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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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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중국 내 ‘K-푸드’ 열풍이 사드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식품기업들 역시 사드 여파로 줄줄이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중국 법인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적 악화에 따라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진출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오리온·농심도 실적에 타격을 입는 등 사드 리스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사드 직격탄’ 롯데 식품계열사, 매출 반토막에 매각설도…

롯데그룹 식품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는 사드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제과 중국 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379억에서 올해 194억원으로 48.8%나 급감했다. 롯데칠성음료 상황도 비슷하다. 롯데칠성음료의 중국 법인 오더리음료는 올 상반기 매출이 1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54.7%) 가까이 줄었다.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6월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롯데아이스산둥 법인을 현지 기업에 400만위안(약 7억원)에 매각했다. 인력 감축도 불가피해졌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현재 중국 법인 효율화 차원에서 제조 및 판매 인력 등 현지 인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그룹의 마트 부문인 중국 롯데마트가 철수하면 주요 유통 판로를 잃게 돼 향후 실적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지난 3월에는 현지 대형마트에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제품들이 일제히 철수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롯데마트와 함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도 중국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측은 중국 시장 철수설을 강력 부인했다. 21일 롯데제과 관계자는 “중국 시장 철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 역시 “중국 현지 법인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의 향후 철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롯데마트의 경우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나서 “중국 사업 철수는 절대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오리온 중국 대형마트 제품 진열 (1)
중국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제품들.  제공 | 오리온
◇오리온·농심도 못피한 사드 리스크, 하반기에는…?

중국 시장에 연착륙한 오리온과 농심 역시 사드 여파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오리온은 중국 매출이 국내보다 클 정도로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오리온은 제품 브랜드명, 이미지 등 중국 현지화에 공들인 결과 중국 진출 20년만인 지난 2013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오리온도 사드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리온 중국 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1%나 감소했다. 제품 판매량이 줄면서 중국 법인 소속 공장 및 판매 계약직 사원 규모도 약 20% 줄였다.

농심의 중국 법인은 올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다. 농심은 상반기 중국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12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8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오리온과 농심의 중국 법인 매출이 3분기 들어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오리온은 최근 ‘초코파이’(중국명:하오리여우 파이)의 중국 법인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빠른 정상화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리온에 따르면, 초코파이 중국 매출은 사드 이슈가 발생했던 3~4월에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7월 들어 전년 대비 16%, 지난 3월 대비 143%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3분기 들어 매출이 90%가량 회복되는 등 제품 판매가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단계”라며 “하반기 홍보 및 마케팅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 등 사드 여파가 있었으나, 3분기 들어 매출이 점차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상해 대형마트 신라면
중국 상해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농심 라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 | 농심

하지만, 사드 사태 갈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여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분간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은 최대한 자제할 계획이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류열풍이 불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리스크가 큰 시장으로 변하다 보니 결국, 중국에만 올인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국내 식품기업들이 베트남 등 성장세가 큰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에 눈을 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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