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70912_065131403
중국 장강의 적벽이 유명하지만 국내에도 위풍당당한 화순 적벽이 있다.
[화순=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언젠가 한편의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제목은 적벽(赤壁·원제 Red Wall). 삼국지연의 속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한 영웅호걸도 그랬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장강(長江·양쯔강)에 있는 암벽, 적벽이다. 조조의 위(魏) 군대가 주유의 오(吳)와 사상 유래없던 수전을 벌이던 강물이 성난 불과 피로 물들어 깎아지른 바위를 비치니 그것이 바로 적벽이었다.적벽은 14억 중국인 뿐 아니라 삼국지를 좋아하는 한국과 일본인들도 아는 지명일테니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절벽이 아닐까 한다. 글자 그대로 ‘붉은 벽’일 뿐인데. 각각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는 저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정말 신이 나는 사실은 그 적벽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이다. 전라남도 화순군에 있다. 장강의 적벽에 못지 않은 ‘국산’ 적벽을 다녀왔다.
KakaoTalk_20170912_065131403
노루목 적벽.
◇웅장한 적벽의 그림자에 서다.

적벽은 부안에도 있고 금산에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화순적벽(명승 112호)이다. 물염·창랑·보산·노루목적벽(장항적벽) 등 벼랑 4곳으로 나뉜다. 1519년 호남삼걸 중 한명으로 추앙받는 신재 최산두가 이곳을 찾아 그 위용당당한 풍광이 중국의 적벽에 견줄만하다(신재가 중국을 다녀왔을까는 의문이다)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화순군 옹성산 서쪽에 창랑천 수면 위 60~80m 높이에 너비는 무려 100m 정도로 산을 잘라낸 듯 버티고 선 적벽은 과연 돌이 붉고 웅장하다. 1984년 동복댐 확장으로 현재 일부가 수몰됐지만, 동국여지지의 기록에 따르면 높이가 1000척(약 303m)에 이른다고 했다.

좁은 창랑천 위로 병풍처럼 시선을 막아선 화순적벽은 과거 천하절경으로 꼽히며 많은 시인묵객이 찬양하던 곳이다. 동복댐이 들어서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다 지난 2014년 다시 국민과 만났다.

KakaoTalk_20170912_065131403
화순 망미정에서 바라보는 노루목 적벽.

수몰지구라 실향민을 위해 망향정을 지었다. 이 곳에서 적벽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버스투어(예약제)를 통해 옹성산을 오르다보면 보산적벽 위 망향정에서 노루목적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망향정 아래 망미정에서 칼로 말아낸 듯 수직으로 선 노루목적벽의 웅장한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KakaoTalk_20170912_065131403
화순 적벽은 투어버스를 통해서만 탐방이 가능하다.

화순적벽은 그 이름보다 위용당당하다. 나 역시 중국의 것을 직접 보지못했지만 이처럼 사람을 초라하고 주눅들게 만드는 벼랑이 어디에 또 있을까. 그림 속에서 봤을까. 일찍이 다녀온 노르웨이 피오르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곧 가을. 오색 단풍이 무심한 노루목 적벽을 치장하면 얼마나 더 멋진 풍광을 자아낼까. 남도 어디쯤 핑계를 대고 다시 한번 적벽을 찾고 싶다.

DSC_0770
천년고찰 무등산 운주사.

◇‘그 택시 운전사’처럼 둘러본 화순

화순이 관광지로 익숙하지 않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또 영화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재미냈나 보다.) 최근 개봉해 1000만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독일인 기자 힌츠페터(토머스 크레취먼 분)를 태운 김사복(송강호 분)의 택시가 봉쇄된 광주로 넘어가던 국도 샛길이 바로 화순군이다.

광주광역시와 너무 가까워 따로 여행지로 분류되지않아 억울한 화순, 하지만 유서깊은 고찰 등 문화유적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두루 많다.

DSC_0770
정교하고 세밀한 조각과는 거리가 먼 투박한 모습으로 절집을 지키고 선 운주사 석불.

화순하면 운주사(雲周寺)가 가장 유명하다. 일주문이 나오기 전부터 가득한 불탑과 석불, 즉 천불천탑으로 세인들에게 알려졌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바로 길 양쪽에 석탑과 불상들이 일렬로 섰다.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이나 석가탑처럼 솜씨 좋은 석탑이 아니다. 무른 응회암 돌을 쪼아낸 자국은 투박하고 토속적이다.

