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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맥을 찌르는 ‘신의 한 수’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시도 때도 없는 직제 개편, 없앴다가 새로 만드는 통에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부위원장직의 남발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위원장 이희범)의 감추고 싶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평창조직위가 또 다시 새로운 부위원장직을 신설할 모양이다. 이번에는 이름하여 전략홍보 부위원장이다. 명칭은 그다지 신경쓸 필요없다. 그 직책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생겼으며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158일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또 다시 직제에도 없는 전략홍보 부위원장직 신설이 거론되는 이유는 올림픽 붐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맞는 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임박했는데 국민들은 마치 남의 나라 일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짐짓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올림픽 붐업 미진이라는 표면적인 현상만 신경쓰면 뛰어난 홍보전문가를 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건 일견 타당한 처방일 수 있다. 그러나 현상에 천착(穿鑿)하지 말고 현상의 배후에 숨어있는 본질을 파고드는 통찰력을 가동해보면 다른 답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3수끝에 따낸 평창동계올림픽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크게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역 이기주의에 따른 민심이반과 최순실 사태가 키운 후유증이 올림픽 붐업 미진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지역 이기주의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순실 사태는 올림픽 붐업의 결정적 시기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원칙없는 잦은 고위직 인사 교체가 최순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입김에서 비롯됐고, 붐업 미진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됐던 올림픽 마스코트 지체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오판에서 비롯됐음이 특검 조사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다.

조직위 출범이후 고위직 인사의 잦은 교체는 도를 넘어섰다. 조직위원장은 김진선~조양호~이희범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바뀌었고, 사무총장 역시 세 명이나 말을 갈아탔다. 어디 그 뿐이랴. 3부위원장 체제를 1사무총장 3사무차장 시스템으로 바꿨다가 돌연 국제업무를 강화하겠다며 없앴던 부위원장직을 또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김재열 국제 부위원장은 2016년 6월, 그렇게 조직위로 입성했다. 김 부위원장의 조직위 입성도 내부의 필요에서가 아니라 외부의 힘에 의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뽐냈던 김종 전 차관이 조직위에 압력을 가해 국제담당 부위원장직을 신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조직위 고위 인사의 잦은 교체는 최순실 사태와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돼 있고, 이러한 상식밖의 인사가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열정을 떨어뜨리는 결정타가 됐다. 눈을 돌려 조직위 내부도 한번 들여다 보자. 최순실 인사의 화룡점정인 모 인물의 조직 장악력은 한심한 수준이다. 그를 향한 조직원들의 신뢰감은 온데간데없고,그 자리엔 미움과 질시만 남았다.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인사는 솎아내지도 못하면서 또 다시 새로운 부위원장을 영입하는 건 어쩌면 본질을 호도하고 치부를 감추는 직무유기일지도 모른다.

문화체육관광부 한 관계자는 전략홍보 부위원장 신설 움직임에 대해 “특정인을 내려보내기 위한 위인설관이 아니라 오로지 올림픽 붐업을 위한 전문가의 영입이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썩 명쾌하지는 않다. 그런 논리라면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마케팅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당장 마케팅 담당 부위원장직을 신설하는 게 맞다. 문제를 굳이 인사에서 찾아야 한다면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적폐 세력을 솎아내는 게 우선이다. 올림픽 붐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대뜸 전략홍보 부위원장직을 신설한다면 너무나도 유치한 발상이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가 금세 효과를 본다면 그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조직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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