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설경구 주연의 ‘살인자의 기억법’(이하 살기법)이 비수기 200만 관객을 모으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김영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 분)가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물.

AOA의 멤버이자 배우인 김설현이 설경구의 딸 은희역을, 배우 김남길은 병수의 살인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태주 역을 각각 맡았다.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원신연 감독의 디테일, 여기에 원작을 고스란히 옮겨온 작품성이 모두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무엇보다 이 작품으로 배우 설경구의 진가는 다시한번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됐다.

설경구는 “2년 전에 완성한 작품이었다. 너무 그 시간이 길었다. 힘들었다기 보다 ‘개봉을 언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지만, 그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 어느때 보다 치열하게 연기했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배우 설경구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②에 이어- 배우 설경구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이러한 점이 없다면 배우를 할 수 없어요. 캐릭터를 봤을 때 마음이 가야하잖아요. 연민이 가는 게 좋아요. 그것은 자신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는 것이죠. 모든 배우들이 그것(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없다면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 이번에 만난 김병수 캐릭터는 어땠나.

겸손일 수도 있지만, 김병수는 연기를 잘 해 보일 수 있는 역이었어요. 오히려 (김)남길이의 민태주 역이 더 어려웠죠. 줄타기를 해야하는 캐릭터라서요. 병수 역시 쉬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잘 해 보일 수 있어서 만족해요.

- ‘살기법’이 배우 설경구의 필모그라피에서 전환점이 될까.

수년동안 익숙하게 해왔던 연기에 고민을 해오던 중 만났던 작품이에요. 또한 캐릭터의 연장선상에서 봤을 때 얼굴에 관심을 갖게된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단순하게 몸무게를 ‘찌우다’, ‘빼다’라고 접근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아니었죠. 외형은 저 혼자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 영화부터는 나 혼자 다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스태프들이 같이 만들어 준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 고무줄 몸무게의 반복이다. 건강은 괜찮은지.

이제 찌는 건 싫어요.(웃음) 빼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건강이 나빠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가끔 몸을 비워야 할 때가 있잖아요. 이게 희열도 있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감독님에게 계속 살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68kg까지 갔을 때 부터 몸무게를 줄이지 않았어요.

‘고무줄 몸매’가 반복되면 탄력이 조금 떨어지겠죠. 가끔 멍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진짜 하고 싶어”라고 생각이 들면, 해야되요. 안하면 속이 터져요. 기회가 왔는데, 놓쳐버리면 화가 날 것 같아요.

- 2017년은 설경구에게 특별한 한해다.

저에게 중요한 영화 2편, ‘불한당’과 ‘살인자의 기억법’이 모두 개봉했죠. 흥행여부를 떠나 개봉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설경구의 별명이 있다.

꾸, 설탕, 우리꾸, 울꾸.(웃음) 경구의 구를 꾸로 귀엽게 불러주세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불러주시는 별명인데 감사하죠.

별칭이 생겼다는 것은 대중적으로 한 발 더 가는 친근함이 있잖아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제가 해준것도 없는데, 무조건적으로 좋아해주셔서 과분하죠. 아마도 이것이 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 제가 손편지를 꽤 받아요. 몇 분은 우울증에 걸렸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았다고 하셨어요. 집밖에 못 나와 힘들어했던 분들이, 친구들에 끌려 ‘불한당’을 보고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이러한 의도로 영화를 하지 않았지만, 그분들에게 힘이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어요. 저도 응원을 받으며 힘이 나니까요. 배우의 보람중에 하나기도 하고요.

- 배우 설경구를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까?

TV드라마도 재미있더라고요. 요즘에는 영화 스태프들이 많이 참여하고요. 제작시스템도 바뀌었어요. ‘드라마를 안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 마지막으로 ‘설경구’라는 배우가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나.

캐릭터로 기억을 남겨졌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제가 남긴 캐릭터가 없는 것 아니거든요. 강철중도 있잖아요. 꾸준히 캐릭터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한동안 작품은 했지만, 제가 만든 캐릭터가 없더라고요. 다시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같이 한, 저와 같이 한 캐릭터요.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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