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혁 PD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빅픽처’를 만드는 여운혁 PD의 빅픽처는 무엇일까.

여운혁 PD(미스틱 영상 사업부 사장)의 행보는 항상 새롭고 남다르다. MBC에서 ‘일밤’ ‘남자셋 여자셋’ ‘느낌표’ ‘무한도전’ ‘황금어장’을 만들었던 여운혁 PD는 2011년 종합편성채널 JTBC로 자리를 옮겨 개국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썰전’ ‘아는형님’ 등을 만들며 JTBC 예능이 꽃피운 2017년, 여운혁 PD는 방송국이 아닌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서 다시 한번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간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 이제는 플랫폼 역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여운혁 PD는 SM 엔터테인먼트와 첫 콜라보 프로젝트인 ‘눈덩이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 4일부터는 미스틱과 SM C&C 및 김종국 하하가 공동 제작하는 ‘빅픽처’를 공개하고 있다. 기존의 방송사, TV라는 기존 매체가 아닌 네이버TV와 V LIVE를 통해서만 공개되는 ‘빅픽처’는 여운혁 PD가 보여주려고 하는 진짜 큰 그림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보인다.

여 PD는 현재 JTBC의 예능 중흥기를 이끈 주역 중 하나다. “지상파, 케이블 출신이 모였는데 다 양질이었다. 일도 잘하고 인성도 괜찮아서 잘 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면 다 빛을 본다. 처음 갔을때부터 느꼈을 것이다. 물론 내가 한 픅로그램 중 망한 것도 많다. PD로서 목표가 다작인데 프로그램을 제일 많이 해본 사람이 되고 싶다. ‘신동엽 김병만의 개구쟁이’는 조금 아깝다. 그외에도 시기가 안 맞은 것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여 PD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올초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기며 변화에 다시 한번 몸을 던졌다. 여 PD는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면서 지상파의 독과점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방송 환경이 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전혀 고민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방송 환경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판 자체가 어떻게 변할지 정말 전혀 몰라서 나왔다. 그래서 성 안에 있는 것보다 나오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방송국에서는 할 것을 다 해봤다. 밑에부터 시작해 국장까지 해보기도 했다.(윤)종신형과 여러가지 뜻도 맞아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여운혁 PD

현재 SM C&C, YG 엔터테인먼트, FNC 등 수많은 기획사가 콘텐츠 제작에 나선 가운데 여 PD는 왜 미스틱을 선택했을까. 그는 “신뢰 관계가 오래 쌓였고 윤종신 음악을 100% 좋아하지 않지만 철학에 대해서는 공유한다. 계획적으로 주도면밀하게 하는 회사도 있지만 우리 같이 본능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곳도 있다. 항상 언더독으로 살 때가 잘되더라. 하드웨어적인 면은 제로에 가까운데 예능적으로 친한 사람들이 SM C&C에 많이 있는데 SM엔터테인먼트가 미스틱의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고 전략적 투자와 상호협력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협업하게 됐는데 내 복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아직까지는 윤종신 색으로 가야하고 콘텐츠에서도 그 색이 묻어나야 한다. 향후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순수해야 한다. 유행이나 트렌디한 것을 따르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트렌디하다는 소리를 듣기보다는 우리들은 희한하고 특이하다고 들어야 한다.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은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속칭 금사빠로 금방 사랑에 빠지는 만큼 금방 또 빠진다. 윤종신 음악이 오래 듣고 묵혀 들을 수 있는게 장점인데 회사도 그렇게 돼야 한다.”

한편 여 PD는 자신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는 “최대한 게으르게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의외로 오래가고 섭외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물론 채널의 덕이 크지만 연기자들이 재밌고 남는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성격상 누구와 비교하지 않는다. 프로그램 역시 다른 프로그램을 신경쓰거나 비교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디어에 있지만 미디어를 믿지 않는다. 기자나 방송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한 부분만 보고 짧은 시간내에 그 한부분만 다룬다. 방송도 출연하는 연기자의 재밌는 부분만 편집해서 보여준다. 밝은 면만 보여주는 게 예능인데 인생은 그게 다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이나 현상에 대해 선입견을 안가지고 살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여운혁 PD

물론 가야한 길은 멀다.아직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는 여운혁 PD를 제외하면 영상 사업부에서 제작 인력이 거의 없다. 그는 “현재 뽑아야하고 내년에는 내년에는 공채를 계획 중”이라며 “PD라는 직업이 회사원이고 월급쟁이지만 자존심이 중요하다. 그 선을 맞추는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괜찮은 친구들이 올 수 있을지 고민중이다. 물론 함께한 후배들도 다 데려오고 싶다. 하지만 MBC에서 JTBC를 가는 건 압구정에 살다가 방배동으로 이사가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다르다. 돈을 많이 준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행복해야 하기에 함께 가자고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 플랫폼과 콘텐츠 소비 패턴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속 여운혁 PD는 자신의 빅픽처를 조심스럽게 꺼내놨다. “우리는 동영상 제작소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바이럴 광고 등 어떤 장르든지 동영상으로 만드는 것은 다 만들어 보고 싶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회사 재밌고 궁금해하는 회사가 되길 기대한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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