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윤_프로필4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그룹 포미닛이 해체되고 지난 1년간 전지윤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두차례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자의반 타의반 지금은 소속사가 없다.

오는 12일 솔로 가수로서 신곡 ‘저기요’를 발표하는 전지윤은 예전 화려했던 아이돌 시절과 활동 계획이 180도 다르다. 새 노래의 제작자는 전지윤 자신이다. 자비로 신곡을 완성했다. 작업 공정 대부분을 스스로 주도했다. 완벽한 인디 뮤지션의 방식이다. 기획사도 매니져도 없기에 화려한 쇼케이스를 열수도, 방송 출연을 시도할 수도,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전지윤은 두렵지 않다. 그는 자신이 10년간 갈고 닦은 음악 실력, 그리고 열정을 믿는다. 최근 만난 전지윤은 “연예인이 아니라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다. 믿고 듣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12일 공개되는 솔로곡 ‘저기요’에 대해 설명해 달라.

만든지는 2~3년 됐는데 사연이 많은 곡이다. 원래 포미닛 유닛 투윤(전지윤-허가윤)의 곡으로 만들려 했다. 그래서 가윤이와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포미닛 재계약과 맞물린 시점이라 발표할 여건이 맞지 않았다.

7월에도 이 노래로 컴백하려 했는데 회사 문제가 있어서 미뤄졌다. 이상하게 공개하려고 할 때마다 상황이 깨지고, 여의치 않게 되더라. 내겐 ‘고구마’ 같은 곡이다. 이 노래를 공개하면 ‘사이다’를 마신 느낌이 들 것 같다. 이 노래 편곡을 해준 프라이머리가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노래는 차라리 내지 말라고 하더라. 자신이 새 노래를 주겠다고. 그런데 내가 고집을 부렸다.

징크스 같은데 연연하지 않는데다 이곡이 너무 좋았다. 꼭 내고 싶었다. 좋은 노래를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12일 이 노래를 발표한 다음부터 쭉쭉 나아갈 생각이다. 새 버전에는 래퍼 키썸이 참여했다.

-‘저기요’라는 신곡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길게 보고 있다. 12일 ‘저기요’로 문을 두드린 뒤 10월 새 싱글을 내고 싶다. 겨울쯤 EP 앨범으로 이어지는 장기 계획이다. 그 포문을 여는 곡이라 이 노래를 골랐다. 레트로풍의 듣기 편한 곡이라 어디 놀러가서 듣기에도 좋지만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들으면 좋을 노래다. 남자가 수줍어 하는데 여자가 먼저 다가간다는 내용인데, 대중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신곡 ‘저기요’에 국내외 정상급 뮤지션들이 참가해 눈길을 끈다. 크리스 브라운, 아리아나 그란데 등 쟁쟁한 스타 뮤지션들의 피처링 및 곡 작업에 참여했던 유명 작곡가 테일러 파크스가 작곡에 참여했고, 실력파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편곡에 나섰다.

테일러 파크스는 안지 3~4년된 친구다.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에서 하는 송캠프에 참여했다가 친해졌고, 이후 많은 영감과 도움을 받고 있다. 나와 친해지기 이전부터 유명한 작곡가였다. 이 친구가 한국에 놀러왔을 때 노래의 탑라인을 써주고 갔다. 편곡 완성본을 들려줬더니 만족해 했다.

프라이머리는 평상시 그의 음악을 좋아해서 3~4년전 지인에게 소개해 달라고 했다. 굉장히 꼼꼼한 스타일이라 함께 작업을 하면 절대 녹음이 한번에 끝나질 않는다. 자기가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작업하는 섬세한 사람이고, 천재적인 부분이 있다. 이 곡을 녹음하면서 힘들었는데 프라이머리와 내가 원하는 방향성이 맞아떨어졌다.

전지윤 앨범 메인 아트웍
신곡 ‘저기요’ 앨범 재킷.

-앞으로 선보일 솔로 뮤지션으로서 음악 색깔은.

내 콤플렉스이기도 한데 뚜렷한 색깔이 없다. 난 굳이 색깔을 따지자면 무채색이다. 도화지 같다. 내 목표는 ‘전지윤은 뭐든 잘 소화한다’는 평을 듣는 것이다. 발라드를 해도 전지윤이 하면 더 좋게 들리고, 신나는 음악을 하면 더 신나게 들리고. 원래 그 노래의 색깔을 더 진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2015년 ‘언프리티랩스타2’에서 래퍼로도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야생에 나를 던져놓았다. 살면서 욕을 제일 많이 먹은 시기다.(웃음) 그걸 하고 나서는 못 할게 없다. 용기도 많이 생겼다. 멘탈이 강한 편인데 악성 댓글엔 약하다. 그래서 댓글을 아예 안본다. 그런데 안봐도 굳이 옆에서 얘기해주는 이들이 있다.(웃음)

-래퍼로서 활동할 계획은 없나.

내가 랩을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랩도 꾸준히 할 생각이다.

-신곡 ‘저기요’가 어떤 반응을 받길 바라나.

지금 당당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하다 보면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내가 인정받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어떤 반응이 올지 전혀 감이 안온다. 솔직히 홍보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지도 모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반응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있다. 욕심은 없다. 잘되려면 오히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혼자 하는데 따른 불안감은 없나.

몇개월전만 해도 불안감이 굉장히 심했는데 2차례 발표한 싱글 앨범이 안되니까 면역이 생기더라.(웃음) ‘또 안되면 뭐 어때?’라는 느낌이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두번 세번 이어지면 괜찮더라.

-콜라보해보고 싶은 가수는.

신곡은 키썸과 했고 이전에 올티, 서사무엘과 해봤다. 우효를 좋아하는데 언젠가 협업을 해보고 싶다.

-앞으로 목표는.

몇 십석도 좋고, 몇 백석도 좋다.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로 꽉찬 공연장에서 공연을 벌이고 싶다. 올해말 예정된 EP 앨범 발매 즈음이 될 것 같다.

연예인으로서 내가 잘 되는 것과 내 음악이 잘 되는 것은 다른 개념인데 나보다 내 음악, 내 컨텐츠가 잘됐으면 좋겠다. 대중이 내 프로듀싱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 ‘전지윤의 음악은 좋다. 믿고 들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신곡을 내면 들어보지도 않고 다운로드할 만큼 믿음이 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전지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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