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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관을 찾은 두 모녀가 번갈아가며 가산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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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관에서 내려다본 ‘메밀꽃 축제장’ 풍경
[평창=글·사진 스포츠서울 황철훈기자] 한여름의 무더위가 길게 꼬리를 드리우며 가을을 시샘한다. 하지만 제 아무리 기세등등하던 무더위도 절기의 변화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조석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결에 가을의 향기가 가득하다. 유난히도 길고 무더웠던 지난여름,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꿋꿋하게 일상을 지켜온 우리에게 ‘수고했어 오늘도 /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가수 옥상달빛의 노랫말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며 응원해 본다.여름의 막바지, 복잡한 여름 휴가철도 지났다. 가을의 문턱 9월엔 무더웠던 지난여름과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고 가을맞이 감성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그냥 머무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곳, 가만히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곳, 무심히 걷는 것만으로 감성이 충만해지는 곳으로 말이다. 평창은 사람이 가장 살기 좋다는 해발 700m에 자리했다 하여 ‘HAPPY 700 평창’이다. 푸른 숲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청청 자연의 보고(寶庫) 평창. 9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날 새하얀 메밀꽃밭을 거닐며 문학의 향기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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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가는 내내 하늘은 잔뜩 흐렸다가 다시 맑았다 세찬 비를 뿌리는 등 변화무쌍함을 보여줬다.

이른 아침 강변북로를 거쳐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내달렸다. 하늘은 온통 짙은 먹구름과 함께 세찬 비가 내린다. 모처럼 떠나는 여행길, 하늘이 원망스럽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왜 이리 일기예보가 딱딱 들어맞는지 애꿎은 기상청만 원망해본다. 가평휴게소를 지나니 짙은 먹구름이 자취를 감추고 흰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또다시 먹구름과 함께 장대 같은 폭우가 쏟아진다.

평창 가는 3시간 내내 ‘비’, ‘구름’ 주연 ‘해’ 조연의 기상 ‘판타지 쇼’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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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메밀꽃 축제장 전경 제공 | 지엔씨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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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축제장인 봉평 ‘효석문화마을’에는 때이른 탓인지 만개한 메밀꽃은 볼수가 없었다.

◇메밀꽃 하얀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곳 ‘봉평 효석문화마을’

2시간여를 내달려 도착한 봉평은 메밀의 고장이다. 9월이 되면 이곳 봉평은 새하얀 메밀꽃이 지천에 피어 하얀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9월2~10일까지 9일 동안 이곳 봉평효석문화마을 일대에서 메밀꽃 축제인 ‘2017 평창 효석문화제’가 펼쳐진다.

너무 이른 방문 탓인지 축제장 일대의 메밀꽃은 아직 좁쌀만한 하얀 꽃봉오리를 수줍은 듯 감추고 있다. 메밀밭은 아직 피지 못한 꽃으로 소금을 뿌리고 싶을 정도로 아쉬운 햇빛에 탄식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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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로 만든 솟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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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한켠에는 자작나무로 만든 익살스런 각종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축제장은 손님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아직 피지 못한 아쉬운 메밀밭 사이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예쁜 나무의자와 자작나무로 솟대를 만들어 놓았다. 축제장 한켠 나무데크위에는 자작나무로 만든 사람과 강아지 그리고 화투판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놓았다. 이번 축제는 시골장터와 민속놀이가 벌어지는 전통마당과 문학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학마당, 소설 속 장면을 체험해 보는 자연마당으로 꾸며진다.

비록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메밀꽃은 보지 못했지만 드넓은 메밀밭에서 문학의 향기를 느끼며 곧 만개할 메밀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애잔하고 발걸음은 못내 아쉬운 듯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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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의 숲 입구

◇가을의 길목에서 만난 문학 감성여행 ‘이효석 문학의 숲’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를 테마로 조성한 자연생태공원으로 호젓하게 자연을 벗 삼아 숲속을 걸으며 문학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 입구엔 너와 지붕으로 엮은 출입구에 ‘이효석 문학의 숲’ 이란 하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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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숲 입구를 지나면 ‘메밀꽃 필 무렵’ 소설 속 주인공의 집을 재현해 놓은 장터가 나온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소설 속 장터와 허생원이 장돌뱅이 동이의 뺨을 후려쳤던 충주집이 자리하고 있다.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면 허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인연을 맺은 물레방앗간이 나타난다.