DSC_0770
무등산 운주사 석불.

모양도 제각각이라 어느 한 사람이 한 세대에 만든 것이 아니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동글동글한 호박을 쌓아올린 듯한 탑, 소원을 빌기위해 그저 자연석을 얹어놓은 듯한 모습 등 21기의 석탑이 옛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채 남아있다.

DSC_0770
와불은 미완성된 채로 천년을 누워있다.

석불도 많다. 무려 100여 기에 이른다. 그중 대웅전을 앞에 두고 왼쪽 언덕배기에 있는 대형 와불은 부조다. 원래 부조로 와불을 새기려던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쪼아내고 일으키려다 그만 뒀다는 ‘미완의 모습’으로 천년의 세월을 누워있다. 운주사 와불을 일으키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DSC_0850
고려 때 창건한 만연사. 숲길이 유명하다.

DSC_0850
만연사 앞 배롱나무가 꽃을 피웠다.

DSC_0850
만연사.

만연사는 고려때 창건한 절집이다. 18세기 만들어진 괘불(보물 제1345호)이 있는 곳이다. 대웅전 앞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피어난 고색창연한 절집도 멋들어지지만 뒷편으로 난 ‘오감연결길’이 참 좋다.

DSC_0850
다산이 어린 시절 걸었다는 오감연결길.

강진 백련사 뒷길처럼 옛날 다산 정약용이 어린 시절 걸었던 길이라고 한다. 상쾌하고 싱그러운 나무향이 가득한 숲길 한 가운데로 데크를 둘러놓아 한바퀴 돌며 걷기에 딱 좋다. 바닥과 띄어놓은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 뱀 걱정도 덜하니 가을날의 산책코스로 딱이다. 정말 오감이 모두 예민해지며 치유와 힐링이 절로 되는 것 같다.

아침이면 몽환적인 물안개를 피우는 세량제 등 화순에는 정말이지 가을 감성을 충족시키는 곳들이 가득하다. 황금연휴도 많은 이 가을, 어찌 화순을 외면할 수 있을까.

demory@sportsseoul.com

화순여행정보

KakaoTalk_20170912_065223631
물안개 피어오르는 세량제.

●둘러볼만한 곳=화순적벽은 따로 갈 수 없다. 적벽투어버스를 미리 예약해야한다. 11월까지 매주 수요일과 토·일요일 3차례 하루 360명만 한정해서 예약을 받는다. 요금 1만원. 적벽 이외에 고혹한 물안개 피어나는 세량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유적지, 운주사, 만연사, 도곡온천관광지, 만연산 오감연결길, 무등산 편백자연휴양림 등이 주요 관광지다. 천불천탑 사진문화관도 꼭 들러볼만한 곳이다. 운주사의 여러 세월과 계절을 필름에 담아낸 작품들이 가득하다.(061)379-5893.

DSC_0820
화순 음식 흑염소 수육찜. 하늘가든.

DSC_0820
화순 음식 다슬기 비빔밥. 사평 다슬기 수제비.

DSC_0820
화순 음식. 사평다슬기 수제비.

●먹거리=화순은 흑염소 맛집이 많다. 귀농 농가에서 차린 하늘농원은 직접 키운 흑염소를 잡아 부추를 잔쯕 올린 수육찜으로 내는 집이다. 흑염소를 꺼리는 이들을 위해 따로 준비한 우럭매운탕도 맛있다.(061)374-7643

물맑은 화순은 다슬기 요리도 유명하다 사평다슬기수제비는 투실투실한 다슬기를 넣고 끓여낸 수제비로 유명한 곳.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다슬기 살을 듬뿍 올린 비빔밥과 마치 피자를 연상시키는 다슬기 전도 꼭 먹어봐야 한다.(061)372-6004

.

DSC_0820
화순 음식 병어조림. 느티나무집.

도곡온천단지 인근 느티나무집은 간장게장정식, 갈치조림, 병어조림 등 남도음식을 잘한다. 매콤하게 조려낸 조림에 나물 등 다양한 반찬을 한상 깔아준다.(061)374-1505.

●잘곳=도곡온천 부근에 관광호텔이나 모텔 등 숙소가 많다. 애니텔모텔은 깔끔하고 한적해 쉬어가기 좋다.(061)375-5533. 도곡온천관광호텔(061)375-0025. 도곡스파랜드(061)374-7600. 리조트는 금호리조트 화순이 있다.(061)370-5000.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