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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왕코형님 지석진은 공기같은 MC다. 늘 그자리에서 담담하게 존재하며 주변을 감싸 안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공기처럼, 지석진은 그렇게 25년 동안 방송가를 지켰다. 그런 그의 진가가 빛나기 시작했다. 지석진은 최근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수많은 팬층을 이끌며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지석진을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5년 방송생활의 비결은 운칠기삼

지석진은 1992년 가수로 데뷔해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고등학생 때 부터 꿈이 MC였다. 고등학교때 교내 행사의 마이크를 잡으며 꿈을 키웠다. 그러다 군대에서 김건모, 유희열 등과 함께 군생활을 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지석진은 “가수분들과 군생활을 하면서 가수들이 MC를 한다는 걸 알게됐다. 그래서 군대 친구들에게 곡을 받고 노래를 해서 앨범을 내며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김용만과도 군대 동기였는데 그 친구는 개그로 데뷔하고 나는 가수가 됐다. 당시 김용만에게 ‘너는 주병진이 돼라, 나는 이문세가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레코드 사장님으로부터 “꿀보이스라서 100만장은 팔릴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데뷔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당시 파란을 일으킨 서태지 앨범이 나오며 음반시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첫 앨범에 실패한 후 KBS 개그맨 특채 오디션에 응시해 김생민, 송은이 등과 함께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지석진은 “데뷔만 세 번 했다. 가수에 이어 KBS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또 SBS MC 공채에서도 403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계속 이런저런 도전을 하다가 1996년 KBS ‘서세원의 토크박스’를 통해 비로소 시청자들에게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꾸준히 방송일을 하기 까지 몇년 동안 밑바닥 생활을 했다. 엄마에게 만원씩 용돈을 타서 쓰면서 살았다.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기회가 왔을 때 온 에너지를 다해 노력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또 누군가는 저편으로 스러진다. 부침 강한 연예계에서 25년 동안 롱런한 비결은 무얼까?

“운이 좋았다. 이 바닥 생활이 담당 PD와 밥 잘먹는다고 일이 생기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다. 신인 때 ‘서세원의 토크박스’의 기회가 왔을 때 일주일 내내 그 생각만 하면서 지낼 정도로 열심히 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일을 계속하지 못했을텐데 운이 많이 따랐다.”

25년 동안 방송밥을 먹으면서 꼭 지키는 신조가 있다. 지각하지 말기, 최선을 다하기 두 가지다. 연예계에서 대부분 술 때문에 사달이 나는데, 지석진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스케줄이 없으면 바로 집으로 귀가한다.

“어떤 경우에도 지각하면 안된다. 또 내 역할은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 술을 워낙 안마시니까 음주운전은 역사상 없다. 될수 있으면 바른생활을 하려고 하는데 이유는 아이 때문이다. 아이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기 때문에 바른생활을 한다. 친구들과 만나면 팥빙수 먹으면서 수다 떨고, 집에서는 영화 보고 김치볶음밥을 해먹는다.”

가족 예능이 트렌드인데 가족들과 함께 출연할 생각은 없을까? 지석진은 “섭외를 받기도 했는데 와이프가 불편해한다. 예전에 ‘런닝맨’에서 가족이 나온 적이 있다. 그때 가족들이 옆에 있으니까 무척 불편했다. 혹시 가족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싶어 안절부절했다. 가족을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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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힙합 도전하고 싶어

지석진에게 SBS 예능 ‘런닝맨’은 아주 특별한 의미다. 인생의 변화를 만들어준 프로그램이다.

“‘스타골든벨’이나 ‘여걸식스’ 등 토크 예능을 하다가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런닝맨’을 시작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포지션이 달라지니까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내 단점 중 하나가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는거다. 불편하면 불편한 표정이 나왔다. 초창기가 지나고 나니 적응이 됐다. 이후 ‘런닝맨’을 통해 해외에서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하는 등 가수의 꿈을 이뤘다. ‘런닝맨’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떻게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겠나. 새 인생을 살게 해준 프로그램이다.”

지석진은 ‘런닝맨’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5년 5월 중국에서 ‘머리핀’을 중국어버전으로 발매해 가수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발매 직후 바이두차트에서 6위까지 올랐다. 지난 5월에는 대만에서 콘서트를 열어 8000명 앞에서 노래를 했다. 8000명이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열어줘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정도.

‘런닝맨’을 함께 하는 동료, 스태프 등에 대한 고마운 말도 잊지 않았다. 지석진은 “‘런닝맨’ 등료와 스태프들께 다 너무 고맙다. 모두 촬영하면서 너무 고생한다. 함께 고생하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이 다 고맙다”고 말했다.

MBC라디오 ‘2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를 진행하면서 매일 오후 청취자를 만나는 것도 즐거움이다. 최근 MBC 파업으로 갑자기 라디오 방송을 쉬게 돼 라디오금단증세를 느끼고 있다. 그만큼 청취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정신적으로 힐링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예능과 라디오 등 전방위로 활동하는 지석진에게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드라마다. 앞서 tvN ‘안투라지’에서 이광수의 요청으로 카메오 출연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연출로부터 “연기가 괜찮다”는 평을 받았다.

지석진은 “욕심일 수 있는데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유튜브에 ‘안투라지’ 때 연기한 장면이 올라있다. 지금도 가끔 보는데 생각보다 잘했다. 기회가 생긴다면 드라마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방송을 했지만 여전히 방송인으로 사는 게 행복하다는 지석진은 음반 제작에도 뜻을 가지고 있다.

“합합을 무척 좋아해 ‘쇼미더머니’를 매주 빼놓지 않고 본다. 내가 힙합을 할순 없으니 힙합 하는 친구들의 앨범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손해봐도 하나도 안아까울 것 같다.”

eggroll@sportsseoul.com

사진|구성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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