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단은 최 감독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최 감독은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 정규리그 시즌 서른 번째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전북은 이날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나가다 수비수 김민재가 퇴장당한 뒤 두 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선두 전북(승점 60)은 이날 패배로 2위 제주(승점 57)에 바짝 쫓기게 됐다.

우승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최 감독으로서도 최단 기간 200승 달성을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올 시즌 나의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승을 하고 얘기를 했으면 좋았겠지만…”이라며 이날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뭔가’를 얘기했을 것이라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스플릿 가기 전에 윤곽을 낸 뒤 얘기하려고 했다. 이날 경기 패배가 전체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2위에 쫓기는 상황에서 선수단에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감독은 “거취에 대해 따로 얘기하겠다. 시기를 봐서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05년부터 전북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올해로 13년째다. 계약대로라면 2020년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지난해 소속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실이 드러났을 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면서도 1년 넘게 감독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심판 매수 사건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심판 매수의 당사자인 전 스카우트가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최 감독도 심적으로 크게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오랫동안 최 감독과 함께 생활해 온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A씨가 혼자 책임을 지고 세상을 떠난 것에 도덕적인 죄책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홈 경기에서 역전당한 것에 대한 즉흥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주와 승점 3점 차밖에 나지 않아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전북 구단도 최 감독의 ‘거취’ 언급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구단 한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 내년 시즌에 대해 논의할 때에도 그런 말씀은 전혀 없으셨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 발언 후 최 감독과 직접 통화를 했으나, ‘큰 의미 없는 말’이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며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2005년 7월 전북 사령탑에 오른 최 감독은 전북을 K리그 4차례 우승 및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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