무더운 객줏집 토방에서 잠을 설친 허생원. 밤중에 홀로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다 하얀 메밀꽃밭과 밝은 달빛 탓에 옷을 벗으러 간 물방앗간에서 난데없이 울고 있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치고 결국 꿈결 같은 하룻밤을 보낸 애잔한 정경이 아련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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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요 대목이 세겨진 비석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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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 탐방로 주변으로 곰취와 고사리가 자라난다.

가는 길목 곳곳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의 주요 대목을 아로새긴 비석들이 즐비해 문학적 감성을 느끼며 숲을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숲속에는 맑디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습지가 잘 보전되어 있다. 숲 사이로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걸으니 연보라색 벌개미취가 하늘거리며 손짓하고 곰취와 고사리가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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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에서 만난 자연의 숲.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과 바위까지 온통 초록으로 물들인 푸른숲은 보는 것만으로 청량감이 느껴진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숲은 초록 초록해 더욱 생기롭다. 빼곡히 들어선 나무숲 사이로 살며시 스며드는 햇빛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주변의 돌과 계곡 주변의 나무들은 진록 이끼를 둘러 신비롭고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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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정상에서 바라본 백두대간의 신비로운 풍경

◇구름 위의 산책, 힐링의 숲 태기산

이제 폭우로 미뤘던 태기산을 이른 아침에 올랐다. 해발 1261m 태기산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과 횡성군 청일면과 둔내면과 걸쳐있는 산으로 덕고산이라고도 불린다.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군에게 쫓겨 이곳에 성을 쌓고 신라와 대적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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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가는 길목에서 만난 하얀 ‘개구릿대’

태기산은 정산 부근까지 차량 접근이 가능하다. 등반이 목적이 아닌 단순 여행객이나 사진가들에게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비록 비포장에 곳곳이 파여있어 가는 내내 마치 거친 바다에서 배를 타는 기분이었지만 이 정도 불편함 쯤이야 등반의 수고로움에 비할 수 있을까. 출발 길은 좀 불안했다. 어제 폭우로 인해 평창 읍내는 온통 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정상 쪽으로 점점 다가가며 고도를 높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산과 산 사이에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본격적인 태기산 등반길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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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비가 만들어 놓은 물웅덩이

어제 폭우로 곳곳이 패여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물웅덩이는 거울처럼 맑고 파란 하늘을 비춰주고 길가엔 소담스럽게 핀 하얀 개구릿대는 활짝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개구릿대 뒤편에는 홍조 띤 물봉선화가 새색시마냥 수줍게 고개를 떨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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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규모의 태기산 풍력발전기

한참을 올라가니 눈앞에 거대한 하얀 풍차가 나타났다. 무모한 돈키호테조차 덜컥 겁을 먹고 내빼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거대한 풍력발전기다. 날개 길이만 40m 중심 높이가 80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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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점입가경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이 솜이불처럼 먼산을 부드럽게 덮고 산 등성이엔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있다. 태기산 정상에 서면 왼쪽부터 횡성군 둔내면과 치악산을 비롯해 횡성읍, 구릿봉, 어답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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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양치식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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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조릿대길

태기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 맞은편에는 양치식물길이 조성되어있다. 나무데크로 이어지는 숲길인 양치식물길은 고사리를 비롯해 크고 작은 각종 양치식물들이 나지막하게 군락을 이뤄 이국적인 정취와 원시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뿐만아니라 태기산 정상 부근에는 조릿대길를 비롯해 야생초화원 등 각종 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태기산의 청정자연을 실컷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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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 청청체험길

