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평가전) 한국-일본
지난 2010년 10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일본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한국 수비수 조용형 이정수가 일본 공격수 마에다 료이치와 공중볼 경합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출전을 확정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변이 소란스럽다. 한국은 9회 연속, 통산 10번째 본선진출에 성공했지만 부진한 경기내용에 실망한 축구팬과 대중들로부터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재등판을 열망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분위기는 일본 축구 대표팀과는 대조적이다. 일본도 한국처럼 아시아지역 예선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결국 B조 1위로 러시아행을 확정지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가 높다. 빈번하게 언론과 충돌하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때 해임설까지 나돌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낭비가 많다’는 이유로 일본이 자랑하는 쇼트패스를 봉인하고 ‘듀얼(프랑스어로 결투라는 의미)’을 연호하면서 국지전과 직선으로 골대로 향하는 현실주의적 전술을 추구했다. 혼다, 카가와 등 기존의 주력 선수나 유럽파 조차도 컨디션이 나쁘면 기용하지 않는 철저한 선수 관리가 일본 축구 팬들로부터 전면적으로 환영받은 건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잡지 ‘넘버(Number)’는 ‘할릴호지치의 승리’라는 대대적인 특집을 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축구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예전엔 일본 TV와 잡지에서 한국 축구를 꽤나 신경 쓰곤 했다. 신문에는 경기 결과가 소개되고 전문잡지에는 자주 한국 대표팀의 리포트가 실렸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로는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 강인함의 요인’을 짚어보는 특집으로 지면이 꾸며졌고 한국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 한국 언론과 팬들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아시아 호랑이의 위기’를 은근히 부추기곤 했다. 필자는 1996년부터 일본 신문과 잡지에 한국 축구에 관한 기사를 기고해 왔는데 한국 축구는 개인적인 수입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분야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헌은 커녕 기사 의뢰조차 격감하고 있다. 몇 년 전이었다면 일본 내에서도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해임이나 히딩크 감독 재등판설 등이 빅 이슈로 다뤄졌을 테지만 그러한 심층 리포트를 출판사나 신문사에 쓰고 싶다고 요청해도 좋은 대답을 듣기 힘든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이겨도, 져도 한국을 보고 배워라’는 분위기가 감돌던 일본이지만 최근에는 한국보다 중국 축구가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전 모 축구전문지에서는 한국을 제쳐 두고 태국 축구 특집호를 발간했을 정도다.

그만큼 현재 일본에서는 한국 축구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은 커녕 카타르, 중국, 시리아에도 고전한 한국을, 일본은 더이상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등에서도 K리그팀을 라이벌로 대하기 보다 ‘거칠어서 귀찮은 상대’ 정도로 취급한다. 일본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축구를 의식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이다. 언뜻 보면 일본과 한국 축구가 대등해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관심이 엷어져 그것이 ‘무관심’ 으로 전락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에 소름이 끼친다. 필자의 밥그릇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니다. 이 세상에 ‘무관심’보다 무서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한국 축구는 일본이라는 숙명적 라이벌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일본에 이기는 것으로 그 존재의의를 증명해왔다. 일본의 존재가 한국 축구의 분발 요소였고, 일본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한국 축구를 의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한국축구는 한없이 무거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번역:이하나)<편집자주=재일동포 평론가인 신무광 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본지에 새롭게 칼럼을 연재합니다. 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스포츠, 연예, 정치사회 등을 가리지 않고 전해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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