 11번으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kt 다음으로 많은 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원인은 분명하다. NC 김경문 감독은 시즌 초반 추락을 피하기 위해 필승조를 일찍 투입했다. 롯데와의 개막 3연전에서 1승 2패로 밀리자 4월 5할 승률 이상을 목표로 초반 러시에 들어갔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김 감독의 전략은 완벽히 적중하는 듯 했다. NC는 4월 위기를 극복하며 KIA와 선두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5월 중순 악재가 찾아왔다. 에이스 제프 맨쉽이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복귀까지 두 달이 걸렸고 그사이 불펜진의 피로는 누적됐다.

넥센 장정석 감독도 승부처에선 과감하게 필승조를 등판시켰다. 지난해 구원왕 김세현(현 KIA)이 주춤한 상황에서도 이보근과 김상수를 경기 중반에 투입했다. 7월까지는 이런 변칙운용이 통했다. 그러나 7월 31일 김세현이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고 8월 들어 필승조 전원이 한계와 마주했다. 상위타선에 자리한 서건창, 김하성, 이정후의 체력안배에도 실패했다. 3명 모두 9월 들어 장타력이 급감했고 넥센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야구가 사라졌다.

LG는 지난해 마무리투수 임정우의 공백을 집단마무리 체제로 극복할 계획이었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임정우의 복귀시점을 6월로 잡았기 때문에 초반만 버티면 불펜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임정우는 지난 8월 11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임정우가 합류한 상황에서 불펜 필승조 대부분 구위 저하와 직면했다. 전원필승조, 집단마무리 등의 거창한 타이틀은 후반기 불펜 붕괴와 함께 사라졌다. 폭넓은 야수진 기용도 기대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낳았다.

결국 144경기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치밀한 운용계획이 동반돼야 한다. 개막 당시 대부분의 감독이 4월 레이스를 강조하지만 4월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4월 5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한 두산이 공동 1위에 자리하고 있고, 4월 5위였던 롯데는 3위에 올랐다. 두산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과 마이클 보우덴의 부상 공백을 폭넓은 선수기용으로 극복했다. 롯데는 시즌 내내 투수들의 체력안배에 각별히 신경 쓰며 후반기 대반전을 이뤘다. 더불어 두산과 롯데 모두 센터라인 백업자원을 적극 활용하며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를 차단했다.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백업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짜면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줘야한다. NC, 넥센, LG는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 모두 시즌 플랜을 대폭 수정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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