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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자영기자] 이마트·롯데마트 등 국내 대표 대형마트들이 중국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현지 매장의 지속적인 실적악화에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그간 무성했던 중국 사업 철수설이 현실화되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의욕적으로 진출한 중국 시장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과 반한 기류 속에서 처절한 실패의 쓴맛만 남기게 됐다.

◇롯데마트 ‘사드’에 무릎, 매각 작업도 ‘난항’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지만, 향후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개 달하는 중국 매장은 애초 매입가보다 낮은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 내 매장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롯데와 증권가 등이 추산한 중국 롯데마트 장부가는 약 8300억원이다. 하지만 매각 주관사 골드만삭스를 통해 매각 의사를 타진한 기업들은 롯데마트의 가치를 이 보다 훨씬 더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마트의 중국 내 5개 점포 매입을 추진 중인 태국의 유통기업 CP그룹 등은 롯데마트를 장부가 대비 30% 이상 싸게 팔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마트가 사드 보복 영향으로 지난 2분기 중국 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하는 등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 된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는 매각 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중국 최대 유통기업인 화롄그룹에 중국 점포 매각을 타진했다. 하지만 화롄그룹 측은 정치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롯데마트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매각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 행위가 본격화되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112개 중 87개 점포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며, 나머지 점포도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없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3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투입한 데 이어 최근 3400억원을 추가로 수혈했다. 하지만 매출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임금 등 고정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 롯데마트가 현지 종업원 임금과 임차료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은 월평균 9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이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롯데마트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매각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중국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마트
이마트도 중국 시장 진출 20년만에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사진은 이마트 중국 2호점. 제공 | 이마트

◇‘업계 1위’ 이마트도 중국에서 ‘쓴맛’, 연내 매각 마무리 목표

롯데마트에 앞서 업계 ‘1위’ 이마트도 중국 진출 20년만에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현지화 실패에 따른 수익성 악화,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 중국 내 반한 감정 등 녹록지 않은 현지 상황이 사업 철수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마트는 20년전인 지난 1997년 국내 대형마트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상하이에 1호점 문을 연 이후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공격적인 매장 확대에 나섰다. 2010년에는 매장을 26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손실이 누적되자 이듬해인 2011년에는 수익성이 없는 매장 10곳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상하이의 중국 1호점마저 문을 닫았다.

점포 정리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국 내 이마트는 2011년 한 해에만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적자액도 1007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4년 440억원 ▲2015년 351억원 ▲2016년 2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4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이마트가 중국 내 운영 중인 매장은 6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 등 5개 점포는 CP그룹에 매각 될 예정이다.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은 다른 방식으로 매각될 예정이다. 이마트 역시 헐값 매수를 원하는 CP그룹과 매각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고 높은 만리장성의 벽… ‘포스트 차이나’ 공략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마저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국내 대표 대형마트들이 의욕적으로 진출한 중국 사업은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들은 중국 사업을 최대한 빨리 정리한 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45개, 베트남에 1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는 베트남에 이어 몽골 등 최근 성과가 좋은 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높여나 갈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성장성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사드 문제 이전에도 텃세와 각종 규제로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며 “국내 대표 대형마트마저 중국 시장에서 백기를 들면서 유통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ou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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