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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송승준이 15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훈련을 마친 뒤 자신의 100승을 기념한 티 셔츠를 입고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직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사직=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15일 사직구장. 오후 3시께 개인 훈련을 하던 롯데 선수들이 하나 둘 더그아웃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경기전 단체 워밍업을 앞두고 하는 단체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주장 이대호가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이 마무리 손승락과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 불펜투수 배장호 등이 차례로 라커룸에서 걸어 나왔다. 순간 이대호가 “(손)승락아, 오늘 그 티셔츠 안입기로 했잖아. 오늘 마 다 입으까?”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선수단 대부분이 오렌지색 훈련복을 입고 있었는데 손승락과 번즈, 배장호 등 세 명만 흰색 티셔츠를 입고 더그아웃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그아웃 앞에서 배트를 들고 스트레칭을 하던 송승준이 “야, 부끄럽다. 다른 거 입어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손승락과 번즈, 배장호 등이 구단이 최근 송승준의 100승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흰색 티 셔츠였다. 주먹을 불끈쥐고 환호하는 송승준의 모습 아래 ‘100 WINS’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였다. 오는 16일 사직 SK전 선발 등판 예정인 송승준은 지난달 6일 개인통산 100승 달성에 성공했다. 송승준이 부끄러워한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 손승락은 “단체로 안입을거면 뭐하러 만들었노?”라며 장난스레 입을 삐죽였고, 번즈를 바라보며 “네가 입고 나와서 나도 입은 것 아니냐”며 장난을 걸었다.

[SS포토] 롯데 이대호, 강민호 홈런에...격렬한 물개 박수~!
롯데 강민호가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0-0으로 맞선 7회 선제 솔로 홈런을 쳐낸 뒤 덕아웃에 돌아오자 이대호 등 팀동료들이 박수로 환호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들 셋이 송승준 100승 티 셔츠 대신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이대호는 선수단 미팅을 주재했다. 김원형 수석코치와 김민재 수비코치 등 코칭스태프도 한 자리에 모였다. 대표 발언을 한 김민재 코치는 대뜸 “(김)원중이, 앞으로 나와!”라며 분위기를 잡더니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하라”고 주문했다. 전날 0.2이닝 7실점으로 뭇매를 맞은 김원중이 쭈뼛거리며 앞에 나섰고, “죄송합니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선수들 표정에 미소가 가득찼다.

이대호는 “괜찮다. 원중아”라며 격려를 한 뒤 “네 덕분에 형들이 좀 쉬었다. 네가 1회에 대량실점 안했으면 쉬지도 못하고 빡빡한 경기를 하느라 너무 피곤했을 것 같다. 고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자, 다들 파이팅 하자. 오늘도 기분좋게 한 번 해보자”라며 선수들과 함께 워밍업을 위해 외야로 달려 나갔다. 전날 2-11로 대패했지만 워밍업 하는 내내 웃음꽃이 끊이지 않은, 롯데의 밝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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