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스포츠서울]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시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싸워서 이기는 전쟁이 아닌 살아서 승리하는 전투가 덩케르크의 이야기다. 영화는 덩케르크의 추운 바닷가로 관객을 순식간에 이동시킨다. 전장의 공포와 수치, 감격이 총알처럼 빗발친다.

덩케르크 해안은 북서유럽에서 가장 길고도 부드러운 모래 해변을 가지고 있다. 해안평야와 해변은 낮은 수심의 해안 밖의 지점에서 만나 다양한 모래톱과 갯벌을 형성하고 있다. 해변의 물이 얕아 병력을 철수시키기가 어려운 곳이다. 구축함이나 전함 등 큰 배를 이용하려면 높은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배라도 밀물 때만 병력을 철수시킬 수 있었다. 제한된 선박 시설과 영국으로 향하는 한정된 항로, 그리고 엄폐물이 전혀 없는 해안선 등은 독일 공군의 좋은 먹이가 되었다.

좁은 해안에 40만명에 가까운 병력이 공중공격에 노출되어 있었다. 철수하는 연합군을 독일 공군으로부터 보호해줄 낮은 구름이 필요했다. 작은 배들이 도버해협을 건널 수 있는 잔잔한 바다가 필요했다. 그런데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하늘은 절묘한 날씨를 만들어 성공적인 탈출을 가능하게 하였다. 5월 2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간헐적인 독일군의 폭격이 계속되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파도는 높지 않았다. 비로 인한 낮은 구름과 나쁜 시계는 독일군의 폭격을 방해했다. 이 날 영국에서 건너온 아주 작은 어선과 요트 등이 수많은 군인을 구출했다.

27일도 낮은 구름과 함께 안개비가 내렸다. 덩케르크에 기압골이 통과할 때는 폭풍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때는 거짓말 같게도 바람도 약하고 파도도 매우 낮았다. 독일 공군은 간헐적인 폭격만 할 수 있었다. 수만 명의 병력이 철수하는 데 성공했다. 5월 28일 새벽 기압골이 빠져나가면서 비는 그쳤지만 덩케르크는 100m 높이의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파도가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꽉 찬 구름으로 인해 독일군의 공습은 불가능했다. 기온은 온화했고 아조레스 고기압으로부터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이런 날씨라면 작은 배들도 도버해협을 건널 수 있었다. 연합군은 동원할 수 있는 배를 총동원해 이날 2만 여명이 넘는 병력을 철수시켰다. 날씨는 영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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