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순
29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최규순 주심이 경기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13.06.30.대구|홍승한기자hongsfilm@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도박빚 탕감을 위해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에게 돈을 갈취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최규순 전 심판위원 사건의 파문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규순 게이트’는 대형 스캔들로 번질 조짐이다. 드러난 심판진의 치부(恥部)는 관용과 인내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말을 듣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신뢰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심판진의 자정 노력을 통해 다가올 포스트시즌부터라도 팬들은 심판진에 대한 왜곡된 시선없이 명승부를 즐길 권리가 있다.

최 전 심판원의 갈취 상대는 구단 고위관계자뿐 아니라 현장 야구인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도 장기화될 수 있다. 최 전 심판원의 일탈 행위가 만천하에 알려질 때마다 팬들의 의심 가득찬 눈초리는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석연찮은 판정이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돈을 받은 것 아닌가’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진다. KBO는 이번 심판 문제를 놓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검찰 조사 중이기에 구체적인 입장조차 밝히기를 껄끄러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야구계에 구구한 억측이 들끓고 있다. ‘최 전 심판원만 돈을 받아겠는가’, ‘다른 심판원들은 당당할까’ 등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명의 심판원이 저지른 오욕의 행위가 심판진 전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조사만 기다리며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풀어갈 문제가 아니다. 경기를 공정하게 이끌어야 할 심판에 대한 주위의 시각 변화는 야구계의 전체적인 지형까지 흔들 수 있는 큰 사안이다.

하루 빨리 심판진 스스로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심판위원회 차원에서 자진신고 등을 통해 부정적인 금전 거래를 했던 심판위원을 걸러내거나, 심판진 모두 자진해서 계좌 조사를 통해 결백함을 증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심판진도 이번 사태를 통해 치료가 늦으면 늦을수록 더 큰 아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적어도 포스트시즌 시작 전까진 심판진 스스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설 필요가 있다.

이미 심판진은 여론의 십자포화에 두들겨 맞는 아픔을 참으며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 아픔보다도 낯부끄러운 잘못을 범한 게 더 뼈아프다. 팬들의 실망감은 시나브로 몸집을 키워 분노로 표출되곤 한다. 그동안 수십, 수백 경기에서 공정한 판정을 내렸던 심판위원들의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흠집이 나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공정성을 잃은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근본을 빼내 (잘못의)원천을 막아 버린다’는 사자성어 ‘발본색원(拔本塞源)’이란 말은 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말이다.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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