푸르름 가득한 숲길은 아직 잠이 안깬듯 고요하고 아침 이슬을 머금은 나무잎은 싱그럽게 빛난다. 어디선가 숲속의 요정이 나타날 것 같은 몽환적인 황홀경이다. 촉촉한 대지는 스펀지처럼 폭신하고 아늑한 숲은 엄마품처럼 포근하다.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니 몸과 영혼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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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변에는 일명 월남 해바라기로 불리우는 루드베키아가 활짝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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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 둔치에 조성된 백일홍 축제장
◇평창강 너른 둔치에 백일홍과 노란 황화 코스모스 물

평창강 둔치에는 붉은 백일홍 천만 송이가 만개했다. 붉은색과 노랑색, 보라색 백일홍이 한데 어우러져 드넓은 평창 강변을 알록달록 수놓고 있다.

입구에는 평창 백일홍축제라는 글씨와 함께 꽃으로 장식된 독립문 모양의 출입구가 턱 하니 자리하고 있다. 입구로 들어서니 행사장을 꾸미느라 손길이 분주하다. 깊숙이 안쪽으로 자리를 옮기니 백일홍이 붉은 물결을 이뤄 평창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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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축제장의 수세미 터널

길가 쪽으로는 수세미 넝쿨로 이뤄진 아치형 터널이 길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족이 500m 이상은 이어진다. 수세미 터널 안쪽으로 들어섰다. 터널 안쪽 양옆에는 키 작은 맨드라미가 길게 늘어서 있고 넝쿨이 둘러싼 터널위에는 어른 팔뚝만한 수세미와 올망졸망 조롱박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오는 9월23일부터 10월8일까지 이곳에선 ‘2017평창백일홍축제’가 열린다. ‘당신의 백일을 축하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 축제장을 찾는 모든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백일홍 화관 만들기를 비롯해 꽃반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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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변에 핀 노랑 황화코스모스

평창강을 따라 바위공원으로 내려가다 보면 강변이 온통 노란 꽃물결로 넘쳐난다. 황화코스모스다. 평창교에서 시작된 노란 물결은 평창바위공원 입구까지 약 800여 미터를 뒤덮었다.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과 물결치는 샛노란 황화코스모스의 강한 색상 대비가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과도 닮아있다.

평창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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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연의 메밀국수
●먹거리

=봉평하면 당연히 메밀이다. 미가연은 쓴메밀과 일반메밀을 2대8 비율로 섞어 만든 이대팔 메밀국수가 특징이다. 쓴메밀은 암과 각종 성인병, 노화를 막는 항산화물질 함량이 일반메밀의 70배가 넘는다. 뚝뚝 끊어지는 순메밀면과 달리 쓴메밀이 들어간 메밀국수는 찰기가 더해져 쫄깃하며 부드럽다. 또한 이집의 모든 메밀국수에는 빠짐없이 메밀싹을 가득 올려 낸다. 아삭하게 씹히는 메밀 싹과 부드럽고 고소한 한우육회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메밀싹 육회 비빔국수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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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한우타운 일송정의 한우 등심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고기다. 한우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대관령 한우만 취급하는 대관령 한우타운 일송정은 정육식당처럼 운영하는 식당이다. 등심을 비롯해 살살 녹는 살치살, 채끝, 안창살 등 모든 부위가 고르게 진열되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그 재미는 지갑의 두께와 반비례한다. 대관령한우 육회비빔밥과 버섯불고기, 국밥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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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닉스평창 제공 | 휘닉스평창

●잘곳=

봉평 메밀꽃 축제장 인근에 자리한 휘닉스 평창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객실과 휘닉스 평창 내 부대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객실 패키지를 선보였다. 객실과 조식, 곤돌라 또는 워터파크를 포함한 패키지는 개별 이용시 보다 최대 40%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으며 산악 바이크인 ATV, 짚라인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휘닉스평창은 메밀꽃 축제 ‘효석문화제’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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