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기호기자] TV 속 스타를 보면서 위안을 받은 한 소년은 언젠가 그들처럼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여러 기획사의 오디션에 응시했지만 매번 떨어졌고, 월 50만원에 달하는 수강료 탓에 리포터 학원 등록은 꿈도 꾸지 못했죠. 현실에 좌절하지 않은 그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수많은 사람과 소통했고, 64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워와 30만명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로 성장했습니다.


적당히 할 줄은 알아도 남들보다 잘난 건 하나도 없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안재억(27)은 몰카와 패러디, 공감 영상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 중입니다. 자신이 죽었을 때 영상을 보며 다 함께 웃는 장례식이 마지막 목표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인생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는데요. 그가 그려나가는 '재밌는 인생'은 어떤 걸까요?


Q : 2014년 8월 4일 '머리 감을 때 공감'이라는 영상을 시작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안재억 : 유튜버로 활동하기 전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MCN 회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외국은 10년 전부터 유튜브가 활성화됐는데, 한국은 이제 막 시작했고 그 중심에 네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영상이 재생되기 전 광고가 붙기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돈보다 열정을 중요시했기에 전혀 솔깃하지 않았죠(웃음). 이후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그렇게 '재밌는 인생' 채널의 첫 영상이 탄생했습니다.

Q : 유튜브 채널 '재밌는 인생'에선 콘텐츠의 장르를 특정 카테고리로 국한하지 않는데요.


안재억 : 하나의 주제를 정해야 성장 가능성이 크고 생명력이 긴데, 성격상 한 가지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데 어느 하나만 콕 집을 수도 없었고. 대한민국의 보통 남자 안재억이 재밌게 사는 모습을 몰카와 공감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녹여내면 시청자들의 인생이 조금은 더 즐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 박신양이 과거 한 강연에서 러시아 유학 시절 선생님에게 사는 게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왜 당신의 인생은 힘들지 않아야만 하는가"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성 친구와 헤어지면 '슬픔→분노→해탈'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처음엔 죽을 듯이 힘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살잖아요. 누구나 힘든 일을 겪지만,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를 극복하고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재미있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Q : 웃음과 논란의 경계는 한 끗 차이입니다.


안재억 : '키는 작지만 다른 곳은 크다'라는 글에 해시태그로 '발'을 적는 식의 야한 농담을 즐겨요. 제 기준에선 가능했지만,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어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구독자 중 어린 친구들이 많아 욕설은 금기시했는데,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요. 가능하면 종교와 정치적 색깔 등 논란에 휩싸일 만한 소재에 대한 생각은 너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요.


Q : 준공인으로서 불편한 점이 있을 텐데요.


안재억 : SNS 메신저를 통해 저를 봤다는 글과 도촬 사진 등을 자주 받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다가와서 때리거나 욕할 것 같았고,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불안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술을 과하게 마셨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전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들더라고요.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젠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응했습니다.


Q : 광고 영상을 제작할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안재억 : 돈만 좇았다면 들어오는 대로 받았겠지만, 광고가 아닌 일종의 공동작업이라고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원하는 걸 잘 녹여낼 수 있는지를 판단해 진행 여부를 결정해요. 안재억의 색깔을 잃지 않아야 효과도 좋을 거고. 지금까지 들어온 광고 제의를 다 받았다면 서울 근교에 집 한 채 장만했겠지만, 팬이 싫어하는데 지갑만 두둑하게 채워서 뭐하겠어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내 색깔을 지켜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Q : 다른 크리에이터보다 컬래버레이션을 자주 하는데요.


안재억 :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면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각자의 채널을 홍보하면서 구독자도 늘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채널에 출연했을 때 가장 웃긴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심한 멘트를 해도 알아서 편집해 주겠지'라는 생각에 너무 편하거든요. '재밌는 인생'에선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몸을 사리게 되더라고요. 제 채널이라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편집해서 올리면 되는데. 아이러니한 일입니다(웃음).


Q : '억섭호' 탄생의 비화가 궁금합니다.


안재억 :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많았어요. 평소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린 친구들이 많다 보니 저희는 '늙은 사람'으로 분류가 되더라고요(웃음). 대화가 잘 통해서 주말마다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고, 여러 영상을 찍어 각자의 채널에 게재했습니다. 그러다 '우리끼리 팀을 만들어서 활동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왔죠. 마침 저와 준호 형이 출가를 계획 중이었는데 타이밍이 맞아 세 사람이 함께 살게 됐습니다. 생활 패턴 등 많은 것들이 달라 트러블이 없을 순 없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크게 싸운 적은 없습니다. 혹시라도 두 사람이 싸우면 나머지 한 명이 중재에 나서고요. 아직 세 사람이 동시에 싸운 적은 없지만, 그땐 잘잘못을 떠나서 둘째인 제가 사과해야죠.


Q : 최근 '창문 너머'라는 곡을 발표하며 가창력을 뽐냈는데.


안재억 : 음치에 박치라 기계음이 많이 들어있어요(웃음). 음악적으로 얘기하기 힘들어 원하는 음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지만, 작곡가가 제 의도를 잘 파악해 무사히 녹음을 마쳤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앨범 작업에 몇 차례 더 참여하고 싶어요. 스트레스받을 때 프리스타일 랩을 해요(웃음). 잘 한다기보다 음악을 즐기는 거죠.


Q :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을 꼽는다면요.


안재억 : 한 폰트 회사로부터 '평생 이용권을 주겠으니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크리에이터가 되기까지 과정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유머러스한 콘텐츠만 만들었기에 주변의 우려와 반대가 심했지만, 확신이 있어 그대로 밀고 나갔죠.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큰 힘이 됐다는 댓글과 쪽지를 받으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Q : 크리에이터 깡나와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공개 열애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안재억 : 솔직히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좋은 감정으로 만나는 걸 숨기고 싶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건 팬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달 총수입이 50~60여만 원 밖에 안되는 등 여러모로 힘든 일이 있었는데 누나를 만나 큰 힘을 얻어 잘 극복했어요. 술도 안 마시게 됐고(웃음). 제가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등대 같은 사람이죠. 간혹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만들지만, 각자의 영역이 있고 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도 있어 커플 채널을 운영할 생각은 없습니다.


Q : 팬 애칭을 '억스'로 정했습니다.


안재억 : 유튜브 계정을 통해 수많은 의견을 받았고, 그중 몇 가지를 골랐어요. 다양한 것을 보여준다는 것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억스'라는 애칭을 자주 씁니다. 정체성과 색깔을 담은 '야메떼'도 있었는데, 너무 야한 것 같아서(웃음). '억스'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꿈을 실현해 주는 고마운 존재죠. 그분들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아요. 최근 편집자 문제 등으로 업로드가 뜸한데, 하루빨리 재밌는 영상으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Q : 목표한 것에서 어느 정도 왔다고 생각하는지요.


안재억 : 그동안 래퍼를 비롯해 예능인과 배우 등 다양한 꿈을 꿨던 건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서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직업을 갖느냐에 대한 욕심보다 안재억이라는 사람을 좋아해 주길 바란 것이어서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기존의 꿈은 버킷리스트로 남기고요(웃음). 만약 기회가 된다면 웹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재억 : 개인 스튜디오를 알아보고 있어요. 집에선 편안하게 쉬어야 하는데,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일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집중도 잘 안 되고. 크리에이터로만 활동하면 생명력이 짧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기획자와 서브 PD로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 계획입니다.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춰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앞으로도 유쾌한 웃음을 드리기 위해 노력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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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정기호기자 jkh11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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