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 박진업기자 |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관련 부처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고사위기에 놓인 대학야구의 현실을 이야기하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김응용 회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나 있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도 충분히 나와 있지만 실제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중에서 최고 수준이 돼야 하는 대학야구가 고교 야구에 추월당한 상황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졸속 행정이 오히려 대학 선수들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김 회장은 대학 선수들이 점점 외면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단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경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주말리그만으로는 대학 선수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일주일에 최소 5경기는 해야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 리그가 토너먼트 체제로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가뜩이나 대학 선수들이 치를 수 있는 경기수가 적은데 대회에서 떨어지면 1~2달을 쉬어야 한다. 이래서는 고교 선수들과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토너먼트 제도가 아니라 리그제로 운영돼야 선수들이 더 많은 경기를 뛰면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은 대학리그가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제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 입성을 꿈꾸며 대학에 진학했지만 제대로 된 훈련이나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열악한 환경도 문제다. 김 회장은 “야구장이 있어야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야구장도 별로 없을 뿐더러 있다고 해도 거리가 멀어 경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이동에 따른 비용도 많이 든다. 야구팀이 있는 대학은 야구장 확보가 시급하다. 야구팀이 있어도 경기를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학들이 소유하고 있는 야구장은 대부분 캠퍼스와 동떨어진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곳과 야구장이 너무 멀어 제대로 된 훈련이나 경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다. 대학들이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야구팀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도 대학 야구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대학 선수들은 학습권 보장이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정해진 수업과 학점을 이수해야 각종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야구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커리큘럼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학습권 보장이 문제가 아니다. 야구를 하는 학생들에게 맞는 커리큘럼이 진행돼야 하는데 아무런 논의 없이 무작정 모든 것을 일반 학생에게 맞추도록 했다는 것이 문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교육 정책과 계속 엇박자가 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관심이 없는 학과에 들어가 야구와 관련 없는 과목을 배우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 회장은 모 대학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모 대학은 야구 관련 학과를 따로 만들었다. 야구장과 가까운 지방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게 했다. 서울에서 교수들이 직접 내려와 강의를 한다.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바로 나가서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외국어, 인문 등 선수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배운다. 또 체육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프로야구에 진출하지 되지 못하더라도 관련 직종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런 구조가 다른 대학에서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안타깝지만 협회 차원에서는 문제 개선을 위해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처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학야구연맹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개선의지가 없는 관계 부처의 무관심이 대학야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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