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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최근 개막한 ‘제주 비엔날레 2017’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는 ‘알뜨르비행장’이었다. 장소성과 이를 탐구하고 작업으로 만들어낸 작가들의 노력이 더해져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알뜨르비행장은 제주의 아픔이 담겨있는 장소다. 1920년대 일제가 중일전쟁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제주 주민들을 강제동원해 만든 격납고와 활주로가 남아있다. 4.3 항쟁 때는 양민들이 학살된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 아픔이 담긴 알뜨르비행장은 현재 마늘 농사와 고구마 농사를 짓는 밭으로 사용되는 중이다.

비행장 입구에는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소녀가 새를 들고 있는 최평곤의 ‘파랑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옆에는 갑오농민 전쟁의 죽창 든 농민을 표현한 구본주의 조각이 있고, 김해곤의 ‘한 알’이 드넓은 벌판을 배경으로 서있다.

벌판으로 걸어들어가면 일제시대 일본군이 중일전쟁을 위해 만든 격납고들이 놓여있다. 강문석 박경훈 작가는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격납고에 철로 만든 전투기를 설치했고, 옥정호 작가는 무지개색 진지(陣地)를 만들기도 했다. 전종철 작가는 철망을 세우고 진지에 앉아 벌판을 바라볼 수 있도록 파란색 철제 의자를 놓아뒀다.

이처럼 아픔을 간직한 역사적 공간이 예술가의 손길과 만나 치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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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평곤의 ‘파랑새’.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알뜨르비행장이 농사로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비행장 곳곳에 평화를 상징하는 미술품이 설치돼 평화를 생각해보게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제주비엔날레 2017’은 지난 1일 개막해 93일간 전시를 이어간다. 국내는 물론 세계 15개국의 작가 70개 팀이 참여한 이번 비엔날레는 ‘투어리즘’을 주제로 했다. 관광을 통해 급변하는 도시의 현 모습이 세계적인 이슈임을 일깨우고 이를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젠트리피케이션)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알뜨르비행장을 비롯해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저지리예술인마을, 예술공간 이아, 서귀포시 원도심 등 제주 전역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에는 관광의 의미를 묻는 성북아트커먼스의 ‘럭키 새드픽쳐쇼’, 210여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담은 홍진훤 작가의 ‘마지막 밤들’, 중국 만리장성을 걷는 길을 담은 마리아 아브라모비치·울라이의 ‘더 그레잇 월 워크’, 강요배 등 제주 작가들이 그린 한라산 풍경화 등의 작업이 시선을 모은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작가도 작품을 전시했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전시와 투어, 배움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 걸쳐 사회공헌을 시도했다. 예술은 사회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제주도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제주사회 속으로 밀착해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작품이 설치된 5개 권역이 제주의 넓은 지역에 산재해 있어 이동하면서 감상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단점. 또 알뜨르비행장 전시를 제외하고는 주제와 합일되는 작품이 드문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엔날레는 12월 3일까지 계속된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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