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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대한민국에서 배우 장동건(45)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장동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기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나 영화 ‘연풍연가’ 속 꽃미남 하이틴 스타, 또 누군가에는 영화 ‘친구’나 ‘해안선’의 강한 남성적인 이미지가, 또 다른 이에게는 ‘신사의 품격’ 속 멋진 형님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신세계’, ‘대호’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영화 ‘브이아이피’에서는 너무나 현실적인 국정원 요원 박재혁을 만난 그는 한결 더 편안한 모습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투 톱 작품은 생각보다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4명이 나오니 4분의 1로 나누는 것이 2분의 1보다 낫다”며 넉살 좋게 웃음을 짓는 장동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른 인물과 달리 감정을 감추는 캐릭터다.

태도와 심경의 변화가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어느 정도까지 드러낼까 숙제였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많이 덜어내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회사에서 승진 하려는 사람이다. 인물의 전사나 배경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다. 영화가 잘 되면 프리퀄로 인물간의 과거 모습을 만들어 보자고 감독님께 제안도 했는데 시큰둥 하시더라.(웃음) 배우로서 좀 더 표현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 답답함도 있지만 후반에는 변화하는 모습이 있다.

-작품 선택의 이유가 궁금하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작가 시절부터 박훈정 감독님 작품의 선호했는데 그런 것이 집대성되고 자기 주특기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박재혁이란 캐릭터를 잘해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채이도나 다른 역할보다는 내 연기는 박재혁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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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캐릭터 선택의 폭을 좁힌것 아닌지.

선택을 받아야 나에게도 선택권이 생긴다. 그런것에서 벗어나려고 예전에는 애를 많이 썼다. 한계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바꿔 생각하면 못생긴 배우에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역할의 한계는 불가피한데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재능이 더 있는 것 같다.

-스크린 속 거친 남자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 컸다. 우리 또래 남자 배우들이 살아온 시대 정서와도 영향이 있다.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대부’ ‘스카페이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인데 홍콩 누아르를 전면으로 겪은 세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와 반대의 역할을 해서 오는 쾌감도 있다. ‘친구’ 이후에는 관객이 배우로도 달리 봐주셨고 ‘해안선’은 스스로 찾아가 출연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종석씨가 그때 내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 한다고 들었을때 의아했는데 먼저 찾아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처럼 변화하고 싶고 갈증이 있는 심정이 이해됐다. 현장에 와서도 장단점을 다 열어두고 도와 달라하니 선배로서 다들 도와 주려고 했다.

-센 영화만 골라서 하는 것인가.

의도하고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웃음)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내가 보여줄 작품이 없다. 애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7년의 밤’은 아이를 학대하고 ‘창궐’에서도 대 놓고 악역이다. 현실과는 반대로 가는데 마음 속 갈증이 안 풀렸다기보다는 이제는 밝은 역할과 어두운 역할을 떠나서 이제는 작품 선택의 기준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배우로서 행보로 작품을 선택하기도 했는데 작품안에서 장단점 70 대 30 이라면 30의 단점을 크게 생각해 고사도 했는데 이제는 70을 보면서 선택한다. 내가 와 닿지 않은데 잘 될거 같은 영화보다는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과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이 다를 수 있다.

제일 좋은 것은 두 지점이 만날때다. 작품을 하는 당시의 상황과 마음 상태가 중요한데 그게 맞아 떨어질때가 좋다. 요즘에는 밝은 것을 해보고 싶고 더 내려 놓고 하는게 재밌을 거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신사의 품격’을 지금 찍는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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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년차, 여유와 연륜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완벽하고 연기 잘 했다 생각하는 배우는 없다. 아쉬움이 먼저 보이고 지나고 나서 보면 부족함이 먼저 보인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경직되어 있었다. 진지한 영화를 많이 하다보니 섣불리 이야기 하는게 같이 일하는 스태프에게 결례가 되지 않을까 노파심도 생겼다. 일희일비하는 성격이 아니라 다음 것을 생각하다보니 그 순간 감정을 누리지 않고 한 후회가 있다. 이제는 많이 유연해졌다고 스스로 생각을 한다. 신비주의가 아니고 성격이 내성적이고 배우라는 오히려 해서 그러면서 조금 더 외향적으로 변화하고 유연해지는 것 같다. 아이 낳고 밖에 나가다 보니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신사의 품격’ 이후 잠시 공백기가 있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당시 ‘마이웨이’ 촬영하면서 가족과 시간 못보낸 것도 있고 의도적이지 않다.‘ 우는 남자’ 후 3년정도 ‘7년의 밤’ 찍고 중국에서 드라마 찍고 ‘브아이피’ 찍고 작품이 밀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

-배우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한때 연기가 재미 없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자기애도 없어지고 변화에 대한 욕구도 없고 매너리즘 같이 2년정도 슬럼프 같은 시기가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갱년기 같다.(웃음) 그런 것도 일로 극복이 되고 7년의 밤을 찍으면서 다시 연기가 재밌어 졌다. 즐겁게 연기하면서 오랫동안 관객과 함께 하고 싶다. 얼마전 ‘박중훈의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는데 문자를 보니 ‘마지막 승부’ ‘친구’ ‘신사의 품격’도 나오는데 느껴지는 것이 있다. 오래하니 나름 내가 대중에 기억을 남긴 것 같아 보람도 있다.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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