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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진석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 첫번째)이 19일 농심배 1차전에서 검토실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포즈를 취했다. 제공 | 사이버오로

[선양(중국)=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이번엔 정말 해볼 만하다.”

‘한·중·일 바둑 삼국지’ 제19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목진석(37)바둑국가대표팀 감독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는 만리정성을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우승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위치한 선양 완다문화호텔에서 1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한 농심신라면배에서 무려 5년 만의 농심배 우승컵 탈환에 도전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표 5명이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격돌하는 농심신라면배에서는 한국은 11회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4년 연속 중국에 잇따라 패하며 자존심이 구겨진 상황이다. 하지만 19일 1차전을 앞두고 만난 목 감독은 “이번에는 다르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나 중국 모두 정상급 선수들이기 때문에 실력의 차이는 크지 않다. 당일 기세와 컨디션이 많이 좌우할 것”이라면서 “선수들의 부담감을 줄여주고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자신감은 ‘믿는 구석’에서 나온다. 우선 이번 대회에서 나선 바둑 대표팀의 젊은 혈기가 그렇다. 한국은 랭킹 시드를 받은 박정환 9단을 비롯해 선발전을 통과한 신진서 8단, 신민준 6단, 김명훈 5단과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김지석 9단이 등 5명의 평균나이가 21.4세다. 목 감독은 “젊어서 그런지 파이팅이 넘치고 기세가 대단하다. 중국이 약해졌다기 보다 우리가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그 기세에 올라탄다면 만리장성을 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번째 믿는 구석은 ‘다크호스’ 김명훈(21) 5단이다. 목 감독은 “김명훈은 중국에는 베일에 싸여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져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교적 늦은 18살에 입단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명훈 5단은 최근의 기세로만 따지면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다만 국제대회 경험 부족으로 오는 중압감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마지막은 한국바둑의 에이스 박정환(25) 9단이다. 박정환은 최근 프로 바둑기사로 절정기를 맞이하고 있다. 46개월째 연속 한국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최근 21연승을 거두며 올해 국내 프로기사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목 감독은 “박정환 9단은 요즘 바둑 내용이 좋고 누구와 둬도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게다가 바둑에 대한 열정이 세계 최고여서 든든하다. 한국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개막식서 만난 박 9단도 “지난해 내가 주장으로 나와 패하면서 4년 연속 중국에 우승컵을 내줘 책임감을 느낀다. 큰 경기에 많이 긴장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울렁증도 극복했다. 반드시 한국이 우승하는데 기여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내보이기도 했다.

목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전임 유창혁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1995년 롯데배 한·중대항전에서 녜웨이펑(중국) 9단을 꺾어 ‘괴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가 이번에 중국의 5연패를 저지하고 ‘괴동 감독’으로 다시 반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간밤에 중국 선수의 기보를 연구하느라 눈이 퉁퉁 부었다는 그의 미소가 더없이 듬직하게 다가왔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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